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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은 과연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북한관광 21개 장면 중 열여섯 번째] 북한의 관광을 통한 경제개발전략

by KHGXING

어느 나라나 국가의 부 증대를 위해 경제성장과 발전에 애쓰는 것은 매한가지. 북한이라고 다르지 않다. 다만 전략과 방식에 차이가 있다. 경제개발 전략과 방식은 각 나라의 발전단계와 주어진 조건 등에 따라 다양할 진대 거기다 북한은 국제제재라는 커다란 걸림돌이 있다.


이러한 경제개발 전략과 방식은 다양한 수단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북한의 산업구조를 통해서도 개괄적인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어느 산업의 비중이 큰지, 비중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면 북한의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북한의 각 산업 비중은 어떠한가.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북한 경제성장률 자료에 따르면 북한 국내총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산업은 서비스업으로 30.9%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업은 정부부문과 기타, 즉 ‘도소매 및 숙박음식, 운수 및 통신, 금융보험 및 부동산’으로 구분되는데 정부부문이 24.3%로 압도적이다. 기타는 6.7%이고.


다음으로는 광공업. 30.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서비스업과 별 차이가 없다. 광공업은 다시 광업, 경공업, 중화학공업으로 나눠지는데 각각 9.0%, 6.9%, 14.7%의 비중이다. 세 번째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부문은 농림어업으로 22.0%이고 네 번째는 11.0%의 건설업이다. 분류항목 가운데서는 전기가스수도사업이 5.4%로 가장 작다.


보통 북한의 기본적인 산업구조 정보는 딱 여기까지다. 세부적인 데이터를 더욱 엄밀히 알 길은 없다. 북한은 세부적으로, 체계적으로 자국의 각종 통계를 발표하진 않기에 말이다. 이러다 보니 관광산업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더욱이 알기 어렵다.


그렇기도 하거니와 관광산업의 포괄범위가 국가별로 다소 다르기도 하다. UN의 관광위성계정 관광상품분류나 세계관광기구(UNWTO)의 관광활동 국제표준분류가 국제적인 기준이 되기는 하지만 국가별로 자국 상황에 맞게 조정해서 활용한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경우 관광진흥법상 관광사업분류나 관광산업특수분류의 포괄범위는 글로벌 기준과 일치하진 않는다.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관광산업이 각국의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고 또한 높아가고 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C)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2019년의 관광산업이 경제성장에 끼친 기여도는 전세계 평균 10.4%였다. 낮지 않은 수치다.


북한에서 관광산업이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 물론 알기 어렵지만 앞서 밝힌 산업비중에서 서비스업의 기타 부분이 관광산업을 포함하고 있을 터이고 건설업에서도 관광 건설업은 관광산업으로 분류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 정권에게도 관광은 허투루 볼 부문이 아닐 터다. 실례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북한 경제에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지 상상 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 관광산업에 긍정적 시각. 관광업에 선대와 다른 접근


게다가 외자유치가 매우 어려운 북한의 현실상 외화수입창출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부분이 관광산업이라는 점에서 북한에게 관광은 의외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제제재 속에서 경제성장의 루트가 상당부분 막혀있는 가운데 그나마 제재의 틀을 벗어나 운영 가능한 관광은 그래서 더욱 가치 있을 터이고. 이러다 보니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면서 관광업에 집착을 보일만하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관광을 체제선전 차원이 아니라 산업, 외화수입창출 부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자신의 선대와 달리 관광상품도 선전효과가 있는 대상만이 아니라 자연, 휴식, 체육, 모험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의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2013년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의 김 위원장 발언이다. 그는 “원산지구와 칠보산지구를 비롯한 나라의 여러곳에 관광지구를 잘 꾸리고 관광을 활발히 벌리며 각도들에 자체의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들을 내오고 특색있게 발전시켜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북한 스스로도 “관광업발전에 큰 힘을 넣고” 있다고 인정하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앞서 북한이 금강산관광지구를 남측과의 협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주도 하에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고 선포한 것은 2010년대 이후 북한의 방향설정을 사실상 내비친 것이었다. 북한은 2011년 4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를 내옴에 대하여’라는 정령을 발표한 뒤 같은 해 5월에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 공포했는데 이를 통해 2002년 11월 채택한 금강산관광지구법을 대체했다. 금강산관광지구법을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으로 변경한 것은 금강산관광지구를 ‘남북’관광지구가 아니라 ‘일반’관광지구로 바꿔 국제관광지구화하겠다는 의도를 표명한 것임과 아울러 독자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북한은 아울러 2016년 5월 개최한 노동당 제7차 당대회에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밝히면서 개혁개방과 관련한 대외경제부문에서 ‘경제개발지구와 관광 활성화’를 언급하면서 관광을 통한 외자유치 경제개발 정책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2019~2020년 김 위원장의 금강산지구내 남측시설 철거 요구도 다양한 배경 하에서 이뤄진 것이겠지만 독자개발하겠다는, 이를 통해 경제개발을 서두르겠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관광을 통한 경제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은 관광목적의 경제개발구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북한의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 개발 현황은 다음과 같다.


