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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으로 써보는 북한여행기(상)

[북한관광 21개 장면 중 열일곱 번째] 관광상품과 VLOG 참조

by KHGXING

북한 평양 여행에 나서는 방법은 교통편에 따라 크게 항공과 기차로 나뉜다. 항공루트는 중국 베이징과 선양에서 평양행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기차로는 베이징에서 평양행 국제열차에 몸을 싣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니 기차로 가는 것은 사실상 이것밖에 없다. 물론 베이징에서 타지 않고 그 기차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직전의 중국 도시인 단둥에서 탈 수도 있다.


나는 기차를 선택했다. 이유야 단순하다. 아무래도 상품가가 저렴하다. 물론 길에서 흘려버릴 시간은 더 많지만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북한 풍경은 항공으로는 누릴 수 없다고 자위해 본다. 다른 중국관광객들은 물론 30분 지나니 풍경 보는 걸 시큰둥해했지만 나는 내내 신기했다.


베이징에서 평양까지 운행하는 기차편은 K27편이다. 돌아오는 것은 K28편이고. 총 길이 1,364km로 꽤 길다. 시간도 거의 하루가 꼬박 걸린다. 물론 통관 및 대기 시간 등을 다 포함한 시간인데 길긴 하다. 이 열차의 역사는 오래됐다. 1954년 5월 21일 시작됐으니. 베이징 출발시간은 17:30이고 단둥에서는 그 다음날 오전 10시에 출발한다.


K27편은 일주일에 4번, 월수목토에 베이징에서 출발한다. 이게 국제열차다 보니 월요일과 목요일은 중국 철도가 운행하고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북한 철도가 운행한다. 화금일에도 단둥에서 출발하는 평양행 기차가 있어 북한행 중국발 기차는 매일 있는 셈이다.


코로나 이전 2018년과 2019년에는 북한관광이 성황이었다. 단둥에서 평양으로 가는 국제열차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2019년에는 단둥에서 신의주까지 버스로 건너간 뒤 신의주에서 평양까지는 북한 국내선 기차를 이용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북한 당국이 비교적 신속하게 움직였다. 신의주에서 평양 간 운행하는 디젤 관광열차 한편을 그해 4월 신설했다. 북한 사람도 탈 수 있긴 한데 객차가 분리돼 있다. 약 225km 구간을 6시간 정도 걸려 내달린다.


개별관광이 허용되지 않는 북한여행이기에 북한관광을 가겠다고 알아본 여행사는 단둥중국국제여행사. 북한과의 접경지역이자 북한입국객 70% 이상이 이용하는 중국 도시 단둥에 위치해 있는지라 북한관광상품을 취급하는 최대 여행사다. 북한 평안북도 동림과 신의주에 자본을 투자해 독자적인 관광단지를 만들 정도로 북한과의 유대관계가 튼튼하다.


10명 이상이면 바로 상품 확정되는 4박5일 평양-개성-묘향산 상품을 선택했다. 상품가는 3,450위안, 우리 돈으로 약 70만원 정도다. 여기에 포함돼 있는 것은 철도와 관광버스 등 교통비, 숙식, 입장료, 판문점관리비, 가이드, 비자, 출입국 수속비, 여행자보험 등이다. 기념품이나 간식을 사는 등의 개인 비용이나 공연 관람비용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북한 관광을 나서는 데 우선 필요한 것은 북한 비자. 생각보다 복잡하진 않다. 여행사가 알아서 처리해 준다. 여권사본, 연락처, 근무처, 직책 등의 관련 자료를 여행사에 보내 신청을 대행한다. 중국인의 경우 출발 7일 전까지 보내야 하고 외국인의 경우 15일 전에 보내란다. 그리곤 출국 전날 오후 15시까지 여권 원본과 2인치 층명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단둥에서 발급받았던지라 발급처는 ‘조선국제려행사 단동주재관광사무소’다. 베이징에서 받은 사람을 보니 발급처는 ‘베이징대사관’으로 돼 있다. 허나 북한 비자는 ‘요상’했다. 여권에 비자를 붙이거나 도장을 찍지 않는다. 별지로 비자를 만들어 배부한다. 게다가 돌아올 때는 다시 회수한다. 그래서 북한 여행을 다녀왔다는 근거가 여권 상에는 전혀 남지 않는다. 사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매우 까다롭게 또는 사실상 입국을 불허하는데 그런 문제 발생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셈이다.


