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 클레어 Oct 21. 2024

브라우니 선물

존재가 주는 기분 좋은 감동

우리 집은 주지하다시피 고양이 2마리를 키우고 있다. 엄마 고양이 '멍지'와  막내아들 고양이 '브라우니'이다. 브라우니는 처음 태어날 때, 내가 받아냈다.


우리 집에는 10년 넘게 키운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스코티쉬폴드 종으로 멋지고 예쁘게 생겼다.

엄마인 멍지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우리 집에 입양되었다. 모태에서부터 꼿꼿한 고양이로 태어난 듯, 매사에 주인들을 왕따 시키며 나 홀로 살이에 익숙하다. 그래도 귀여움을 받았다는 것이 그녀의 묘한 매력이랄까. 멍지는 나름 고양이 족보가 있는 데다가, 멍지의 엄마는 러시아 예쁜이 콘테스트에서 상까지 받았다. 남동생이 운 좋게 아주 싼 대가지불로 모셔온 냥이시다.

꼿꼿하다는 것은 동시에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자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인 식구들에게 쿠사리 먹을 일이 없으니 내내 꼿꼿한 것이다. 에헴.

멍지는 우리 집에 입양되고 1년 반 만에 자식들을 낳았다. 세 마리는 다른 집으로 입양이 되었다. 우리 집안 살림에 꽤 보탬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처음에는 모두 입양시키려 했는데, 엄마인 멍지가 우울증에 걸릴까 봐 막내아들인 브라우니는 남겨 두었다. 실은 내가 남동생에서 생돈을 주면서까지 직접 키우겠다고 했다. 우리 집에서 브라우니의 실질적인 주인이요, 책임자가 내가 된 셈이다.

남동생은 브라우니를 포함 고양이 네 마리를 입양시키고 돈 챙겨서 호주로 가서 10년째 안 들어오고 있다
(농담이고요, 호주에서 개인 사업 중이에요)

출처: 청년 클레어 아주 잘 했쪄! (브라우니 편)  



엄마 멍지와 아들 브라우니. 가끔 아들이 아부지 같이 더 커버렸다.
브라우니의 3명의 누님들. 다들 다른 집으로 입양돼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한다.



브라우니는 그저 한 마리 고양이나 내겐 소소한 기쁨을 준다. 오늘 월요일 잘못하면 조금 늦게 일어날 뻔했다. 어제 일이 있어 평소보다 1~2시간 늦게 잔 여파인 듯하다. 내가 원래 일어나는 시간인 새벽 4~5시대에 안 일어나니, 브라우니가 급기야 새벽 5시 20분부터 알람처럼 울부짖었다.


참고로 브라우니는 앵앵 소리를 내긴 하나, 평소 대놓고 야옹야옹 연속적으로 우는 일은  그닥 없다. 얼마나 기특한지, 예전에도 내가 늦게 일어난다 하면, 목청 높여 살아있는 알람 역할을 몇 번 해주었다. 이리 사랑스러우니 바쁜 와중에도 멍지와 브라우니에게 추르를 챙겨주고 출근길에 오를 수밖에. 


아래 사진들은 어제 해외출장 중인 짝꿍이 심심할까봐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이번 카톡대화도 기회되면 글로 써서 공유할 생각이다. 가족 단톡방에도 올려서, 가을 옆구리 시린 분들 즐기시라며 공유드렸다.


멍지는 옷 입는 것을 싫어해 하악질 하며 도망가기에 존중하되, 이번엔 아들 브라우니가 대신 모든 수고를 다 다. 뿌잉뿌잉 :)



내가 책임지고 키우기로 한 브라우니. 주인인 나는 사실상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것이었고 브라우니는 인간 세상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집사와 고양이 모두 좌충우돌이었다.

앞서 말한 멍지는 조용하고 세련되게 자라는 반면 브라우니는 사고를 자주 쳤다. 처음에는 그때마다 브라우니를 말로 타일렀지만 극성스러운 사고들은 그치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다루듯 엉덩이를 몇 번 매매했다. 처음 2번은 주인의 의중을 알고 자숙하는 듯했으나 잡음은 여전했다.

나는 초보 집사로서 나의 교육 철학에 자부심을 느끼며, 세 번째로 브라우니 엉덩이를 매매하던 날 사달이 나고 말았다. 브라우니가 내 팔목을 아주 쌔게 물어버린 것이다. 피가 꽤 많이 나서 바로 병원 가서 치료받고 와야 했다.

초보 집사인 나는 대형 사고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놀라고 서러운 마음에 가족 단톡방에 나의 피해 현황을 팔목 사진과 함께 올렸다. 오빠는 브라우니를 집에서는 유배(쫓아냄) 내지는 사형(안락사) 시키라며 화를 엄청 냈다.

출처: 청년 클레어 아주 잘 했쪄! (브라우니 편)  
그냥 조금 다쳤다고 올린 건데, 브라우니가 이렇게 수세에 몰려 벼랑 끝에 설 줄은 몰랐다. 그제서야 인터넷에서 고양이 양육에 대해서 검색해 보니 내가 잘못했던 거였다. 고양이에게 매매를 때리면 공격성이 생긴다고 한다. 훈육이 필요하면 목소리만 높여 말해도 고양이들은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날 가족들한테 쿠사리를 왕창 먹고, 구석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브라우니를 무릎에 앉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브라우니야, (나는) 너를 용서해.
그리고 나도 잘못했어.
주인이 고양이 키우기로 했으면 집사로서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매매 맞아서 서럽고 화가 났지?
내가 너 미워서 그런 게 아니고 네가 너무 괜찮은 고양이인데, 가족들에게 욕먹는 게 안타까워서 그랬어. 너도 화 풀어? 알겠지 "

정말 사람에게 말하듯 고양이를 품에 안고 다독이며 대화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진짜 피곤해 곯아 떨어지지 않는 한 거이 매일 행하는 의식이 생겼다. 나는 매일 브라우니를 안고  하루에 한번 이상 아이컨택을 하며 주문을 외듯 말했다.

"브라우니야, 너는 칭찬받는 고양이가 되어야 해. 알겠지?"

그리고는 품에 안아주고 가끔은 머리에 뽀뽀도 해주고 엉덩이를 두들겨 주었다.

그 후로 조금씩 나아진 브라우니는 10년이 지난 지금은, 가족들에게 쿠사리 보단 칭찬을 더 많이 듣는 고양이가 되었다.

ㅡ 중략 ㅡ

나는 우리 브라우니를 보며 동물도 인간의 진심 어린 말에 교감할 수 있고 심지어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출처: 청년 클레어 아주 잘 했쪄! (브라우니 편)  









※제 짝꿍은 브런치 작가활동은 전혀 하지 않아요. 비슷한 필명'들'에 헷갈리지 마셔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