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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수필

미리 크리스마스

11월의 성탄절

by 교관


라디오에 캐럴을 비롯한 따뜻한 음악이 나온다. 겨울이라 그렇다. 곧 크리스마스라 더 그렇다. 요즘은 길거리에서 캐럴이 소멸했지만 겨울이면 거리에 캐럴이 왕창 흘러나올 때가 있었다. 그게 정말 오래전 같이 느껴진다. 2016년도인가 배캠에서 배철수 디제이가 캐럴이 흘러나오지 않는 겨울의 거리가 쓸쓸하다는 뉘앙스로 멘트를 했었다. 10년 정도가 지나는 동안 이제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캐럴이 나오지 않는 게 당연시되어서 어쩐지 따뜻함도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더 분노하고, 더 삭막하고, 더 폭력을 휘두르는 것만 같다. 겨울의 따뜻함을 느끼려고 끈을 놓지 않고 꽉 잡고 있다. 이 끈을 놓치면 나 역시 분노와 폭력의 바닷속으로 휩쓸려 가버릴 것만 같다. 바람이 불었다. 겨울의 바람이었다. 겨울바람은 당연하지만 차고 시리다. 겉 옷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있다. 나의 살갗까지 와서 닿는다. 순간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든다. 그런 바람이 존재한다. 지금은 당연시 여기던 것들이 허물어지거나,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당연하던 크리스마스 시즌에 캐럴이 거리에 나오지 않아도 이제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당연하게 되었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것이 뭔지 이제 애매하다. 누군가 당연히 그래야죠,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당연하다는 건 언젠가는 당연하지 않게 된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은 쌀쌀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황금빛 햇살이 강으로 떨어졌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이 아름다운 모습은 금방 사라진다. 아, 하는 행복도 금방 사라진다. 당연할 것 같았던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그렇지만 살아있는 이상 앞으로 나가야 한다. 일어나기 싫어도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외면하는 순간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캐럴을 듣자. 어떤 캐럴이 좋을까.


https://youtu.be/AN_R4pR1hck?si=ffqUz4xB4Dy03ofG

Andy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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