북한 비자 편집.png
북한 비자 모습


출발 당일이다. 가을인지라 날씨는 그만이다. 청명 그 자체다. 하늘은 높고 기온은 선선하다. 단둥역 국제열차 대합실에서 오전 8시 집합. 친구 또는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연령대는 비교적 지긋하다. 대충 봐도 50대 이상이 70~80%는 될 듯싶다. 총 인원은 중국인 가이드 포함해서 모두 12명. 상품 성원이 겨우 됐네 싶다. 대부분 중국인이고 외국인은 나를 포함해 중국에서 유학 중이라는 영국인 등 2명뿐이다. 낯설긴 하지만 5일간 함께 여행 다닐, 그것도 ‘북한’을 여행 다닐 사람들인지라 가볍게 미소로 서로 반긴다.


가이드가 북한 여행에서 주의할 점을 간단히 설명한다. 사진 찍을 때 주의할 점 등이다. 그리고 개인 핸드폰과 아이패드 등을 모두 수거한 뒤 별도 공간에 가서 등록했다. 기차에 타기 전 세관검사와 수하물 검사도 한다. 드디어 녹색의 K27 기차 탑승이다. 여행이야 언제나 설렘이지만 북한 평양행 여행이라니. 긴장과 설렘이 가득이다. 중국 기차야 여러번 타봤기에 구조는 비슷하다. 침대칸도 있고 좌석칸도 있다.


단둥에서 압록강철교를 건너 신의주역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드디어 북한 땅에 들어선 것이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다. 허나 북한 지역이긴 하지만 신의주 안에서도 일부 신호가 잡히기도 한다. 그렇겠다. 중국 통신 신호가 국경이라고 넘어올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신의주역에서는 북한 입국 수속 절차를 거친다. 약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여권과 비자 검사는 물론이고 짐 검사가 진행된다. 기차에서 내리지 않는 줄 알았는데 모두 기차에서 내려 플랫폼에서 대기한다.


입국 수속이 다 끝났다. 다시 승차. 기차가 이제 평양으로 내달린다. 점심시간인지라 여행사에서 도시락을 준비했다. 밥에 닭꼬치, 계란, 버섯볶음, 양배추볶음, 생선구이가 나왔다. 허기진지라 맛난다.


창밖으로는 농촌풍경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누런색의 익은 벼가 가득한 논이 꽤 넓다. 이름 모를 강도 건넌다. 사람들 얘기 소리가 줄어들 즈음 드디어 평양이다. 저녁 6시 반쯤된 것 같다. 벌써 어둑어둑하다. 유경호텔의 야경이 꽤 그럴싸하다.


평양역은 서울역처럼 분주하다. 북한의 철도 교통 핵심 역인지라 사람들도 많다. 우리와 같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꽤 보인다. 우리를 맞이한 북한 랜드여행사는 조선국제여행사. 북한의 대표 여행사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이 가능한 수십 명의 가이드가 소속돼 있다. 북한에서 인기 있는 직장이다.


우리를 맞이한 여행사 직원은 2명. 여성 가이드 이름은 김영이고 다른 한 명은 남성이다. 북한은 이렇게 2명이 한 조로 가이드를 한다고 들었다. 다른 한 명은 실제 가이드라기보다는 일종의 보안요원일 듯싶다.


버스에 탑승해 우선 식당으로 향하는 길. 김영 가이드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얘기한다. 북한 최고권력자를 얘기할 때 이름만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의가 아니란다. 듣기 거북하단다. 꼭 주석이나 장군, 원수와과 같은 직책을 붙여달란다. 해외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풍습을 존중한다는 차원이란다.


