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관광 21개 장면 중 열일곱 번째] 관광상품과 VLOG 참조
오늘 일정도 꽤 기대된다. 판문점과 개성. 북측에서 바라보는 판문점이고 북측을 통해 방문하는 개성이다. 예전 한국쪽의 판문점을 가본 적이 있다. 그리고 2007~2008년 사이 남북관광이 가능하던 시기 개성관광을 가본 적이 있다. 그러기에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모습, 반대편을 통해 들어가는 개성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기분일지 기대하는 하루다.
평양에서 개성까지는 대략 168km.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대략 2~3시간 걸린단다. 글쎄 서울에서 대전 정도의 거리일까. 신의주에서 평양까지 기차를 타고 들어올 때는 창밖의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도 그리 심하게 제지하지 않았지만 평양에서 개성까지 가는 길에서는 꽤 엄격했다. 사진을 찍거나 영상 촬영은 하지 못했다.
개성에 도착하면 바로 판문점에 가는 줄 알았다. 허나 먼저 들른 곳은 ‘정전담판회의장’과 ‘정전협정조인장’이란 곳. 목조건물이다. 이곳이 실제 1951년부터 1953년까지 정전을 담판 짓던 곳이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서명한 곳이다. 조인장은 정전협정식을 위해 급하게 조성했다고 한다. 조인장에는 녹색 테이블보가 덮여 있는 테이블 3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당시 정전협정조인식 장면을 담은 영상을 부러 찾아봤다. 이날 오전 10시, 정전 협상을 담당했던 수석대표들이 조인장 안으로 들어섰다. 북한 및 중국군 대표단 수석대표로는 북한군 대장 남일이, 국제연합군 대표단 수석대표로는 미국 육군 중장 해리슨이 현장에 참석해 서명식을 진행했다. 해리슨 중장은 왼쪽 테이블에, 오른쪽 테이블에는 남일 대장이 착석했다. 가운데 테이블에는 협정문이 포개어 놓여 있었다. 협정문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작성되었다. 짧은 서명식을 마치고는 눈인사도 악수도 없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퇴장했다.
정전협정문은 이후 각각 국제연합군, 북한군, 중국군 최고 사령관의 서명을 통해 최종 승인되었다. 국제연합군을 대표해서는 미국 육군 대장 클라크가, 북한을 대표해서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이, 중국에서는 인민지원군 사령원 팽덕회가 각각 오후 1시, 오후 10시, 다음날 서명했다. 이로써 정전협정은 7월 27일 밤 10시부터 효력을 갖게 됐다. 양 진영은 남은 포탄을 밤 10시까지 쉼 없이 쏟아 부었고 밤 10시부터 갑자기 포성이 멎었다 한다.
그간 잘 못 알고 있었다. 지금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 이전 정전협정 장소인줄 알고 있었다. 공동경비구역은 위의 담판장과 조인식 건물에 약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조인식 장소가 군사분계선보다 북측에 있는 것이 문제가 되면서 판문점을 1953년 10월 지금의 장소로 옮겨 새로이 지었단다. 우리 또한 지금의 판문점으로 향했다.
판문각에 올라섰다. 코로나 기간 방문했던 우리쪽 판문점에서 건너보던 그 판문각이다. 판문각 발코니에 나가 보니 한눈에 파란색 중립국 감독위원회 건물과 우리쪽 자유의집이 보인다. 묘하다. 자유의집 앞에서 보건, 판문각 앞에서 보건 글쎄 20여미터만 왔다갔다 하며 보면 될 터인데 얼마나 돌아와서 이리 보고 있단 말이냐. 20m 대 2,000,000m인 셈이다.
괜한 감상은 그만 접어두고 가이드 인솔을 따라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T2)로 향했다. 회의실은 군사분계선 위에 7개 가건물 형태로 지어져 있다. 이 가운데 회색 4개 동은 북측이 가운데 하늘색 3개 동은 유엔사측이 관리하고 있다. 하늘색 3개 동은 각각 T1, T2, T3로 불리는데 가운데 T2는 특이하게 관광객 출입을 허용한다.
허용하는 방식도 특이하다. 남과 북으로부터 들어갈 수 있으나 어느 한쪽 관광객이 들어가면 다른쪽 관광객은 들어갈 수 없다. 서로 번갈아 가며 관광객 입장을 허용하는 형태다. 그리고 그 건물 안에서는 군사분계선을 넘나들 수 있다. 남과 북 양측으로 T2에 들어간 사람이 몇 안 될 터인데 이제 나도 그 중에 한 명이다.
