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때, 수요집회 취재를 전담했다. 뉴스에 나가지 않아도 데스크의 지시로 매주 수요집회를 영상취재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일본 대사관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그 경험은 이 기사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 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정의기억연대 사태 이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론사들의 보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워낙 복잡하고 오래된 문제라 다루기도 어려웠을 테지만, 시민 운동이 타격받은 것은 자명했다. 현장도 달라졌다.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는 경찰 철제 펜스가 생겼다. 집회 장소는 소녀상 옆에서 좀 더 떨어진 도로변으로 바뀌었다. 집회 무대 위 의자는 위안부 생존 피해자들이 아닌 영정사진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생존 피해자는 10명도 채 남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려워도 해야 할 말을 하는 것이 저널리스트의 의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현장 36.5>로 전하려 했다. 원작자, 또 다른 조각가,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지만, 하나의 바람이 담겼다는 것을 기사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역사는 정치가 아니다. 위안부 문제 역시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엄연히 한국인의 슬픈 역사이며, 상처를 치유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카메라로 기록하고 싶었다. 카메라의 무게만큼 역사의 무게를 잊지 말라는 의미로 주신 상 같아 영상기자로서 겸허해진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인터뷰에 담담히 응해주신 취재원분들께도 감사 인사드린다.
* 이 글은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MBC지부 2023년 3분기 민실위 선정 좋은보도상 수상소감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