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관광 22개 장면 중 열다섯 번째] 일반관광과 변경관광의 이중구조
북한 외래관광 상품이나 블로그 글 등을 보다 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일곤 한다. 평양관광과 국경지역 관광은 유리돼 있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다.
즉 기차나 항공편으로 평양에 도착해 평양 일대를 관광한 뒤 개성과 금강산, 묘향산, 백두산 관광을 갔다 하더라도 신의주나 함경북도로 이동해 그쪽 출입국 세관을 통해 출국하는 상품은 ‘없다.’ 결국엔 다시 평양으로 돌아와 평양에서 출국해야 한다. 반면 변경지역 출입국 세관을 통해 나선지역이나 신의주, 칠보산 관광에 나선 뒤 평양까지 내쳐 관광을 오는 것도 없다. 변경지역 관광을 왔으면 변경지역만 둘러보고 다시 그 입국했던 세관을 통해 출국해야 한다.
물론 북한 만포시와 중국 지안시 사이의 국경통과지점으로 입국해 평양으로 오는 상품이 드물게 있었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북중은 2001년 11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사이의 국경통과지점 및 그 관리제도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고 15개의 국경통과지점 설치 운영에 합의한 뒤 이후 2007년 1개를 추가해 모두 16개의 국경통과지점을 운영 중인데 그 통과지점으로 들어와 변경지역을 관광하고 평양까지 이동하는 관광상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여타 국가의 외래관광과는 차이가 있는 지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들 아는 대로 이렇다. 한국 여행을 온 외국인을 보면 인천국제공항으로 왔다가 수도권 여행을 한 뒤 부산으로 이동해 남부지방 여행을 다니고 김해공항으로 출국할 수 있다. 실제 그런 상품도 많다. 북한에서는 이러한 외래관광상품을 운영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셈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북한 외래관광 구조는 지역적인 구분에 따라 일반관광과 변경관광으로 이뤄져 있다. 북한 외래관광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일반관광이란 용어를 굳이 사용하는 이유는 북한에는 변경관광이란 특수한 관광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일반관광, 평양에서 시작해서 평양에서 끝나
그러나 북한의 일반관광 개념은 기본적으로 어느 국가에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일반적인 외래관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외래관광이란 ‘외국인이 타국에서 하는 관광’이고 외래관광업이란 ‘외국의 여행업체가 모집한 여행자가 국내를 여행할 수 있도록 제반의 상품을 구성한 후 외국의 여행업에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업무’인데 북한 일반관광에도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얘기한 대로 북한에는 변경관광이란 특수한 관광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비되는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
보편적인 외래관광 개념에 더해 북한 일반관광에는 지역적인 개념이 추가된다. 평양 중심의 관광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현실적인 교통 문제와 체제 통제적인 관점에서 외래관광은 평양에서 시작해 평양에서 끝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유일한 국제공항인 순안공항은 평양으로 연결되고 철도와 도로도 평양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관광은 통상적으로 북중 변경지역으로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북한에서도 이론적으로는 북한 전역을 다니는 관광이 가능하지만 일반관광을 북중 변경지역까지 진행하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 물론 백두산 등 변경지역에 대한 점선식 관광은 이뤄지고 있지만 관광일정은 다시 평양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의거해 북한 일반관광을 정의해 보자면 “평양 중심의 관광으로 통상적으로 묘향산-칠보산 이남 지역에서 이뤄지며 국경지역 관광이 이뤄지더라도 평양으로 돌아온 뒤 출국하는 관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변경관광에서는 시간적 개념 및 관광형태, 관광방식 등에 있어서도 특징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이러한 구분을 일반관광에도 별도 적용할 필요는 없겠다. 아울러 일반관광은 보통 관광사증을 발부받고 변경관광은 국적에 따라 관광통행증을 발부받아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구분이 가능하긴 하다.
일반관광을 확인하는 손쉬운 방법은 북한 어느 여행사를 통해 이뤄지는지 보는 것이다. 북한의 일반관광은 모두 조선국제여행사, 조선국제청소년여행사, 조선국제체육여행사 등 3대 여행사를 통해 이뤄진다. 물론 이러한 점 또한 2010년대 후반 변화가 상당해서 다소 유용성이 떨어지긴 한다. 외래객 모객 권한이 있는 여행사가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외래객 대상 일반관광의 유치흐름 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다. 3대 여행사는 각자 자신의 해외파트너 여행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내용은 국가관광총국에 보고한다. 그럼 총국은 계약내용을 검토하고 시정사항이 있을 시 시정을 명령한다. 아울러 총국은 연간 단위로 통제가격을 정해 여행사에 통보 하달하는데 여행사들은 계약체결 시 기본적으로 이 통제가격을 준수해야 한다. 물론 앞서 7화 여행사 관련 글에서 얘기했듯이 통제가격에서 일탈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계약 체결 후에는 해외 파트너 여행사는 관광객을 송객하고 북한 여행사들은 이 관광객을 접객해 일정대로 관광을 진행한다. 한편 청소년여행사와 체육여행사 등 조선국제여행사 이외 여행사에 대한 총국의 통제 권한은 그렇게 강하진 않다. 여행사 간에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총국 산하 여행사가 아닌 여타 여행사들에 대한 통제권은 총국보다는 직접적인 상부조직의 영향이 더 강하다.
