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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4. 2024

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10

258


258.


 부웅.


 길어져 버린 해무를 알리는 등대의 소리에 맞춰 뱃고동이 울리고 해무는 짙음을 더해갔다. 빠끔하게 붙어있는 횟감을 판매하는 곳도 대부분 철수하고 몇 집 밖에 장사를 하지 않았다. 는개와 함께 횟감을 보며 걸어가니 골목의 끝이 나왔고 그 끝은 바다로 이어지고 철썩철썩하며 어두운 밤의 바다가 부딪히는 소리가 시간의 저편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처절하게 들렸다.


 “찾고 있는 고기가 없는 모양인데 광어나 우럭을 사는 게 어때? 일반적인 것이 가장 바람직할 때가 있는데 말이야.”


 “당신, 정말 재미없게 말하는 덴 일가견이 있군요. 흥”라며 는개가 웃었다.


 “네, 찾고 있는 횟감이 있어요. 찾아내고 말 거예요. 제가 맛있는 회를 먹도록 해 드릴게요.” 부드럽지만 단호한 그녀의 말투였다.


 “이곳에서 회를 구입해서 가져가서 먹는 게 아니었어?”라는 마동의 질문에 는개는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마동은 어째서?라는 의아한 눈빛으로 는개를 바라보았다. 는개는 수족관에 둔 시선을 돌려 마동을 보더니 자신에게 맡겨보라는 말을 했고 마동의 팔꿈치를 잡고 이끌었다. 마동은 그녀와의 접촉이 있을 때 또다시 무엇인가 느껴지지 않을까 했지만 아무런 전조가 나타나지 않았다.


 흠.


 “여기서 회를 구입해 가져가서 먹으면 늘 먹던 맛과 같은 맛이잖아요. 오늘은 다른 맛을 보여드릴게요.”


 다른 회 맛이라. 맙소사.


 마동은 이미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언어로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난감했다. 마동과 는개는 꽤 넓은 수산시장에 있는 횟집을 대부분 돌아다녔다. 마동은 수산시장이 이렇게 넓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해무가 가득 들어찬 수산시장에서 활기찬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보이는 몇몇 횟집주인들은 그 속에서 삶의 어떤 무엇인가를 찾아서 전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치열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마동은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다양한 삶과 하나의 죽음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했다. 짠 내 나는 해무 속 그 하나하나의 삶이 모여들어서 비로소 문명을 이루고 있었다. 의사가 말했다. 그 문명 속에는 의사의 아버지도 포함되어 있고 의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문명이란 대단한 사람 몇 명이 모여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개미처럼 작은 개개인의 하루하루와 그 속에서 꿈틀대는 인간의 태동과 생각의 움직임이 쌓이고 집적이라는 관념이 만들어낸 거대한 공동체가 문명을 이루고 문명은 먼 후세들에게 전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 문명 속에서는 지금 옆에서 진지하게 횟감을 찾는 는개도 포함되어 있고 꺼져가는 마동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는개의 휴대전화에서 벨이 울렸다. 벨 소리는‘문 리버’였다. 그녀는 알았다며 조금 전에 지나쳤던 횟집으로 마동을 이끌고 다시 갔다. 힐을 신고 물웅덩이를 피해 수산시장의 바닥을 잘도 걸어 나갔다. 는개의 모습은 아마조네스의 모습처럼 질척이고 척박한 악마의 소굴을 헤쳐 나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숙달된 모습 같았는지 마동은 는개의 손에 잡혀 따라가면서도 몇 번이나 물웅덩이에 신발이 빠졌다. 두 사람이 도착한 횟집은 이십 분 전에 들렀던 횟집으로 는개에게 찾는 물고기가 이삼십 분 정도면 도착할지도 모르니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주었고 물고기가 도착을 해서 연락이 온 것이다. 마동은 전혀 그런 일들이 있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세상은 정말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군.


 게다가 수산시장에 온 지가 벌써 삼십 분을 넘어가고 있었다니 마동은 놀랐다. 는개가 찾는 물고기는 쥐돔과 아홉 동가리였다. 마동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그녀는 수학천재가 문제를 술술 풀어버리듯 횟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눈짓으로 마동에게 계산을 부탁했다. 마동은 처음 보는 물고기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아, 하는 표정으로 계산을 했다. 주인아저씨가 턱살이 접히며 웃었다. 계산이 끝나자마자 는개는 횟집에서 그 생선을 자르거나 토막을 내지도 않고 살아있는 그대로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마동에게 건넸다. 마동은 처음 아기를 안아보는 사람처럼 아이스박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안고 횟집을 나왔다. 해무는 방금 전보다 더 짙어졌다. 이 생선들을 직접 회를 친단 말인가? 정말 맙소사였다.


 “생선을 회 치려면 적어도 그에 맞는 칼이 있어야 해요. 당신 집에는 그런 칼이 없죠? 같이 최소 6개가 필요하지만 일단 채소도 구입해야 할 겸 마트로 가죠.”


 마동의 머릿속에서 6개의 회칼이 일어나더니 서로 쨍쨍거리며 자신이 회를 더 썰어댄다고 싸우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쨍그랑 쨍쨍.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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