식당에 도착. 배고프다. 이미 많이 늦었기에 말이다. 첫날 저녁은 여러 반찬에 밥이다. 나물볶음, 양배추볶음, 김치, 국 등이 나온다. 일행들과 함께 가볍게 맥주 한잔을 나눈다. 하루가 지났지만 이미 안면이 익숙하다. 벌써 여러 날 함께 한 일행 같다. 반가이 “이번 여행 즐거이 보내요!”라고 건배한다.


대동강맥주 (2번)

아 맥주는 대동강맥주다. 대동강맥주는 맥아와 쌀의 비율, 도수 등에 따라 1번부터 7번까지 7가지 종류가 있다. 사실 대동강맥주의 역사는 오래되진 않았지만 북한 대표 맥주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 영국의 한 양조장을 인수해 그곳의 설비를 북한에 들여와 공장을 지어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날 마신 대동강맥주는 맥아 70%, 쌀 30%로 만든 도수 5.5도의 2번 맥주다. 색깔이 연하고 맛도 깔끔한 편이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향한다. 버스에서는 으레 해외여행을 가면 가이드분들의 일반적인 해설이 이어진다. 그 나라의 간단한 단어 설명 말이다. 다같이 따라한다. ‘좋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뻐요’. 갑자기 가이드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연세가 지긋한 일행들인지라 즐거워한다. ‘꽃 사시오, 꽃 사시오, 어여쁜 빨간 꽃~’이란 가사인데 음색이 꽤나 서정적이다. 1절은 한국어로 2절은 중국어로 부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노래는 북한의 5대 혁명가극 가운데 하나인 ‘꽃파는 처녀’의 주제가였다. 봄이 되면 많이 불리는 노래라 하는데 봄 뿐만은 아닌가 보다. 이 노래가 유명한 데는 사실 다른 이유도 있다.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아내인 퍼스트레이디 펑이위안 여사가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과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983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21세였던 평리위안이 환영 행사장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펑리위안은 이후 2002년 등에도 북한을 방문해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이 노래를 다시 한번 독창하기도 했다.


호텔 향하는 길에 미래과학자거리를 지나가는데 가이드의 자랑이 가득하다. 2015년에 완공된 2,500세대 규모의 거리다. 이곳의 랜드마크인 은하 레지던스타워의 야경이 꽤 돋보이는데 53층 높이의 주상복합아파트다. 일정을 함께 한 중국인들도 이 거리 모습에 “꽤 발전했네”란 반응이다. 허나 모르겠다. 각 나라의 아름답다는 개념이 다르긴 할텐데 너무 인공적인 느낌의 건물인지라 나로서는 좀 어색하다.


평양 선전물에 등장한 미래과학자거리.png 북한 대외선전매제 '서광'에 소개된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야경 모습


우리가 투숙하는 호텔은 청춘거리 체육촌지구에 위치한 서산호텔. 평양에서 제일 좋은 호텔은 아니지만 준수했다. 평양에서 가장 좋은 호텔로 보통 양각도국제호텔과 고려호텔을 이야기한다. 이 2개 호텔이 특급호텔이고 여기에 투숙할 경우 그 상품가격이 조금 더 높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상품 책정방식은 호텔과 국적, 단체인원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중국인이 특급호텔에 투숙할 경우 1일 550위안을 중국 여행사는 북한측에 지불해야 한다. 다음 등급인 1급 호텔은 서산호텔, 청년호텔, 양강호텔 호텔 등인데 여기에 투숙할 경우 1일 420위안을 지불한다.


서산호텔은 객실수가 500여개로 작지 않은 규모다. 1989년 완공되었고 2010년대에 리모델링을 하였기에 외국인들이 많이 투숙한다. 가이드 말로는 서산호텔이 오히려 양각도호텔보다 좋단다. 양각도호텔은 특급호텔이긴 하지만 1990년대 완공된 이후 한번도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저녁에 일단 호텔로 들어오면 밖에 나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 같다. 가이드와 함께 근처 산책 정도만 가능하단다. 호텔 안에는 작은 상점이 있어서 인민폐로 물건 구매가 가능하다. 호텔방은 25층에 배정됐다. 다음날 아침 8시 반에 출발해야 한다. 1일차가 이렇게 끝났다. 긴 하루였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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