북한의 변경관광, 중앙과 지방 통제의 이중구조
반면 변경관광은 일반관광과 여러 구별되는 모습을 갖고 있다. 11화에서 북한 외래관광의 본격 서막을 알린 것은 북죽 접경관광이라고 얘기했듯이 북한의 외래관광은 사실 변경관광으로부터 시작됐는데 그 변경관광은 일반관광과는 차이가 있다.
변경관광이란 용어 자체가 일반적으로 생소하고 북한 스스로 정의를 내린 자료를 찾기 쉽지 않아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북한 변경관광 상대국인 중국의 변경관광 의미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중국의 변경관광 의미와 북한 입장에서의 변경관광 의미는 일정 부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양측이 직접적으로 변경관광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변경관광 정의를 통해 북한이 생각하는 변경관광의 개념을 추측할 수 있다.
중국의 변경관광 정의를 살펴보면 “승인받은 여행사를 통해 조직되고 접객이 이뤄지며 중국 국민과 인접한 국가의 공민이 지정된 변경세관에서 단체로 출입경이 이뤄지고 양국 정부가 결정한 지역과 기간 내에 진행되는 관광활동”을 말한다. 이 개념에는 변경관광의 지역적 범위 이외에 시간적 범위, 관광형태, 출입경 지역, 관광참여대상, 관광방식 등이 폭넓게 규정돼 있다.
중국의 변경관광 개념을 활용해 북한의 변경관광을 정의하자면 우선 지역적인 개념으로, 북한 북부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한 관광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의 관광안내서 『조선관광문답』에서는 “조선의 북부국경지역들에서 진행되는 변경관광”이란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의 북부국경지역이란 북부 국경에 맞닿아 있는 행정구역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북부 국경을 두고 있는 4개 도와 나선경제특구’라 정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변경관광에선 지역적인 의미가 가장 중요한데 북한 관광분야에서 종사했던 탈북자 A씨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변경관광의 끝은 묘향산까지”라며 지역적 개념임을 분명히 했다. 북동부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함경북도의 끝부분인 칠보산까지 변경관광이 이뤄진다.
다음으로 시간적 범위를 살펴보면 북한에서 이뤄지는 변경관광은 모두 미리 정해진 기간 안에 이뤄지고 있고 1일에서 수일의 비교적 단기간 진행된다. 따라서 “정해진 단기간에 걸친 관광”이라 정의 가능하다. 개별관광은 이뤄지지 않고 단체관광만 진행되므로 변경관광의 관광형태는 “단체관광”으로 한정짓는 것이 타당하다. 출입경은 물론 북한이 “지정한 출입국 지역”이다.
관광방식은 중국의 정의와 유사하지만 일부 차이가 있다. 즉 접객은 물론 북한의 승인받은 여행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지만 상대국 여행사 개념은 보다 복잡하다. 이는 관광참여대상과 관련돼 있다. 북한의 변경관광은 이전에는 중국인만 대상으로 이뤄졌지만 현재는 여타 외국인도 가능하다. 올해 2월 재개된 북한 나선지역 관광도 서구관광객 대상으로 시작됐다. 따라서 중국인은 중국 정부가 지정한 여행사를 통해서만 가능하지만 타 외국인은 북한과 계약을 맺은 여행사라면 모두 가능하다. 고려투어스나 영파이어니어투어스 등이 해당하겠다. 이에 따라 북한 입장에서 관광방식과 참여대상은 “북한 정부가 지정한 여행사를 통해 접객이 이뤄지며 중국인 등 외국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변경관광은 기본적으로 여권 없이 출입 통행증만으로 가능한 관광이지만 이는 중국인에 해당하는 것이다. 관광가능 외국인 범위를 확대하면서 타 외국인의 경우 통행증을 통해서 하기도 하고 여권에 사증을 받아서 하는 경우도 있어 이와 같은 정의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나선지역은 무사증 지역이다.