북한 관광에서 평양과 함께 판문점은 가장 많이 찾는 곳인데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를 마무리했다. 홀가분(?)하다. 이제 점심시간이다.
개성 여행의 13첩 반상은 2008년 개성 관광 때 이미 한번 즐긴 바 있다. 그때도 통일관에서 먹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통일관이다. 맛도 맛이지만 눈이 즐겁다. 놋쇠 그릇에 13개 음식이 뚜껑이 씌우어 담겨 있는 모습은 그때나 이때나 마찬가지다. 격식도 있으면서 아름답기까지 하다. 인삼주도 한잔 나온다. 밥과 국에 콩나물 무침, 도토리묵, 깍두기, 마늘장아찌, 오이무침, 도라지무침, 떡, 계란말이, 장조림 등등으로 기억한다.
오후 첫 번째 일정은 고려박물관. 그리로 향하는 길에 반대편에서도 조선국제여행사의 다른 관광버스가 한 대 스쳐 지나간다. 요즘 들어 북한 관광객이 늘어나는 게 맞긴 하나보다. 고려박물관은 이전 고려시대 성균관에 들어서 있다. 한옥 건물의 고즈넉함이 느껴져서 느낌이 좋다.
개성 관광의 마무리는 기념품점. 꽤 넓다. 다만 살 것은 그렇게 눈에 띄진 않는다. 그 젊은 중국 MZ세대들은 다시 북한인 코스프레 사진찍기 놀이중이다. 별이 달린 모자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 경례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다시 평양이다. 돌아오니 어둑어둑해져 있다. 돌아오자마자 들른 곳은 대성수출품전시장. 한때 평양의 몇 개 안되는 외화상점 가운데 하나였다. 이제 여행 막바지인지라 일행들도 기념품 어떤 것을 사갈지 고민하는 모습이고 북한도 이제 기념품 구매 유도로 외화수입 창출에 골몰하고 있다. 통관에 문제가 없는 과자와 기념이 될 만한 소소한 북한 학용품을 몇 개 골라 담았다.
셋째날 일정이 좀 늦게 끝났다. 단체 평균 연령이 높다 보니 매일 7시경에는 일정이 마무리됐으나 오늘은 개성을 다녀왔는지라 많이 늦어졌다. 내일 이제 귀국이다. 짐 정리를 미리 하는 통에 벌써 저녁 10시다.
마지막 4일째 아침이다. 마음이 분주하다. 오전에 조선우표박물관에 잠시 들른 뒤 바로 평양 기차역으로 향하는 일정이다. 아침 식사 후 바로 체크아웃. 특별한 일은 없다. 가이드에게 방키를 맡기고 가이드가 알아서 체크아웃을 마무리해줬다.
한때 우리나라에 여행을 오는 관광단체에도 사진사가 한 명씩 포함돼 있곤 했다. 지금은 거의 없어지긴 했지만. 북한 단체상품에는 아직 사진사가 일정을 함께 하며 사진을 찍어준다. 차량에 탑승하니 기념으로 영상을 만들어 파일을 건네준다. 그리고 사진도 인쇄해 뽑아 놨다. 가벼운 마음으로 사진 하나 구매했다. 생각보다 잘 나왔다. 개선문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평양역에 도착하니 시간이 10시다. 11시 30분 출발 기차니 서둘러 수속을 마치고 가이드와 기념촬영을 찍는다. 보니 한 아저씨는 북한산 웅담을 샀다. 꽤 묵직하다. 이거 중국에 갖고 들어갈 수 있나? 하여간 호기심에 냄새도 맡아보고 모양도 구경했다.
기차 출발이다.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간다. 돌아오는 풍광과 비슷할진대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아쉬움 반 돌아갈 기대 반이다. 신의주 도착하니 오후 4시. 통관 수속하고 중국 단둥에 도착하니 오후 5시. 일행들과 헤어짐 인사를 나누고 나는 선양행이다. 선양에서 한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렇게 북한 여행을 다녀왔다. 두 번째 북한여행도 있을 듯하나 당분간은 자유로운 여행 좀 실컷 다니고 나서 생각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