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고 직장을 향해 출발하는 순간, 가장 마음이 무거워지면서도 또 편안해지기도 하는 순간이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출근하기 싫어서 마음이 무거워지고, 다섯 식구가 북적대는 집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기에 또 편안하기도 하다. 어디서나 사람 대하는 게 제일 힘들다고 하지만, 유난히 사람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보다는 스트레스가 많은 나로서는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자 공간인 '출퇴근하는 차 안'이 가장 편안한 곳이다. 아주 작은 사고라도 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긴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말하고 싶으면 하고 말이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은 편하다. 혼자 있는 차 안에서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때론 이걸 기도라고 해야 하나, 싶게 넋두리와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고, 어쩔 때는 아무 말 없이 울기만 한다. 기도가 안 나올 때는 교회음악을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고, 그조차도 안될 때는 한숨을 푹, 쉬다가 아이고 하나님... 하고 읊조린다. 이것조차 하나님께서 '예배'라고 인정해 주신다면, 그렇다. 나의 출퇴근 시간, 나의 차 안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예배당이다.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하나님께 나의 기쁨도 즐거움도 상한 심령도 다 드릴 수 있는 시간이요 공간이다. 오늘도 나는 찌뿌듯한 몸을 겨우 질질 끌다시피 해서 집을 나섰고, 이중주차가 되어 있는 차의 차주에게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걸고, 좁은 주차장 안을 겨우겨우 빠져나가며 한숨을 쉬다가 "주님~"하고 넋두리 같은 기도를 시작했다. 나도 멋지게 찬양하고 성숙하게 기도하고 싶은데, 나도 떼쓰는 어린아이의 신앙이 아니라 장성한 분량의 신앙을 가진 자이고 싶은데, 내 작은 예배당에서 나는 여전히 떼쓰고 한숨 쉬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선다. 그러다가 또 문득 하늘을 보니 너무 이뻐서, "하나님 역시 살아계시네~"하고 감탄하며 감사한다. 이렇게 왔다 갔다 감정기복 심한 딸의 철없는 예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받아주셨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