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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Oct 02. 2023

무엇을 위하여 렉을 누르나

무겁지만 찍을 만해

우리 나이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집 얘기, 돈 얘기밖에 없어?


내용과 상관 없습니다.

직장인 새내기 A가 한숨을 내뱉었다. 모두가 부동산만 얘기하는 작금의 현실을 그는 매우 했다. 술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20대 준생이었다. 부동산은커녕 당장 내 호주머니 속   한 장이 아쉽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날도 술자리 안주로 식사를 때우던 참이었다. 좋든, 싫든, 어쨌거나 '부동산'이라는 단어 자체를 내뱉그가, 내게는 꽤나 성공한 사회인처럼 느껴졌다. 


'고민이라도  봤으면.' 그렇게 생각했었다. 동시에, 그래도 나는 꿈을 좇을 자신이 있다고 단언했었다. 나만은 다를 거라 자만하며, 한편으론 직장인의 사회를 동경했다. '돈' 내 일 같으면서도, 남의 일 같이 느껴졌다. 일단 기자가 되자.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돈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있으면 . 


시대정신(時代情神)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편적인 정신자세, 태도, 이념


학부 때 역사를 공부하고 깨달은 것이 있다. 각 시대마다 시대정신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시간에서, 인류에게는 항상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있었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든. 유럽사든, 미국사든, 중국사든, 한국사든.


인류에겐 항상 공통 과제가 있었다. 그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역사였다. 자연을 경외하사람들은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분산된 사회를 일률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사람들은 중앙집권 국가를 원했다. 시민혁명 이후에는 참정권이 필요했고, 산업혁명 이후에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필요했다. 권력을 개인이 혹은 국가가 독점할 때는 그에 맞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가 필요했다.


2023년의 시대정신은 무엇이었나요


후대 사람 이렇게 묻는다면, 지금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 지금으로서는 답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보편성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가 좀 더 단순 명료했을지도 모른다. 비이성에는 이성으로, 전쟁에는 평화로, 억압에는 자유로, 독재에는 민주로 맞설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점점 개인적이며 미시적으로 나뉘어간다. '각자' '맞춤형'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사회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인류 공통의 보편성이라는 것이 남아 있긴 하나. 보편성이 희석되니, 시대정신이라는 말도 옛말로 취급된다. 그렇게 '시대정신'은 역사책 속의 한 구절로 남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간다.


작고 소중해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돈 얘기가 시대의 보편성이라 한다면, 착잡하다. 돈은 물질이기에 가치판단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은 선한 것도 아니며, 악한 것도 아니다. 특히 미래세대인 MZ의 세상 속에서  단면적인 존재가 아니다. MZ는 자본주의와 함께 성장했고, 생활하고 있다. 그렇다고 MZ가 자본주의에 종속되었나. 그렇지도 않다. 우리도 안다. 돈이 편리함과 이로움을 가져다주지만, 때론 우리를 잔혹하게 옭아맨다는 것도. 


가장 부유하게 태어났으나, IMF를 겪고, 극한의 취업난을 겪은 세대. 돈 때문에 부모의 몰락을, 친구들의 눈물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돈 덕분에 꿈을 이루는 사람도 봤고,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봤다. 다이내믹 코리아 속에서 MZ가 내린 결론은, 내 주변과 내 행복을 위해선 결국 돈이란 놈에 대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대학가에 부는 주식과 투자 바람은 이러한 분위기를 방증한다.


무엇을 위해

나는 렉을 누르나


과거의 시대정신을 알고 싶었고, 지금의 시대정신을 현장에서 보고 싶었다. 그래서 역사를 전공했고, 그래서 영상기자 일을 선택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상실의 시대에서 내가 ENG 카메라로 찍으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사회의 단상을 담으려 카메라의 렉 버튼을 누르는가. 나는 왜 카메라로 기록하는가.  때문인가. 그렇다기엔 이 일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직업들은 넘치고 넘친다. 그럼 저널리스트라는 명예 때문인가. 명예도 옛날 같지 않다. 기레기라며 맞는 현실에서 명예에 집착하기에는 너무나 손해 보는 장사다. 미래를 봐도 답답하다. 시대의 흐름을 업계 생태계가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돈 벌고 싶지만, 돈에 먹히고 싶지는 않아

미련한 현실적 이상주의자는 낡아버린 시대정신을 찾기 위해 현장에서 렉 버튼여전히 눌러본다. 돈을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 청빈낙도의 삶을 살겠다는 것은 아니다. 희망, 변화, 사랑, 인류공동의 번영이라는 클리셰를 아직은 잃고 싶진 않다. 오랜 유산에 아련함일지도 모르지만, '나쁜 놈은 벌 받았고, 착한 놈은 상 받아서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뻔한 결말을 아직도 뉴스에서 보고 싶다.


'무겁지만 찍을 만하다'라고 제목을 썼는데, 어째 날로 어깨가 무거워지는 기분이다. 먼 훗날 이불 킥하는 하나의 일화가 될지라도, '찍을 만하다'라고 한 것이 어리석은 날의 오만과 무지는 아니었길. 방황이 방향을 잃은 것이 아닌, 잠시 지나가는 권태이길 조심스레 바랄 뿐.


우리 시대는 좌표가 없는 시대인 것 같아요.
함께 저항할 만한 어떠한 이슈도 없다 보니,
자기 자신만의 세계로 후퇴하는 거죠.

- 룽잉타이, <사랑하는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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