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관광 21개 장면 중 스물한 번째] 이야기를 맺으며
북한 관광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광목적지로서의 ‘순수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관광이 북한이라는 블랙박스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창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제약이 많고 공개하지 않는 북한이기에 북한을 파악하는 것은 언제나 많은 수고로움이 수반된다. 그런 북한을 알 수 있는 정보와 데이터를 그나마 제공해 주는 채널 가운데 하나가 관광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북한을 들여다봐야하나. 그것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우리와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이건,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이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선 각별할 수밖에 없는 사이다. 우리는 북한을 알아야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북한을 알아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 관광은 소중한 채널인 것이다. 특히나 북한 정권은 관광의 성공을 바라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일정 정도 북한 사회를 공개하고 열어야 한다. 우리에겐 기회인 셈이다.
과거의 북한 정권은 관광의 ‘성공’에 다소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관광의 성공을 ‘조율’하고 싶어 했다. 즉 일정정도의 성공만을 하고 싶어 했다. 어쩌면 관광 성공의 기준이 달랐던 것 같기도 하다. 관광으로 외화수입을 창출하는 것을 바라면서도 관광으로 정보가 유입되는 것에는 거부감이 강했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정권 특성에 기인한다.
김정은 정권이라고 해서 그 특수성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상반된 입장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분명 과거 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관광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관광인프라 건설을 통한 경제개발이라는 방향성도 비교적 뚜렷하다. 관광의 ‘성공’을 분명 갈구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관광의 가치를 강조하는 논문은 김정은 정권 시기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김일성종합대학 학보(2025년 제71권 제1호)를 통해 그러한 입장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인터네트를 통한 관광시장 개척에서 나서는 주요 방법론적 문제’이란 논문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함으로써 경제적 측면에서 외화자금을 마련하여 사회주의 경제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적극 이바지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논문은 또한 “오늘 세계적 범위에서 무역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벌어지고 여러 가지 명목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조건에서 외화수입을 늘이는 중요한 방도의 하나로 비무역거래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국제관광업이 외화수입을 늘릴 수 있는 경제부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 관광의 성공을 응원해야 하나, 실패를 기대해야 하나. 앞서 얘기했던 우리가 북한 관광에 관심을 두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자명하다. 북한 관광의 성공을 응원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을 들여다볼 여지가 더욱 많아진다.
이왕 성공을 바란다면 큰 성공을 기대해야 한다. 관광이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로 작용할 정도로 큰 성공이면 더 좋다. 북한이나 중국은 서로 정치적인 변수로, 국제관계적인 변수로 관광을 중단하고 막아왔다. 관광은 종속변수였다. 하지만 관광이 큰 성공을 거둔다면 막는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전면 중단까지는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독립변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 영역을 일정 정도 확보할 수 있는 종속과 독립 그 어딘가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관광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성공을 해야 하는 이유는 남북관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북한 관광이 성공을 해야 오히려 남북관계에서 무언가 지렛대로 삼을 기회가 생긴다. 실패한다고 해서 북한이 우리와의 관계개선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성공해야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 새로운 협의 사항이 생긴다. 동북아 관광 차원에서 중국 관광객이, 러시아 관광객이, 서구 관광객이 북한만을 여행하고 다시 중국으로, 러시아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북한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오는 루트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래야 남북의 철도와 도로는 다시 이어질 것이고 빈번한 왕래가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025년 관광의 장밋빛 미래만 그리기에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우리의 조치에 북한도 화답하는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앞서 말했듯이 아직 관광은 북한 정권에 있어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7월 28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정부의 개별관광 허용 등을 열거하면서 “나름대로 기울이고 있는 성의있는 노력”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북한 정권에 있어 관광은 아직 ‘흥미로운’ 거리가 아닌 셈이다.
지난한 과정일 수밖에 없다. 섣부른 기대와 희망은 오히려 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내의 시간이 길겠지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 길을 지나갈 수 있는 시나리오와 대비가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해 우리는 북한관광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염두에 두고 그에 따른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한가지 염두에 둬야할 점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북한 관광은 실패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한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북한관광 성공이 우리에게 더욱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 성공 이후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갖던지 북한의 관광은 나선형 우상향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우리와의 관광이 단절된 뒤에도 북한 관광은 지그재그이긴 하지만 우상향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명확해 진다.
성공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는 것은 관계맺음 차원에서도 당연하다. 인간 사이와의 관계이건 국가간의 관계이건 응원하는 쪽과의 관계설정에 그나마 마음을 열지 않을까. 인지상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