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관광 21개 장면 중 열여덟 번째] 기념품으로 바라본 북한관광
궁금하지 않은가. 여행가면 소소한 기념품을 사기 마련. 북한에 가면 무슨 기념품을 사올까? 2022년 12월에 북한에서도 처음 관광기념품 전시회를 열었단다. 쇼핑이 보통 관광수입에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북한도 관광기념품에 보다 신경을 쓰는 것일 터다.
관광기념품전시회는 매년 열리는 듯하다. 2024년에도 2025년에도 봄 무렵에 개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규모도 늘어난다. 첫 회에는 8천 점 정도의 기념품이 출시됐다 하는데 2024년에는 2만여점, 2025년에는 2만5천여점을 전시했다.
품목도 다양하다. 우표, 청자 항아리, 소형 병풍, 다기 잔 등 각종 공예품과 민예품, 일용품, 의류, 식료가공품, 기능성화장품, 약재 등 종류가 700여종이란다. 사실 외국인 관광객이 여행 와서 구매해 갈 수 있는 종류는 제한적일 텐데 이렇게 다양한 품목이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내국인의 일반 쇼핑도 타깃해서 추진하는 것이고 일종의 내수 활성화의 한 방편이 아니겠나 싶다.
북한의 관광기념품전시회와 정확히 대칭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유사한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이 있다. 1998년 이래 매년 열리고 있다.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모티브로 실제 구매 가능한 작품이 나오는데 꽤 매력적이다. 아무래도 디자인이나 재질 등이 보다 손이 가게끔 만들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이런 공모전의 목적은 공모전 인사말에 그대로 드러난다. “세계인들에게 한국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하고...관광을 통해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에 하는 것이다. 북한도 같은 목적일 터다.
2000년대 북한 금강산과 개성에 여행가서 기념품을 사온 기억을 더듬어 보니 당시에는 주로 술을 많이 사왔다. 들쭉술과 개성고려인삼술이 인기 품목이었다. 이외 담배나 토산품이 주요 구매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금강산에는 오히려 당시 남측 면세점이 있어서 면세품점이 북한 토산품점보다 북적였다.
2000년대에는 저러 했지만 2010년대 후반이나 현재의 북한 모습은 또 바뀌었을 성싶다. 실제 북한 여행을 다녀온 뒤 올린 내외국인의 후기나 영상을 보면 분명 다양한 기념품을 구매하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북한이 팔고 싶어 하는 홍삼이나 개성인삼 등의 ‘스테디셀러’ 기념품도 있지만 북한 실생활을 엿볼 수 있는 콘텐츠가 젊은 친구들에게는 보다 어필하고 관심을 끄는 것 같다.
우리나라 관광을 오는 외래객만 하더라도 쇼핑 품목을 보면 분명 소소하지만 기념될만한 일상적인 것들이 의외로 많다. ‘외래관광객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주요 쇼핑 품목은 화장품·향수, 식료품, 의류, 신발류, 인삼·한약재, 가방류, 보석·악세서리, 전통민예품·칠기·목각제품, 한류스타 관련 상품, 담배, 주류, 전자제품 순이다.
식료품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거창한 식료품도 아니다. 바나나우유, 삼각김밥, 김, 새우깡, 쌀로별, 불닭볶음면, 허니버터 아몬드 등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손쉽게 구하는 것들이다. K-드라마의 힘일 수도 있겠다. 한류 드라마 콘텐츠에서 지속 노출되다 보니 호기심을 자극하고 먹어보고 사오고 싶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나도 그러리라 싶다. 만일 평양 여행을 가게 된다면, 무엇을 살까 생각해 보면 일상적인 과자나 들고 나올 수 있는 소소한 먹거리에 손이 갈 것 같다. 하다못해 평양 랜드마크가 그려진 냉장고 자석 정도는 살 것 같긴 한데 그 랜드마크가 무엇이냐에 따라 선택할 것이다. 물론 냉장고 자석을 사왔다는 얘기를 아직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이러한 기념품은 현재 판매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재미난 유튜브 영상이 하나 기억난다. 중화권 젊은 인플루언서 관광객이 북한 여행을 다녀와서는 북한 관광 경험을 재미나게 풀어내는 영상이다. 그 영상 중에 북한에서 사온 기념품을 한국인 지인과 함께 오픈하는 모습을 찍은 게 하나 있다. 사온 기념품은 다름 아닌 북한 과자들. 사오기도 많이 사왔다. 깨맛 찰떡, 바나나맛 초콜레트 찰떡, 새우튀기, 사탕, 인삼향 사탕, 인삼사탕, 인삼단묵, 귤단졸임과자, 초콜레트, 딸기맛초콜레트 등.
그들이 얘기한 것처럼 포장은 다소 ‘거칠다.’ 20년 전 디자인 같은 느낌이랄까. 맛은 어떨까. 그들의 평점이 그리 높지는 않은 듯하다. 하나하나 맛보며 “와 맛있다”란 반응이 나온 것은 2가지 정도. 새우튀기와 딸기맛초콜레트. 새우튀기는 우리의 새우깡과 비슷하다. 반면에 깨맛 찰떡은 절대 사오지 말란다. 맛도 이상하고 플라스틱 냄새도 나고 이빨에 찐득찐득 붙는단다.
이들의 품평에서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과자 봉지 안에 들어있는 과자의 양. 우리나라건 어느 나라건 과자 봉지는 실제 열어보면 공기 반 과자 반이다. 과자가 부스러지지 않기 위해 이렇게 기체를 채운다는 ‘명분’이지만 양을 줄이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볼 멘 소리도 나오곤 한다. 그련데 북한 과자는 봉지 안에 정말 가득 들어있다. 봉지가 빵빵한 건 정말 양이 많아서였다. 괜한 해석은 안하련다. 하여간 재미난 지점이다.
기념품의 힘은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이탈리아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체사레 파베세는 “우리는 시절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순간을 기억한다.”고 얘기했다. 여행지의 행복한 순간을 오래 기억하도록 만드는 데, 기념품은 훌륭한 수단이 되곤 한다.
북한이 과연 이렇게 고려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도 이렇게 이제 관광기념품에 무척이나 신경 쓰는 모습이 괜히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