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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북한관광 21개 장면 중 스무 번째] 남북관광의 추억

by KHGXING

언제 적 얘기하나 할 수도 있겠다.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생각에도 그러니 말이다. 남북관광 이야기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벌써 17년 됐다. 그렇다고 재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도 않다. 재개는 무슨, 아직도 바닥이 어디인지 확인 중이다. 그 표현 있지 않은가. 바닥인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있었다고.


북한은 2019년 ‘너절한’ 금강산관광지구 남측시설 철거 통지로 놀라게 하더니 2022년 실제 철거를 시작했다.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온정각,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금강산펜션타운, 온천장, 온천빌리지, 고성항횟집, 소방서 등을 철거한 데 이어 2025년 6월 최근에는 이산가족면회소 철거 작업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다. 금강산지구내 우리 정부 소유 시설물까지 모두 철거하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지구에 여행이건 출장이건 수십 차례 다녀왔다.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있는 건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2008년 7월 관광이 중단되기 4개월 전에는 개인 승용차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관광에 나설 수 있었고 필자도 운 좋게 그렇게 다녀오기도 했다. 아직 금강산관광지구 모습이 선하다.


관광이 중단되고 나서 그해 8월 북한이 지구내 남측 인원 추방을 통보할 때만 해도, 물론 꽤 오래 재개하긴 어렵겠구나 했지만 17년이 흐를 줄은 몰랐다. 그땐 그래도 개성관광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도 했다. 물론 개성관광도 그해 11월말 만 1년도 운영하지 못한 채 결국 중단됐다.


금강산 상팔담 [출처] 한국관광공사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2000년대에는 금강산, 개성 관광뿐만 아니라 평양과 백두산 관광도 일시적이긴 하지만 이뤄졌다. 인천에서 직항으로 평양으로 향하는 전세기를 타고 가는 여행이었다. 사업 목적의 평양 방문이 아니라 실제 관광 목적의 평양 방문이었다. 2003년과 2005년 평화항공여행사가 추진했다. 아리랑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고 개선문, 주체사상탑, 만경대, 만수대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고 한다. 2005년에는 이재명 대통령도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백두산 직항 전세기 관광은 2000년 남북 교차관광의 일환으로 진행했다.


이 중에서 제일 활성화됐던 것은 물론 금강산관광이다. 중단되기 전까지 1,934,662명이 방문했다. 개성관광객수는 모두 112,033명이었다. 합계 2,046,695명이 북한 관광에 나선 셈이다. 물론 평양과 백두산 관광객수는 빠진 수치다.


다 추억이 됐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최근 북한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준공하고 국내관광객이 몰리고 있다는 북한 언론 보도가 이어진다. 러시아 관광객도 찾을 예정이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재명 정부가 집권하면서, 새로운 기대가 약하게나마 생기고 있다. 남북관광이 이뤄지기 위해선 남북간 신뢰 회복이 급선무인데, 대화 자체가 단절된 현 상황에선 단시일내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엔 무리지만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중지를 요청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측도 대남 확성기 공세를 바로 멈췄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마중물 역할을 해왔던 스포츠 교류도 조심스럽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올해 9월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양궁선수권대회와 평양에서 열리는 2026년 아시아 주니어 탁구선수권대회, 2028년 아시아 탁구선수권대회가 그래서 주목받고 있다. 2026년 개최되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의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성사 가능성은 어떤지 타진하는 기사도 이어진다.


이런 것들이 성사된다면 앞서 얘기한대로 남북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성사가 되기 위해선 반대로 남북간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그래서 남북간의 ‘대화와 소통, 협력, 공존’을 강조했을 것이다.


물론 녹록치 않다. 북한 입장에서 남북관계, 남북관광을 생각해 보면 그렇다. 우리 입장에서는 얼토당토하지도 않을 수 있겠지만 북한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북한 내부 사정을 어떻게 알겠나만 짐작해 보면 이렇지 않을까.


북한은 이미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특수성에 입각하여 바라보는 게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바라봐야 한다며 통일 담론을 변경했다. 조선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족관계 이미지를 지우고 통일이라는 용어와 관련 부처, 시설물 등을 정리하고 있다. 대남 정책을 총괄해온 통일전선부 명칭은 ‘노동당 중앙위 10국’으로 변경되었고 북한 내부에서는 ’대적지도국‘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남북관계 차원에서 존재했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은 폐지했다. 또한 평양에 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했고 평양 지하철 가운데 ’통일역‘ 이름도 삭제했다.


2019년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노딜 회담으로 결렬되면서 2018년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데탕트는 교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2019년 6월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미국의 ‘입장 불변‘뿐만 아니라 ’북미간 가교 역할‘을 남측에 기대했던 북한은 실망했을 터이다.


그러고 나선 북한은 2019년 10월 금강산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를 통지했다. 남측을 활용한 관광부문 경제개발 가능성에 문을 닫기 시작한 것이다. “손쉽게 관광지를 내어주고 득을 보려고 했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년간 방치됐다”며 더 이상 남측에 기대어 관광지구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개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남측에 기대할 것은 이제 없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후엔 다들 아는 대로다. 코로나19로 2020년 1월부터 모든 국경 이동을 폐쇄했고 2024년 2월에서야 러시아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관광을 재개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관광을 통한 경제개발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려 했건만 대외 여건은 물론 국제관계도 뜻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통한 기대치도 한참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라는 역대 찾아볼 수 없던 관광단지를 준공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2025년은 중요한 해이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2021-2025년)을 마무리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1월 열렸던 제8차대회에서는 2016~2020년 5개년 전략이 실패했다고 자책한 바 있다. 두 번 연속 실패를 인정하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고 그 차원에서 원산갈마지구의 성공은 필수다.


또한 원산갈마지구는 향후 북한의 관광을 통한 경제개발의 모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준공식에서 “갈마반도개발에서 얻은 성과와 경험에 토대하여 여러 지역에 각이한 류형의 유망한 대규모관광문화지구들을 최단시간내에 건설하는 중대계획을 당 9차대회에서 확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래서 더욱 원산갈마지구는 실패해선 ‘안된다.’


그렇기에 향후 남북관계, 남북관광에서 원산갈마지구가 일종의 단초, 지렛대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당연히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지만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원산갈마지구 성공을 기원하고 있는 북한에게 그 성공을 위해선 남한 관광객은 상수일 수 있다. 2만실이나 되는 원산갈마지구를 국내관광객만으로 채운다? 러시아 관광객만으로 채운다? 중국인의 북한관광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그 먼 원산으로까지 중국관광객이 와서 넘친다? 상상하기 어렵다. 남측 관광객이 올라가야 한다. 혹시 김 위원장이 이러한 상황을 예견했을라나. 그는 2019년 금강산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도 단서를 하나 붙였다.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소망해본다. 남북관광이 ‘추억 파먹기’용이 아니길 말이다. 다시 남북관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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