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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물점 Jan 29. 202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학교 휴업

새로운 전염병 출현에 대처하는 교육 당국의 자세에 대하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일명 우한 폐렴)를 대하는 교육 당국의 자세를 비판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다음 백과)


나날이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국이 어수선하다.

질병과 관련된 관계 당국은 예방과 홍보 활동에 바쁘고, 하루 종일 토해내는 언론들의 자극적인 뉴스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전 국민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 이 와중에 학교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우왕좌왕하는 교육 당국의 모습을 보면 실망을 넘어 화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다.

메르스, 사스 등 수많은 유사 사건을 경험하고도 뭘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아직도 감을 전혀 못 잡고 있는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등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기관 책임자들과 핵심 관계자들의 모습에서 허울 좋은 지방교육자치 속에 유권자의 표와 인기를 구하고자 하는 얄팍한 정치적 제스처 말고는 읽히는 게 없으니 한심하다.


 내가 교육 당국의 모습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이유

 

첫째, 급속한 전염성을 지닌 바이러스에 의한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메르스 사태, 사스 사태 등 그동안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지혜와 경험을 우리는 쌓아왔고 성공의 사례와 실폐의 사례를 모두 겪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발열 상태를 일일이 체크하며 대응책을 실천했던 교사로서 나는 서울시교육청의 언론 플레이 행태를 먼저 지적하고 싶다.


 -> 서울시교육청은 27-28일 사이 소위 대책회의를 한다며 방학 연기를 검토한다고 언론에 흘렸다. 언론에 흘린 정보는 학생 학부모에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언론 보도 후 학교 현장에는 방학 연기 조치를 왜 하지 않냐는 항의성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사실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는데 말이다. 특히, 시교육청의 관련 언론 대응은 잠잠하던 학부모들까지 불안감에 휩싸이게 한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다.


 => 아이가 다쳐도 옆에 있는 어른은 먼저 안심을 시킨다. 차분하게 대응하자고 설득하고 현장의 분위기를 살펴 개학 후 안전한 학교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그런데 먼저 꺼낸 카드는 개학 연기다. 연제까지 개학을 연기할 건가? 한 달 내내 연기하고 4-5월에 새 학기를 시작할 건가. 최후의 패를 제일 먼저 내놓고 나중에 어쩔 건가?


 => 지난 메르스 사태 때의 교훈이다. 본교는 인근 학교와 달리 휴교를 하지 않았다. 대신 매일 발열 검사 열심히 하고, 예방 활동을 열심히 했다. 당시 휴교했던 학교의 학생들은 어떻게 행동했나? 자발적으로 집에 격리되어 있었나? 절대 그렇지 않았다. 동네 Pc방이 만원사례로 붐볐고, 학원들도 특강을 하는 등 교육 당국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그때와 지금은 뭐가 달라졌을까? 생각이 있다면 곱씹어 보기 바란다.

==> 당시 휴교를 했던 학교들도 결국 휴교에 대한 별다른 효과 없이 교육과정만 수정해야 하는 수고를 겪었다.


=> 서울시교육청은 개학 연기를 흘렸지만, 이미 개학한 학교들도 있었다. 그 학교는 다시 방학을 해야 하는가? 또한 방학 내내 초등학교의 경우 돌봄 교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방과 후 학교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제 새삼스레 모든 아이들을 돌려보내라는 건가?


==> 더 어이없는 것은 아이 돌봄이 안 되는 가정에서는 학교로 아이를 보내라는 것이다. 늘 그랬다. 정말 안전이 걱정되는 휴업이라면 엄격해야 한다. 그래야 행정력의 힘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반은 학교에 나오고 반은 학원과 pc방에 전전할 것이 뻔한 휴업을 한다면 그게 휴업인가? 학생들이 제일 좋아할 개학 연기를 흘려 학생들에게 부푼 기대감을 안긴 교육청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부차적인 문제이지만 그 학생들의 실망감과 그것으로 인한 학생들의 의욕 상실은 뭘로 보상할 건가?


둘째, 학교가 가정 안전하다는 믿음을 교육청이 스스로 부정하면 안 된다.

지난 메르스 사태 후 일선 교사들은 적어도 그나마 학교가 가장 안전하다는 점에 동의했었다. 학교에는 돌보려는 의지를 지닌 교사들과 기초 약품과 시스템이 있다. 대책 없이 휴업하여 아이들을 가정으로 보낸다고 아이들은 스스로 자가 격리하여 조용히 생활할 리 만무하다. 뻔히 예상되는 것 아닌가? 

다 같이 모이는 장소가 위험한 것은 맞지만 휴교에 대한 가정 대책이 전무하기에 그나마 학교가 낫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해산하려면 완전 산개해야 옳다. 학원도, Pc방도, 가정집의 대문도 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소용이 없다. 경험을 통해 배운 진실을 외면하지 말자.


셋째, 아직은 발생 초기 단계이다. 앞으로 최소 일주일 정도 추이를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 점은 질병관리본부도 인정하는 것이다. 학교가 앞장서 휴업을 논하면 어쩌라는 말인가? 그 불안과 혼란을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는가? 지나칠 정도로 선제적 대응을 하라는 대통령 말씀은 옳지만, 그건 일단 방역 당국의 몫이다. 학교와 직장 등은 지역사회 전파 속도를 파악하며 조치해도 늦지 않다. 하루 이틀 추이를 본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교육부는 이렇게 했으면 좋았겠다.


일단 학교의 학사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교육부의 판단은 옳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내용을 종합하더라도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교육부의 조치에 대하여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발표 내용이다. 정상적인 학사 운영 방침을 밝혔더라도 불안해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이렇게 발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 학교는 정상적으로 학사 운영을 합니다. 다만, 학생 건강을 염려하는 다수 학부모님들의 민원을 검토한 결과 이번 전염병 발병을 천재지변으로 간주하여 자발적으로 가정학습을 선택한 학생들에 한하여는 학교장 허락으로 출석 인정을 하도록 할 방침이며, 이때 각 가정에서는 학생들이 Pc방이나 학원, 놀이공원 등 가정학습과 상관없는 장소에 출입하지 않도록 학생 관리에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경험을 통한 배움이 없다면 똑같은 실수와 허둥대는 대응 자세는 매번 반복될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교육 당국은 지금의 사태 전개를 차분히 관찰하여 향후 비슷한 사태가 재발될 경우를 위한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이번 사태 극복을 위해 이렇게 하면 좋겠다.


* 자녀가 걱정되는 학부모는 출석이 인정되는 '가정체험학습' 제도를 활용하자. 초중고등학교에는 '출석 인정 결석'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석, 법정 전염병으로 인한 결석, 가정체험학습으로 인한 결석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감염자가 아닌 경우라면 '가정체험학습' 제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연간 수업 일수의 10% 내에서(대략 연간 18일 정도) 연속 10일 이내 결석은 출석으로 인정한다. 간단한 사후 체험학습보고서를 제출하면 학교장이 출석으로 인정한다. 어떠한 불이익도 없다.


* 메르스 사태 등에서도 이미 확인되었듯이 학부모들의 요구는 크게 두 갈래로 갈린다. 학교 휴업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돌볼 수 없으니 학교에 학생을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이다. 가정체험학습는 지금과 같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고,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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