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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별관광’에 대하여

[북한관광 21개 장면 외 보론] 개별관광의 가능성과 그 의미

by KHGXING

우리 국민의 북한 개별관광이 다시 추진될지도 모르겠다.


정부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긴장완화 및 남북관계 개선을 목표로 대북 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그 다양한 방안에 북한 개별관광이 포함돼 있는 듯하다.


국민 여론도 긍정적이다. KBS가 2025.8월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북한 개별관광 허용에 대해 56.5%가 찬성했다. 절반 이상이다. 반대 의견은 43.5%였다.


북한 개별관광이란 ‘우리 국민 중 관광 목적의 방북 희망자가 북한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제3국 여행사를 통해 신청 진행하는 관광’을 의미한다. 북한 비자를 발급받거나, 제3국 여행사에서 북측으로부터 남측 관광객을 허용받는 경우 가능하다.



개별관광 추진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 첫 단초는 2019년 10월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관광지구내 남측시설 철거 지시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정부는 ‘창의적 해법’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개별관광은 그 해법의 일환으로 2019년말 제기됐다.


이후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개별관광 같은 것은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기에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해 통일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개별관광 추진은 5대 주요업무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창의적 해법’은 결실을 맺진 못했다. 2020년 1월말 시작한 코로나19로 북한은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 봉쇄는 2023년 8월까지 이어졌고 우리는 정권이 바뀌었다. 창의적 해법이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코로나와 우리 정권의 의지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의 냉대 또한 개별관광이 진척을 볼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북핵문제로 조성된 국제제재 속에서 개별관광은 어쩌면 우리가 1차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도의 움직임일 수도 있지만 북한은 그런 움직임에 만족하지 않았다.


북한은 현재도 개별관광에 호의적이진 않다. 김정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7월 담화에서 우리 정부의 개별관광 등을 열거하며 “나름대로 기울이고 있는 성의있는 노력”이라면서도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북한의 태도를 볼 때, 그리고 북측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을 고려할 때 단시일 내 개별관광 추진이 이뤄질 가능성은 커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작은 가능성이라도 놓치고 싶진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여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북한은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과거 발언에서 남측 동포의 북한 방문을 환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특구법 제3장 ‘관광 및 관광봉사’ 제18조(관광당사자)에서 “국제관광특구에서의 관광은 외국인이 한다”면서 “공화국공민과 남측 및 해외동포도 관광을 할 수 있다”고 적시해 남측으로부터의 관광의 문을 닫지 않았다. 김 위원장도 2019년 10월 금강산지구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과거와는 다른 상황변화도 고려할 만하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다. 평양에 있는 각종 국제 호텔 숙박객실수에 버금가는 규모의 관광지구가 마냥 한가로운 모습을 과연 언제까지 지켜볼 수 있을까. 갈마지구의 위치와 특성을 고려할 때 여름한철 장사로 일년 농사 기반을 닦아야 할 터인데, 여름한철 최대한도로 활성화하기 위해 아무리 생각해도 남측 관광객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북한도 마중물 차원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다시 개별관광의 세부내용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아니라도 대비해야 할 것 아닌가. 벼락같이 온다 하지 않았나.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세세하게 단계마다 어떤 프로세스일지 따져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도상훈련을 해봐야 한다.


개별관광의 핵심은 우리 국민이 제3국 여행사를 통해 북한 여행을 가는 것이다. 그에 맞춰 개별관광 신청 프로세스를 예상해보면 다음과 같다.


개별관광 신청 프로세스 (연합뉴스 로고 있는 버전).png [개별관광 신청 프로세스] (출처: 연합뉴스)


제3국 여행사로는 중국 또는 서구 여행사일 것이다. 북한 외래객의 90% 내외는 중국인이기에 북한상품을 취급하는 대표 여행사들은 단둥중국국제여행사 등 대부분 중국 여행사일 수밖에 없다. 서구인들의 북한관광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들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고려투어스나 영파이어니어투어스 등의 여행사를 고려할 수 있다.


여행사를 선택했다면 북한관광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북한관광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일반적인 필요서류로는 여권 원본 및 사본, 사진, 재직증명서, 신청서 등이고 수속비용은 240위안, 우리 돈으로 5만원 정도다.


