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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GXING Feb 14. 2024

설날에 먼 홀로 자전거 여행? 어머니 뵈야지!

[대만 생활] 2024년 설 이모저모, 타이베이의 새로운 인연?

2월 7일 설날 귀국 항공편을, 일주일도 남지 않은 2월 1일에야 구매했다. 대만의 설, 춘절 연휴는 2.8(목)부터 시작하기에 7일 오후 2시간 휴가 내고 저녁 항공편으로 한국에 들어가는 일정이다. 


1월 30일까지만 해도 이번 설은 그냥 대만에 머물겠다 했다. 지난해 12월 어머니 팔순 때 찾아뵙진 못했지만 한 달 전에 아내와 아이가 한국에 다녀오기도 했고 대만에서 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 


대만 사람들은 일생에 3가지를 꼭 해보고자 한단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말이다. (자전거) 환도, 대만의 제일 높은 산인 옥산 등산, 호수 일월담에서의 수영이다. 환도에 보통 9일 정도 걸리니 이번 춘절 연휴 기간 그 맛보기를 하려 했다. 대만에서 이러저러한 운동에 푹 빠져 있었고 자전거 사이클링에도 발을 들여놓고 있던 차에 환도는 기억에 남을 일이다 싶었다. 자전거와 각종 장비 구매부터, 일일 코스, 숙박장소 등을 유튜브와 각종 사이트를 뒤져가며 알아봤다.   


2024년 설, 자전거 대만 환도 여행을 해보려 했으나 나중으로 미뤘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으로 ‘자가 검열’을 하긴 했다. ‘한국 안 들어가도 되나?’라고 말이다. 명절이면 아무래도 어머니가 기다리실 거고, 큰누나, 작은누나 바쁠 거다. 그래도 그냥 어머니한테 그랬다. “어무이! 저 이번에는 대만에 머물게요” 어머니도 그랬다. “그래라, 나중에 일 있을 때나 와” 


허나 결국 ‘자가 검열’을 이기진 못했다. 1월 31일, 설날인데 먼 놈의 혼자 자전거 여행이냐, 한국에 다녀와야지 싶었고, 다음날 2월 1일 바로 항공권을 끊었다. 카톡으로 “어무이~! 설날 때 어무이 만나러 갈게요 ㅋㅋㅋ~”라고 남겼고 누님들은 “와~~ ㅎㄱ 온다네~~”라고 화답했다.  


설 연휴 전날인 2월 7일은 하루 종일 정신없었다. 오후 4시부터 휴가도 내야 하는지라 각종 업무 처리를 서둘렀다. 그러곤 공항 가는 철도에서 노트북으로 잔무 처리하고 공항에서는 마무리 하지 못한 업무를 계속했다. 한국은 8일도 근무일이다. 본사에서 보고서 제출을 기다리는지라 부득이 서둘렀다. 해외 근무를 하게 되면 현지 휴일 보다는 본사 쉬는 날이 보다 중요할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이미 지났다. 지하철은 끊겼다. 지역은 차치하고 우선 서울로 들어가자. 허나 아뿔싸 00:15분 서울역행 버스표를 끊었으나 선착순 탑승을 몰랐다. 만석이라 1시간을 더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내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


그때 같은 항공편을 타고 왔던 젊은 대만인이 조심스레 물어온다. “어디까지 가세요? 서울 들어가는 거면 같이 택시 탈래요?” 그 친구나 나나 공항버스 탑승권을 어디서 사야 하는지 몰라 잠시 허둥대던 때 고맙게도 탑승권 구매를 도와주던 다른 대만인도, 택시 탈 거면 동석해도 되냐고 물어온다. 서양인 2명도 자기들도 함께 가도 되냐고 물어온다.


모두 5명이라 일반 택시를 이용할 수 없을 터, 대형 택시 기사분이 제안해 오신다. 12만원으로 서울역 가잔다. 하차 지점이 홍대, 충무로, 명동 이렇게 다르기도 하거니와 비용이 비싼 건지 아닌지 감도 없어 주저하고 있으니, 하차 지점 모두 들르고 10만5천원에 가자신다. 오케이 했다. 


서양인들은 알고 보니 영국인이다. 마닐라에서 한국에 여행 왔단다. 아내가 매년 한번은 영국 솔리헐에 가는 지라 그러저러한 영국과의 인연을 얘기하니 그 친구들이 놀란다. 그들 집이 솔리헐이란다. 솔리헐에 거주하는 아내 지인 집 주소를 얘기하니 걸어서 10분이다. 그들도, 나도 “좁은 세상”이라고 신기해 했다. 


