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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 Aug 23. 2024

당신이라는 위로

마음이 복잡할 때면 바다를 찾았습니다.

마음이 지치거나 힘들 때면 바다를 찾았다. 그것이 아무리 늦은 밤이나 새벽일지라도, 끓어오르는 마음을 식히기 위해서라면 나는 언제든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당신은 내가 “바다를 보러 가자”라고 할 때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나와 함께 떠났다. 때로는 따뜻한 차를 나눠 마시며, 때로는 오래된 노래를 따라 부르며. 


먼 길을 달려 도착한 해변에 앉아 내가 하는 것이라곤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뜨거웠던 마음을 식히며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그리고 당신은 이런 나의 곁에 앉아 식어가는 나의 손을 잡고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곁을 지켜 주었다. 


나는 그게 바다가 주는 위로라고 생각했다. 몰아치는 파도가 내 근심걱정까지도 부숴 버린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더욱 바다를 찾았다. 


얼마 전, 당신이 떠났다. 그리고 나는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하루하루를 헤맸다. 아무리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이 너무 그리워 어찌할 줄을 모르던 나는 다시 동해 바다로 떠났다. 세 시간쯤 달려 도착한 밤바다.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나는 다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차올랐고 머리가 복잡했다. 아무리 오랜 시간 바다를 바라보아도 내 마음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그저 외로웠고 쓸쓸했다. 


차가운 모래 바닥에 앉아 당신을 그리다 깨달았다. 정처 없이 헤매던 나를 달래주었던 건 이 바다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내 곁에 머물렀던 당신이었다는 것을. 차갑게 식은 내 손을 말없이 잡아주고, 들썩이던 내 어깨를 다독이며 눈물을 닦아주었던 당신이란 존재가 내게 그 어떤 것보다 큰 위로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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