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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객의 남북연계관광에 대하여

[북한관광 21개 장면 외 보론] 꿈꾸다 보면 되지 않을까

by KHGXING

북한 외래관광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강연을 하면 마무리는 으레 이 이야기였다. 외래객의 남북연계관광. 한반도 관광을 꿈꾸며 가장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기에.


이전에도 외래객의 남북연계관광상품이 있긴 했다. 중국이나 서구 여행사들이 내놓은 상품이다. 하지만 온전한 남북연계 상품이라 하긴 어설프다. 이런 식이다.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입국, 북한 관광을 마친 후 다시 베이징으로, 베이징에서 서울로, 한국 관광을 마친 후 자국으로 귀국. ‘연계’긴 ‘연계’다. 허나 불완전 연계다. 평양에서 서울로 바로 이어져야 진정한 연계관광상품 아닐까.


사실 많은 사람들이 꿈꿔오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상품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루트로 남북을 경유한 사람들이 드물지만 있었다. 그중의 하나는 2013년 8~9월에 오토바이로 남북 종단을 한 뉴질랜드인 5명. 이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북한의 청진과 백두산, 평양 일대를 둘러본 뒤 남북 정부의 특별승인을 받고 경의선 육로로 한국으로 들어왔다. 외국인이 오토바이 등 차량을 이용해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한 것은 이 경우가 처음이다.


2015년 5월에는 15개국 여성평화운동가 30명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에서 남으로 버스를 타고 넘어왔다. 이들은 '위민 크로스 DMZ'란 단체로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으로 구성되었다. 북한에서 5박6일간 체류하고 남측에서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2015 여성평화걷기 축제’에 참여했다.


딱 이뿐이었다.


하지만 꽤 많은 다른 시도도 있었다. 외래객의 남북연계관광이 한반도관광과 한반도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충분히 짐작가능하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8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간에, 마지막은 아닐지라도 변화의 여지가 남아 있던, 북미정상회담도 열리고 북한도 우리에게 일정 기대를 하고 있고 우리도 변화를 도모하려 했던 그러한 분위기가 모아져 무언가 성사될 수도 있겠다는 조심스런 미묘한 상황은 북한의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통보로 와르르 무너졌지만 2019년 그 해 중국 여행업계의 북남 코스로의 남북육로연계 관광상품 코스 답사, 독일 여행사의 통독 30주년 기념 한반도 상품 특별판촉기획, 러시아 오토랠리단의 북남 이동 행사 등이 공론화됐고 추진하자는 의지도 모아졌다, 하지만 이 또한 논의에서 끝났다.


외래객 대상은 아니었지만 2008년에는 남북간에 베이징올림픽 공동응원단 구성에 합의하여 경의선 열차를 이용해 300명씩 두 차례에 나눠 참가하려 했다. 실무 논의도 이뤄지는 등 구체적인 진척이 있었지만 정권이 바뀌며 무산됐다.


이밖에 2020년 정부의 창의적 해법에 따른 방향성에 외래객의 남북연계관광이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뿐이었다.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코로나는 그 모든 것을 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했다.


시간이 다시 꽤 흘렀다. 북한은 더욱 강경 모드다.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재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언제 어떻게 풀릴지는, 특히 남북문제는 어디서 어떻게 실타래가 풀릴지 모를 일이다. 외래객의 남북연계관광은 그래서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다.


그렇다면 의견만 모아지면 바로 될 수 있는 관광인가. 막상 실무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가 만만치 않다. 미리 검토하고 프로세스 매뉴얼을 만들어 놓으면 어떨까.


이 코스가 가능하려면 우선 당장 떠오르는 문제는 남북 당국간 입출경 통과 합의 부분이다. 북에서 남으로의 이동(비무장지대 통과)은 북측 승인과 남북간 합의가 필요할 터이다. 물론 남에서 북으로의 상품도 있겠지만 초기에는 북에서 남으로의 이동만 상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남에서 쇼핑도 많이 할 텐데 그것 들고 북으로 가기 꽤 번거로울 테다.


사증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남북연계관광 참여자(여행객)는 중국, 러시아, 독일 등 남북 양측 대사관과 영사관이 있는 지역에서 사전에 양측 사증을 받아야 한다. 그 번거로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북한에서 직접 남측 사증을 받는 방안은 어떨까.


통관 문제도 실무적으로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일반적인 사증 중심 남북 출입절차 이외 ‘수송장비운행승인’ 신청을 별도로 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은 관광객 입장에서 매우 번거로운 문제다. 지정 관광상품을 이용하는 관광객 대상으로는 통관승인 간소화 등의 조치를 해줄 필요가 있다.


