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닐 도쉬 & 린지 맥그리거 지음
대학교 4학년 2학기, 실기사(실습 기관사)로 실습을 갔다(그게 벌써 4년 전이다). 실습기관사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무사히 합격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한 기분은 열정으로 이어졌고, 열정은 나를 감쌌다. 그리고 부산 신선대 컨테이너 부두에서 승선했다. 승선 이후로 깊은 수면을 할 수 있는 날은 월요일 단 하루, 부산을 출항하여 도쿄까지 가는 그 날만이 6시간 끊기지 않고 잠을 잘 수 있었다. 물론 기계가 정상적이었던 날만 말이다. 다른 날들은 토막 잠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렇게 한 달을 생활하니 포근한 이불 같던 열정은 물에 흠뻑 젖은 솜이불처럼 무거워졌다. 이렇게 열정은 쓸모가 없어졌다. 열정을 벗어던져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그렇게 생활하던 어느 날, 기관실 순찰을 돌고 있던 중에 돌아가는 프로펠러 축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저기에 내 몸을 던지면 편안해지겠지?
하지만 몸을 던지지 않았다. 피곤해 죽을 것 같아도 정작 죽는 게 두려웠나 보다. 죽지 않으려면 정신을 차려야 했다. 정신을 차리니 좋은 문화를 가진 조직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성장하기로 결심했다.
"성장 동기는 업무에서 오는 (직접적 결과가 아닌) 이차적 결과가 자신이 믿는 가치와 신념에 상응할 때 발생한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닐 도쉬 & 린지 맥그리거, P.38
좋은 조직 문화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에서 생긴 성장 동기로 실습 기간을 버텼다. 그리고 6개월 후, 기관사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기간을 채우자마자 도망치듯이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의 회사에 취직했다.
승선 전 미팅을 하였던, 몇 년 전 어느 날, 그곳에서 '000 이가 분노조절장애라서 넌 조심해야 할 거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승선 생활,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다양한 비속어가 존재하는지 몰랐다. 술이 그분의 몸속을 장악한 날에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었다. 그렇게 그저 그분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일을 했다. 그저 '정서적 압박감'으로 일을 했다.
"'정서적 압박감(emotional pressure)은 실망, 죄의식, 수치심 등의 감정으로 인해 어떤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때 나타난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닐 도쉬 & 린지 맥그리거, P.39
그렇게 대부분의 일들을 눈치 보며 처리했다. 하지만 정말 무서웠던 사실은 내가 그분처럼 밑에 사람들에게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렇게 10개월의 승선 생활을 마치고 곧장 정신건강의학과를 알아보았다. 집 근처에 병원이 있었고 가족들 몰래, 여자 친구 몰래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2개월 정도 병원을 다니다가 다시 배에 올라가게 되었다. 병원을 갈 수 없으니 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심리 책들을 가지고 승선했다. 그때부터 책에게 의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 속상한 일들이 있으면 책부터 찾았다. 그곳에서 책은 유일한 멘토이자 선생님이었다. 편견에 사로 잡혀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지 못하고, 그저 사람에 대한 평가와 근거 없는 비난을 하는 리더를 만났을 때도 책에게 의지했다. 이렇게 '과실 편향성'에 사로 잡힌 리더들은 잘못된 조직문화에서 무의식적으로 습득한 나쁜 습관을 자신과 일체화해 버린 것 같았다.
"문화란.. (중략)...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뻔히 눈에 띄는 곳에 숨어 있는 것과 같다.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닐 도쉬 & 린지 맥그리거, P.10
계속해서 책을 읽고, 글로 쓰다 보니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선박기관사라는 일은 선적항에서 화물을 싣고 하역항까지 안전하게 운송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선원들이 안전하게 승선을 할 수 있도록 기기들의 결함을 방지하고 관리한다. 이러한 의미들은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었고, 즐거움이 되었다. 지금은 선원 안전과 바다 환경 보호를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이제 마지막으로 6개월 승선 생활한 후에, 2020년 9월부터 스웨덴에 있는 세계 해사대학(World Maritime University)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후에는 국제해사기구에서 기술협력 행정관으로 일을 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세계 해양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며,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지 알려준 멘토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 지음)'를 만나게 해 준 '빡씽부 with 공부쟁이' 모임에 정말 감사하다.
'흘러가는 대로 살지 말고 계획하는 대로 살아라.'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아마 리더가 아닐 것이다. 고용주와 맺어진 계약으로 일을 하고, 조직에 소속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정말 정말 운이 좋아, 좋은 리더가 만들어 놓은 조직에 속하여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좋지 못한 조직문화에 속하여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저 '어제도 일했으니 오늘도 일을 할 뿐이다'라는 타성에 쩔어 자신을 통제하게 둘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말기를, “적극적으로 스스로 자신의 총동기를 관리하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당신도 리더가 될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