북한의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bmp [출처] 통일교육원, 『2020 북한 이해』(서울: 통일교육원, 2019.12), p. 196.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에서 관광은 주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다. 경제개발구법에 따르면 제2조에 ‘경제개발구 유형’으로 공업개발구, 농업개발구, 관광개발구, 수출가공구, 첨단기술개발구 등 5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또한 제49조에서는 ‘관광업’ 관련 조항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경제개발구에서는 해당 지역의 자연풍치와 환경, 특성에 맞는 관광자원을 개발하여 국제관광을 발전시키도록 한다. 투자가는 정해진데 따라 관광업을 할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28개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에서, 관광을 핵심 테마로 하는 관광개발구는 무봉국제관광특구, 신평, 온성섬, 청수 등 4개다. 또한 관광 성격을 포괄하는 경제개발구는 전체 28개의 64%에 해당하는 18개나 된다.


2010년대 이후 북한이 관광개발을 통해 경제성장을 의도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양덕온천지구, 삼지연관광지구 등 3대 관광지 개발사업이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앞서 다른 글에서 살펴봤듯이 올해 2025년 6월 개장하는 대규모 리조트 관광지구다.


양덕온천지구(양덕온천문화휴양지)는 평안남도 양덕군에 위치한 휴양지로 2019년 12월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개최했다. 실내외 온천지구, 스키장과 승마장 등의 체육문화시설, 숙박시설, 편의봉사시설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북한 언론은 수시로 북한 주민들의 이용 소식을 홍보선전해 왔다. 코로나 확산 전에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평양고려국제여행사가 예약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외래객 유치사업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지연관광지구(삼지연시꾸리기)는 양강도 백두산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4년이 걸린 끝에 2021년 12월 3단계 공사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2단계 준공식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데 이어 2021년 11월에는 코로나 기간임에도 드물게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다시 나간 바 있다. 2022년 1월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도 삼지연시 3단계 공사 완료 소식이 거론되며 농촌마을의 생활문화환경 변모 본보기로 소개되고 있다.


북한이 3대 관광단지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는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횟수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갈마지구는 최소 6회, 삼지연지구와 양덕지구는 2018년 이후 각 7회 방문했다.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를 통해 국가차원에서 강조하는 바를 시각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는데 동일 장소, 동일 관광지구를 이렇게 단기일내에 반복해서 현지지도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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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관광지구(왼쪽)와 양덕온천지구(오른쪽) 전경


북한의 관광을 통한 경제개발전략, 이전과 달라져. 외화수입창출에서 단지개발, 외자유치까지


북한의 관광을 통한 경제개발전략은 이전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외래관광객을 유치해 외화수입을 창출하겠다는 정도에 국한됐다면 김 위원장 이후에는 휴양관광단지 등 관광단지 개발을 통해 건설산업, 교통인프라 개발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차원으로 고도화됐다. 또한 투자를 유치해서 종국적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이렇게 건설된 관광단지에는 물론 외래객을 유치함으로써 관광이 경제성장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투자 유치는 다른 문제다. 국제제재가 그물망처럼 촘촘한 가운데 북한이 투자 유치를 받기는 난망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기대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실제 김춘희 국가관광총국 관광홍보국장은 2019년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관광인프라 확충을 위해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일부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다. 현재는 답보상태긴 하진 말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원산갈마공항 리모델링. 북한은 원산 갈마비행장을 리모델링해서 2015년 11월 원산국제공항으로 재개장했다. 공사비는 중국 화교자본인 홍콩 PLT가 약 2억달러를 투자했단다. 여객터미널은 길이 400미터, 폭 110미터의 주기장에 2개의 탑승교를 보유하고 있고 전체 면적은 약 13,000㎡이다. 청주국제공항의 국제선 터미널(14,406㎡)과 비슷한 규모다. 1일 2~3천명 이용객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간 120만명의 승객 이용이 가능하다. 한편 미국의 캠핀스키 호텔 리조트그룹은 2011년에 원산 갈마비행장 현대화를 포함한 금강산 관광특구 개발을 모색하기도 했으나 실행되지는 않았다.


