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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

지루한 일상이지만

by 교관


바다의 끝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조용한 하루였다.

침묵이 겹겹이 내려앉은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서풍이 불어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저녁노을의 그림자처럼 은은한 빛을 받으며 영혼이 그 빛에 사로잡혀 간다는 것이 보였다.

짧지만 압도되는 순간의 풍경.

그렇게 바닷가의 벤치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며 바람을 느끼고 햇살을 받고 시를 읽었다.

바람에 취하고,

햇살에 취해 박정대의 시가 살아서 움직이는 착각이 들었다.

시인의 시는 슬라브식 연애를 하며 끊임없이 분열을 하는 세포처럼 혁명을 갈구했다.

우리는 이런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재미없는 이 일상이 깨지지 않게 악착같이 일상의 끈을 잡고 있다.

사랑하는 일상이 한 번 깨질 뻔했는데,

하찮지만 소중한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 의해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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