비자가 나왔다면 우리 정부에 북한방문 승인요청을 해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방문승인 신청)에 따르면 방문 7일전까지 신청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신청 채널로는 베이징 등 외국주재 한국 대사관이나 온라인상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우리 정부의 승인 여부다. 상기 시행령에서 방북승인 요건으로 필요서류는 ‘북한 당국이나 단체 등의 초청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다. 기존에는 이를 북한의 초청장으로 해석했으나 향후에는 비자로 갈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본다. 비자를 초청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로 간주하겠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입장이었다.


다만 당시 한 가지 이견이 있던 점이 하나 있다. 비자가 신변안전보장을 담보할 수 있냐는 것이다. 금강산관광 중단 배경을 고려할 경우 우리 국민의 북한 관광을 위해서는 신변안전보장을 어떤 형태로든 담보하는 것이 필요할 터다. 과거 금강산관광의 경우 ‘개성공업지구 및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신변안전보장이 담보됐다. 향후 전면적인 개별관광이 추진될 경우 북한 전역에 걸친 포괄적인 신변안전보장 체결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와 관련해서 여행자보험 가입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 해외여행을 할 때 일반적으로 여행자보험을 가입하곤 한다. 북한관광 여행자보험이 너무 비싸다면 또는 해당 보험사가 자신들에 대한 대북제재를 우려한다면 보험회사들이 북한 관련 여행자보험상품을 판매할지 불확실하다. 제3국 여행사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려투어스의 경우 중국인민보험공사(PICC)를 통해 관광객에게 보험상품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가격은 1~6박 상품에 50유로니까 우리 돈으로 약 8만원이다.


아무튼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치면 모든 행정 절차는 마무리한 셈이다. 그 다음에는 북한에 입국해 평양 대동강가는 물론 창광거리에서 자전거 타고 다니며 관광을 다니고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맛보는 일만 남았다.


여기서 오해할까 싶어 노파심에 한 가지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자전거 타고 다니고 북한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고 해서 자유로이 관광을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할까봐 말이다. 개별관광인데 그렇게도 못한다고? 라고 얘기할까봐 말이다. 개별관광이란 용어가 주는 오해다.


해외여행을 간다고 생각해보자. 단체관광상품으로 가기도 하지만 개별관광으로 가기도 한다. 여기서 오해가 생긴다. 북한 ‘개별관광’과 앞 문장의 ‘개별관광’은 다른 의미다. 후자의 개별관광이란 여행업계에서 말하는 FIT(Foreign Independent Traveler)를 칭하는 것으로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 항공, 숙박, 일정 등을 자유롭게 안배하는 여행이다, 단체관광에 대응하는 용어다.


하지만 북한 개별관광이란 FIT 관광을 말하는 게 아니라 엄연히 단체관광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개별관광이란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우리 국민들에게 북한 관광은 금강산관광처럼 단체로 신청하는 관광이란 이미지가 강한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신청한다는 의미에서 개별관광이란 용어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개별적으로 신청한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은 국제제재와 관련 있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 등으로 인해 각종 대북제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관광은 각종 제재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공간이지만 벌크캐쉬 조항은 과거 금강산관광 경험으로 인해 남북관광 추진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금강산관광을 추진하며 우리는 북한에게 4억5천만 달러의 관광대가를 지불했다. 대량현금 이전 등을 금지하는 유엔 대북제재 2094호 14항과 11항, 2321호 35항에 따르면 민감할 수도 있는 점이다.


대북제재와 북한관광.png [대북제재와 북한관광] (필자 정리)


하지만 이또한 허점이 있다. 얼마 이상이어야 벌크캐쉬냐 했을 때 명확한 규정이 없다. 또한 코로나 이후 아직 재개는 되지 않았지만 북중관광이 활발히 진행되던 2018-2019년에도 중국여행사는 북한 측에 다양한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해 왔는데 미국 등은 이를 명시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 2024년 이후 추진되고 있는 러시아의 북한관광 대가 지불도 마찬가지다.


이 점은 우리의 자율영역이라 할 수도 있을 북한 개별관광 문제를 미국 등 국제사회와도 사전에 공감대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일진대 문제 삼겠다고 하면 될 일도 안 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간 국제사회에 보여 온 ‘특징’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사전조율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잘 ‘설계’하는지는 차치하고 말이다.


아울러 당사자인 북한과의 접점도 당연히 중요하다. 북한 여행인데 우리만의 꿈이어선 안되지 않겠는가. 현재로서는 난망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어야 하겠는가. 무언가 실타래를 풀어야 하기에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 북한에게서 ‘핀잔’을 받으면 국내여론이 어떻게 바뀔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한발 한발 내디어 나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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