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un 27. 2024

유월의 풍경

조깅하면서 담은 모습

유월 초부터 어제까지의 비슷한 곳의 조금씩 다른 풍경의 모습이다. 유월이 되면 개늑시에 하늘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결정체가 된다. 도화지에 그림 좀 그린다 하는 아마추어 화가가 멋지게 각각 채색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쪽 하늘은 동쪽 하늘인데(저기가 동해다) 분홍과 자줏빛의 색채가 펼쳐졌다. 거기에 고요가 세상을 덮친 것 같다.


오월의 금계국이 아직 유월 초에 붙어 있을 때다. 눈으로 볼 때는 몹시 멋진 풍경이었는데 사진으로 담는 순간 형편없어진다. 그게 아쉽네.


구름이 마치 부처님의 손바닥 같았다. 저 멀리서 제천대상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여의봉을 흔들며 날아올 것만 같다.


유월에도 비가 자주 내렸다. 그 사이에 맑은 날. 이런 날은 비 온 뒤라 대기에 가스층이 없어서 아주 맑아 보인다. 그러나 저 멀리 나뉜 충위로는 대기가 안 좋아 보인다. 이렇게 같은 지역인데 여기저기 날씨가 다른 경우가 어린 시절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저 일상이 되어 버렸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이다. 낮동안은 비가 쏴 왔지만 저녁에는 이슬비가 내렸다. 조깅을 하러 나왔던 날이다. 누군가 강가에 의자를 버려놨다. 도대체 누가 이런 곳에 의자를 들고 나와서 버릴까. 나 의자를 버릴래 하며 강변까지 나오는 사람의 상태는 어떤 모습일까. 아니면 엄청난 예술가라서 오브제 용으로 여기에 두었을지도 모른다. 다음 날에 사라진 걸 보면 말이다.


이 날도 비가 왔던 날이다. 땅바닥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저 멀리서 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오늘은 정말 붉게 붉게 타오른다. 신기하기만 하다.


이제부터 여름의 날로 젖어들었다. 일곱 시에도 날이 밝다. 달도 떠 있다. 마치 일큐팔사 안으로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달과 새와 하늘을 한 번에 담았다. 이런 순간을 포착하기에 폰이 최고다. 카메라라면 아마 뷰 안에 새는 없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새만 찍는 아마추어 사진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에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자신이 희귀한 꽃을 찍고 다른 사람들이 찍지 못하게 그 희귀한 꽃을 꺾어 버리는 일들이 많았는데 요즘도 그런 사람은 늘 그렇다고 한다.


이곳은 국가정원의 한 곳인데 이곳으로 조깅을 했다. 보통 달라는 코스의 반대쪽이다. 사람들이 많아서 잘 안 오려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가끔 이쪽으로 달리게 된다.


이 날도 비가 오는 날인데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저녁의 하늘은 노을이 빛나고 있다. 달리다가 뒤로 돌아서 보니 하늘이 저래서 사진을 담았다. 조깅 코스에서 하늘에 대고 사진을 담고 있으면 사람들 역시 멈춰서 하늘을 본다.


어제의 서쪽 하늘이다. 그야말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노을을 볼 수 있을 때 실컷 보자. 매년 보는 노을이지만 매년 색다르다. 노을이란 어떻게 이렇게 불타오르는 것 같을까.



오늘의 선곡은 밍기뉴의 그대의 차가운 손 https://youtu.be/bQVDCFEK9Kw?si=2DqnBKLlGkjSDQhX

미러볼 뮤직 - Mirrorball Music
매거진의 이전글 마당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