북한의 관광 관련 경제개발구에도 일부 투자가 이뤄지거나 계획됐다. 대표적인 것은 온성섬관광개발구. 북한과 중국 연변자치구 투먼시는 2013년 12월 투자에 합의한 뒤 2014년 이후 개발을 시작했다. 이 지역은 중국 투먼시의 중국측 개발구와 북한 온성군 온성섬 구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중국 조선족 문화와 북한 문화를 주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은 투먼시가 50억 위안(한화 약 890억원)을 투자해서 둘레 2.5km에 면적 930만평 규모의 골프장과 수영장, 승마장, 식당 등을 건설하겠다는 것으로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 이에 2014~2015년 개발구 남쪽에 동서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건설했고 기존 도로는 새 단장을 하는 기초공사가 이뤄졌다. 다만 여기까지였다.


무봉국제관광특구에도 중국 자본이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중앙정부로부터 국가급변경경제합작구로 승인받은 지린성 연변자치주 허룽시는 2015년 무봉특구 개발과 관련해 북측에 공동사업을 제안 상호 호혜 원칙에서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주도하고 담당 부서에서 실무를 추진하며 기업이 참여하는’ 관광사업 추진방식에 따라 투자유치활동을 벌여 중국광성투자회사를 무봉특구개발에 참여시켰다.


무봉특구는 개발면적이 84㎢인데 양측은 1단계로 20㎢에 대한 개발은 마쳤으나 북핵실험 등으로 추가 개발은 답보상태다. 북측은 이와 관련 허룽시에 1차로 개발한 특구지역의 무상 사용권을 부여하는 한편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도 향후 50년간 개발권, 경영권, 사용권을 허용하는 파격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수관광개발구에도 외자가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접경 지역인 압록강 부근 평안북도 삭주군 청성노동자구와 방산리에 위치한 청수관광개발구 관광개통식이 2014년 10월에 열린 바 있다. 개통식은 평북인민위원회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인민정부, 단둥해외여행사의 협조로 진행됐다. 청수개발구가 중국 투자 및 지원으로 이뤄진다고 추정 가능하다. 이 청수개발구는 전체 면적이 약 38㎢로 민속촌, 문화오락구역, 과일 및 산나물가공공장, 김치가공공장, 샘물공장 등을 건설하고 과수원을 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다.


경제개발구 차원이 아니라 소규모 관광단지 개발도 진행됐다. 대표적인 것이 평안북도 동림군 관광단지 개발 사업이다. 2013년 단둥중국국제여행사가 북한 평안북도관광국과 동림군 2일 관광개발 협정을 체결했다. 동림군은 신의주시에서 40km 거리에 위치한 조그마한 지역이다. 총 투자액은 3,000만 위안으로 2만㎡규모에 4성급 호텔을 건설했다. 객실은 65개이고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예술공연장, 대형주차장 등의 시설을 갖췄다. 2014년 10월 정식 영업을 시작했다. 북중 양국은 그해 10월 단둥에서 개최된 제3차 북중무역문화관광박람회에서 동림2일관광 개시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평안북도 신의주 관광단지 개발도 단둥중국국제여행사가 투자한 사례다. 단둥여행사는 신의주시에 5,000만 위안을 단독 투자해 신의주상륙관광원구(朝鮮新義州登岸遊園區)를 건설했다. 3만㎡ 규모의 관광단지로 식당, 면세점, 공연장 등을 갖췄는데 2단계 건설이 완료되면 총 규모는 13만㎡이며 1만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2015년 12월 정식 개장됐다. 개장행사에는 북중 양국 여행업계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고 관광상품판매는 2016.7월 시작됐는데 저렴한 가격(350위안)으로 꽤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여간 북한의 관광을 통한 경제개발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직 손에 잡히는 성공사례가 눈에 띄진 않는다. 오히려 남측의 북한 관광단지개발, 즉 금강산관광이 유일한 성공사례일 듯싶다. 북한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그래서 2025년 6월을 주목하고 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때문에 말이다. 북한이 과연 관광을 통한 경제개발전략의 첫 번째 성공모델을 쓸 수 있을지, 북한도 궁금하지만 우리도 궁금하다. 글쎄 긍정적으로 전망하긴 현재 시점에선 쉽지 않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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