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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질소셜클럽 Jun 17. 2024

"괜찮은 남자"의 종말은 이미 시작되었다

 남녀 교육 격차의 역전

출처: 국민연금공단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brazilclub/131

예전 포스팅에서 한국 남녀의 결혼율은 같은 도시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벌수록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결혼적령기 미혼 남녀가 비슷하게 버는 서울에서 혼인율 그리고 출산율이 가장 낮았고, 공돌이의 희망 울산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부모님 세대에 강하게 남아 있던 상향혼 문화가 아직 건재하다는 이유가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실제 한국 60-70대 기성세대 부부의 나이 차이를 보면 3-4살로 지금보다 더 나이 많은 남성과 결혼한 것을 볼 수 있으며, 당시 젊은 여성에게 주어졌던 터무니없이 적은 교육적, 전문적 기회를 생각해 보았을 때 대부분의 여성들이 "괜찮은 남자"와 맺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군대를 감안하더라도, 그 시절에 남성이 본인보다 4살이나 어린 여성보다 못 벌 확률은 적었습니다.


왠지 군복무 기간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일단 넘어가지 말입니다.


이러한 상향혼 문화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미국의 여성들 역시 참정권을 놓고 싸워야 했고 1960년대까지도 행정, 사무보조 외에 딱히 승진할 수 있는 커리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1960-70년대를 기점으로 여성의 삶에 한 가지 두드러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교육 격차의 역전


다음은 유럽 주요 국가에서 1954-1980년까지 남성 대비 여성의 대학/대학원 졸업률을 상대적으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놀랍게도 모든 국가에서 70-80년대를 전후로 여성 졸업률이 남성보다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점선 이상부터 여성 우위)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 역시 대학, 대학원에서 절반 이상의 학위 수여자가 여성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공부만 하는 너드(nerd) 남학생들을 풍자하는 내용이 자주 나오는데 실제로도 남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닙니다.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한국을 봅시다. 한국에서도 일반계고 대학 진학률이 여성이 높습니다. 수능 성적도 여성이 거의 비등하거나 약간 앞서는 수준이며, 내신에서는 소폭 우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여학생들의 놀라운 교육 성취도는 강남 엄마들이 딸은 남녀공학에, 아들은 남고에 보내고 싶어 하는 특이한 현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미 20년 전부터 대치동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이 1:1로 붙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커리어를 위해서 갈수록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대학원 진학률도 대체로 여성이 높습니다. 딱 하나 공학을 제외하고는 2023년 기준 대부분 전공분야에서 여성 비율이 더 높았으며, 교육, 간호 등에서는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왜 교육계에서 여성들이 이렇게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지는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이며, 서구권에서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녀 대학원 진학률, 2023년




교육 격차 = 임금 격차


잠깐 원론적인 얘기로 되돌아가보면, "정보화 사회"로 대표되는 2000년대 이후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습니다. 몇 년 사이에 시가총액 1, 2위가 뒤집히고, 스마트폰이 개발되어 전 세계인의 삶을 바꿔놓았으며, AI의 발전으로 일반인 수백, 수천 명의 일을 데이터센터의 힘을 빌려 5분 만에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제조업 위주의 기존 사회가 지식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을 마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유능한 분석력과 사고력을 갖춘 인재 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국은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이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몇 안 되는 사례에 속하며, 나머지는 모두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고등교육의 함정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양질의 인재들 없이 갑자기 혁신기업이나 신제품이 땅에서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즉 오늘날 고품질의 고등교육은 남녀 모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거의 필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녀의 교육 격차가 아예 전환되어 이제 여성 우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인류 역사에서 유례없는 일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불과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교육 격차는 대학 서열이 강력한 한국에서 곧 임금 격차로 이어집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가장 좋은 대학과 2분위 대학의 격차는 비교적 적은 편이나, 그 밑 대학으로 갈수록 격차가 두드러지게 벌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교육 성취도는 높은 확률로 연봉과 직결됩니다.





괜찮은 또래 남자는 없다

미란다TV


종합해 보면 OECD국가 대부분에서 발생한 여성의 교육 역전현상이 한국에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교육과 임금의 상관관계가 특히 강력한 한국에서는 미혼 여성들의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남성에 비해 강해짐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예전에 채용을 진행해 보면, 신입 직원을 뽑으려고 지원서를 보았더니 남성 지원자들은 대부분 갓 군대를 다녀와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 반면, 여성 지원자들은 스펙과 자소서가 뛰어났고, 인터뷰에서도 여러 번 연습한 것처럼 자연스럽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직원을 뽑을 때마다 계속되다 보니 인사팀에서는 "뽑을 남자가 없다..."는 소리까지 나왔습니다. 그때는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각종 통계를 보니 우리가 경험했던 채용시장이 이상한 게 아니었으며 오히려 전 세계적 트렌드임을 깨닫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결혼적령기 여성은 같은 나이에서는 더더욱 "괜찮은 남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대학원까지 마친 상태라면 오히려 미국, 유럽처럼 교육 하향혼(educational hypogamy)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적으로 남녀의 교육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입니다. 즉 부모님 세대처럼 3, 4세 이상의 남자는 되어야 최소 동급을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2024년 기준 한국에서 고학력 여성의 미혼율이 28%로 저학력 여성의 2배에 가깝게 높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결론: 고학력 여성일수록 동급의 남자조차도 만나기 어려워진다. 결국 고학력 여성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소수의 "괜찮은 남자"만이 결혼의 주도권을 갖는다. 남녀 모두 눈높이가 맞지 않아 결혼을 포기하는 비율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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