그날의 파란 대문 집
아빠라는 존재를 본 것은 내 인생에 딱 세 번이었다.
세 살쯤 한번,
19살에 한번,
삼 년 전 영안실에서 한번.
마지막 세 번째는 살아있는 모습조차 아니었다.
아빠가 죽자, 할머니 명의로 된 집과 땅을 아빠의 형제들이 팔아서 n분의 1로 나누자며 연락을 해왔다.
생물학적으로 나의 고모들과 사촌, 그리고 삼촌들이라고 한다.
아빠의 장례식에서도 보지 못했던 얼굴들이 돈 몇 푼 나눠 갖는다고 하니 사촌에 어린아이들까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비루한 얼굴들을 비췄다.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누구의 것도 되지 않는다기에 그 몇 푼 없어도 그만, 누구든 애달파봐라 하는 심정으로 일관했었다. 돌아가며 울리는 낯선 목소리의 전화도 모두 무시했었다. 삼 년을 그랬었는데..
어쩌다 보니 내 인생이 흘러 흘러 혼자가 되어 집도 절도 없이 무일푼으로 떠돌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처했다. 그야말로 앞 날이 진회색 안개로 자욱하게 침전된 나날들..
30여 년 동안 쌓아둔 모든 기반, 인간관계, 집과 돈.. 그런 게 몽땅 리셋이 될지 모르는 인생의 2막이 우악스럽게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런 인생을 거니는 동안의 삼천만 원이라는 건, 내 인생의 진정한 지원군은 세 번밖에 못 봤던 아빠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나는 처음 보는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산더미 같은 서류들을 바리바리 챙겨 파란 대문 집 앞에 우두커니 서게 되었다. 얼굴도 모를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었다. 또다시 기다렸다.
고작 삼천만 원이었다.
저 파란 대문 앞에서 매일 울던 어린 ‘나’를 멀리멀리 쫓아버릴 수 있었던 건.
죽은 아빠가 삼천만 원이 되어 내 곁으로 돌아왔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이제 어떤 대문 앞에 서 있게 될까,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