매년 아내와 아이가 가곤 하는 영국 솔리헐의 거리 모습


예의 바르고 착한 대만인들은 모두 20대의 젊은 친구들이다. 춘절 휴가를 한국에서 보내려 왔다. C.H.라는 친구는 지난해 갓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 이미 부모님은 한국에 오후에 들어와서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나 나나 퇴근 후 늦은 비행기를 이용해 입국했는지라 서로 “불쌍한 직장인들”이라고 웃어댄다. 여행지에서 만난 기분 좋은 인연에 마음도 넉넉해진 듯하다.


또다른 대만인은, 대만인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인이었다. 물론 내가 구별 못한 것이겠으나 어쩜 중국어를 그리 잘하는지! Rika라는 이 친구 또한 유쾌하다. 보통 중화권 사람들에게 내 성을 얘기할 때 ‘황금에서 금과 같은 한자인 김’이라고 얘기하곤 하는데 그걸 듣고는 “황금哥哥(오빠)”하고 부른다. 타이베이에서 5년 거주 중이란다. 한국어를 곧잘 한다. 자카르타 세종학당을 다녔다. 한국이 4번째라는 이 친구는 이날 새벽에 KTX 타고 포항으로 이동할 예정. 배낭여행객 특유의 의욕과 설렘, 기대가 나에게까지 느껴진다.


대만 친구들은 모두 타이베이에 거주하고 있다. 라인을 교환했다. 차후 기회 되면 타이베이에서 얼굴 보자는 인사로 헤어졌다. 타이베이에서 만나면 신기할 듯.


어머니 댁에 도착하니 목요일 새벽 2시가 넘었다. 어머니가 일어나 계신다. 아들내미 온다고 깨셨다. 6개월여 만에 뵙는 듯하다. 오길 잘했다. 


일요일 저녁 귀국까지 분주한 시간이다. 목요일에는 신촌 병원과 한의원에, 금요일에는 원흥에 있는 병원에 어머니 모시고 다녀왔다. 사촌형도 잠시 만나고 처가댁에도 다녀왔다. 설날에는 아버지 제사를 모셨다. 지난해 추석부터 아버지 제사를 절에서 모시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0여년이 흐른지라 평소 다니던 절에 모시자고 어머니가 정했다. 어머니 댁에 온 큰누나, 작은누나네도 만났다. 반갑다.


저녁에 집근처 산책도 해본다. 익숙한 공간인지라 편하다. 다만 지난 1년간 거의 매일 조깅을 하는데 설 기간에도 해보려 했으나 이것은 패스. 한국 겨울이 춥긴 하다. 원당의 밭에도 잠시 다녀왔고 집근처 서점도 들렀다. 매끼 식사는 주로 집에서 해결. 어머니가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지라 외식보다는 집에서 먹는다. 청국장과 두부조림, 불고기, 물김치 등이다. 먹는 걸 좋아하지만 대만에서도 집에서는 한식인지라 특별히 무엇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하루 저녁은 횟집에서 해결했다. 어머니의 낙지 탕탕이 사랑에 말이다. 


오랜만에 집근처 스타필드 구경


부모는 그런가 보다. 자식을 보면 무어 그리 걱정거리가 많으신지. 쉴 새 없는 ‘머 조심해라’ 소리에 설날이 후딱 갔다. 해외에 있다 보니 염려를 더 하시는 듯. 하긴 와이프도 애한테 하는 ‘잔소리’를 생각하면 어머니의 ‘온갖 당부 말씀’은 머 특별한 건 아니다.     


일요일 저녁이다. 공항버스 시간에 맞춰 나선다. 어머니와 누나들과 함께 하는 카톡방에 다들 건강 잘 챙기라는 메시지 남기고 비행기 탑승. “담이 언제가 될는지 담에 보자”는 큰누나, “바쁘게 왔지만 정말 반갑더라 엄마 좋아하셔서 나도 맘이 너무 좋고”는 작은 누나. 어머니도 당부 한 말씀, “조심히 가라 마스크 챙겨” 


이렇게 설날이 지나갔다. 


아 그 대만 친구들과는 정말 타이베이에서 다시 볼 것 같다. Rika는 타이베이 세종학당에서 다시 한국어 배우겠다며 타이베이에서 보자는 문자를 보내왔다. C.H도 이제 체크아웃 한다며, 대만에서 보자는 내 말에 “꼭 봐요!”라고 화답한다. 대만 2년차 새로운 인연인 듯하여 ‘빙그레’다.  


설 연휴 기간 대만의 날씨는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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