이동을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버스로 한다면 북에서 남으로 건너온 관광객들은 어떻게 버스를 갈아타야 할까. 이런 경로가 되지 않을까. 북한 개성에서 북한 버스를 타고 북측 CIQ 출경 수속을 한다. 비무장지대를 통과해서 남측으로 내려온 뒤 남한 CIQ 입경 수속을 거친다. 관광객들은 모두 하차해서 남측 차량에 옮겨타고 남한 관광을 떠난다. 남한에 내려온 북측 차량은 다시 북한으로 회송하고. 만일 철도를 이용한다면 또다른 프로세스를 생각해야겠다. 아예 서울역을 국제관광객 입국수속 국제역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지난한 협의가 필요하겠고 실제 관광도 초기엔 긴장의 연속이겠지만 짜릿하지 않겠는가. 한반도 관광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상품이 가능할까. 얼핏 생각해도 무궁무진하다. 가장 기본적인 평양-서울 상품 이외에도 말이다. 각종 테마 상품이 즐비하다. 대동강 맥주-대구 치맥축제 식도락 상품은 어떤가. 아니면 대동강 맥주와 한국의 치킨을 결합한 치맥죽제를 하나 더 만들어도 좋겠다. ‘COREA 치맥 페스티벌’이다.


평양 마라톤과 서울 마라톤을 결합한 상품이 나온다면 전세계 마라톤 매니아들의 성지순례 상품이 될 터다. 대동강과 한강 변을 따라 달리는 상품이고 이를 연계해 모두 참가한다면 특별 기념품도 준비하는 거다.


미식여행상품도 툭 던지기만 해도 수십 가지다. 냉면로드 상품은 어떤가. ‘냉면따라 한반도 한바퀴’ 상품이다. 평양냉면-함흥냉면-진주냉면-부산밀면으로 이어진다. 한반도 양조장 투어도 재밌겠다. 남북 지역별 대표 술도가를 연계한 상품이다. 평양 대동강 맥주(평양소주) - 백두산 들쭉술 - 개성 고려인삼술 - 포천 배상면주가 - 지평 막걸리 - 안동 소주 - 제주 맥주... 거하게 취하겠다.


냉면로드.png


역사여행기행 상품도 어디 한두 개이겠는가. 문화예술여행, 조선 3대 시장 투어 등등 나오는 대로 대박칠 상품들뿐이다. 백두대간 등산 상품, 로드 자전거 상품도 놓치지 말자.


관광 굿즈도 외래객들이 못사서 안달나겠다. 케데헌으로 뮷즈가 화제인데, 물론 이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뮷즈는 좋아하긴 했다. 하여간, 새로운 굿즈, 뮷즈 구상이 가능하다. ‘ONE KOREA 관광기념품 공모전’을 실시하면 어떤 아이디어들이 나올지 벌써 궁금하다.


관광벤처기업들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도 쏟아질 테다. 한반도 관광이 말그대로 ‘폭발’하는 것이다. 관광벤처기업 육성 사업도 이제 남북을 연계해서 해야 할 것이고 남북 MZ 들의 협업 공간도 만들어줘야 할 터이다.


그렇다면 한반도 관광객수는 어떻게 변화할까. 올해 방한 외래객수는 2천만을 기대해 봄직하다. 북한은 아직 관광을 전면 재개하지 않았지만 2018, 2019년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을 때가 평양관광은 35만, 방북객수 전체는 120만 정도 아니었을까 싶다. 남북/북남 연계관광이 모두 이뤄진다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첫해에만 170만명 정도의 추가 관광객 증대효과가 예상된다. 핵심은 평양 숙박객 수용능력이겠다. 그런 차원에서 공동 개발 제안해 봄직하다. 물론 지금 북측의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등을 보면 남측 직접 개발과 투자는 요원하지만 말이다.


그냥 꾸어봤다. 꿈도 못 꾸겠는가. 이렇게 꿈이라도 계속 꾸다보면 조금 더 구체화되는 모습도 생길 것이고 무언가 현실에서 단초가 주어진다면 현실화까지의 속도가 조금은 더 빨라지지 않을까.


꿈이라도 꾸는 사람들이 보다 많아지면 좋겠다. 그래야 그 꿈이 현실화되는 가능성이 늘어날 터니까. 잊어버리지도 않을 것이고, 무관심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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