이상으로 북한 입장에서의 변경관광을 정의하면 “북부 국경을 두고 있는 4개 도와 나선경제특구 지역에서, 정해진 단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단체관광으로, 중국인 등 외국인이 참여 가능하며 지정된 출입국 지역을 통해 통관수속이 이뤄지고, 관광객 접객은 정부가 지정한 여행사를 통해서만 가능한 관광”이라 정의하면 무리 없겠다.
한편 북한의 변경관광을 고찰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변경관광이란 북한 또는 중국 등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형태가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나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관광이란 점이다. 즉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에서도 ‘국경관광’(border tourism)이란 용어로 국경 지역의 관광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서구 등의 국경관광과 북한의 변경관광은 특징에 있어 구별되는 것은 사실이다. 즉 북한에서 변경관광은 지역적·시간적 범위, 관광형태·방식, 사증형태 등에서 일반관광과 차이가 나지만 서구에서는 국경관광과 국경이외지역 관광의 차이가 확연하지는 않다.
다만 국경관광을 학문적으로 주목하는 이유는 정치·사회적으로 다른 관광에 비해 더 큰 의미부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차원에서도 국경관광은 주목받는다. 관광자원 속성상 국경으로 가로막혀 있다 하더라도 연속성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통합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이 국경지역의 관광목적지 매력도를 더욱 높일 수 있기에 하나의 관광루트로 연결돼 관광이 이뤄지곤 한다. 아울러 국경 자체 속성상 그 주변지역의 심리적인 관광 매력도는 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국경관광에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잠시 옆으로 샜다. 다시 북한 변경관광으로 돌아가자면 각 지방에서 변경관광을 담당하는 실무조직은 지방여행사다. 지방여행사는 일반관광과 달리 그 지역 내에서는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지방여행사는 이중소속구조를 갖고 있는데 행정구역상 각 도 산하기관으로 도 인민위원회에 소속돼 있기에 대외적으로 각 도 산하 여행사로 표기되지만 한편으로는 일반적으로 조선국제여행사 분사이기도 하다. 즉 묘향산여행사는 조선국제여행사 신의주분사, 칠보산여행사는 조선국제여행사 청진분사, 백두산여행사는 조선국제여행사 혜산분사라 표현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각 도 통제권한이 보다 강하다.
북한 변경관광에 나서는 관광객은 현실적으로 중국 관광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에, (물론 코로나 이후 아직은 아니지만) 북한 여행사와 중국 여행사와의 관광추진방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관광은 이들 북한 지방여행사가 직접 중국 여행사와 계약을 맺어 진행한다.
일례로 칠보산여행사는 2013년 초 옌벤아리랑여행사 옌지분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이 계약서에는 양측의 의무와 권리, 관광상품가격, 관광시기, 서비스내용 및 비용, 관광코스 등이 적시돼 있다. 또한 나선국제여행사는 2014년 옌벤구주여행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 ‘나선-옌지 낚시관광축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변경관광 특성상 중국 여행사는 모두 동북3성에 위치해 있고 이들 여행사는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변경관광을 취급할 권한을 갖게 된다. 이렇게 중국 정부 승인을 받은 중국 여행사는 북한 여행사와의 계약을 통해 관광객을 송객하게 된다.
변경관광 가격은 일반관광과 마찬가지로 북한 당국에서 일률적으로 책정해 통제한다. 북한 변경관광과 일반관광을 모두 취급하고 있는 중국의 한 여행사에 따르면 변경관광 가격은 호텔 수준에 따라 기본적으로 1인당 1일 350위안, 420위안 내외로 책정돼 있다고 한다. 이 가격에는 호텔비용 이외 식사비 및 교통비 등이 포함돼 있다. 기본가격은 다만 변경관광 코스별로 차이를 보인다. 북한 당국은 방문지역에 따라서도 지정된 가격을 중국 여행사에 통보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2013년부터 이뤄지기 시작한 서양인 대상 변경관광 가격은 중국인 대상 가격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가격을 책정해 놓았다고 한다. 서양인 대상 여행사들도 변경관광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평양의 중앙 여행사가 아닌, 각 지역별 지방여행사와 거래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지방여행사의 통제구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앞서 살펴본 대로 가격 및 관광계약 등의 내용은 일반관광과 마찬가지로 총국이 관할한다. 지방여행사는 중국 등 해외 여행사와 체결한 계약 내용을 총국에 보고해야 한다. 외래관광객 대상 변경관광의 흐름 구조는 다음 그림과 같다.
변경관광 연간계획 수립도 일반관광과 마찬가지로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 즉 관광객수(물적지표)는 총국을 통해 외무성 및 보위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 다만 관광수입(액상지표)은 중앙이 아닌 지방 도 인민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지방여행사의 관광수입은 각 지방 단위인 도 관할로 유입되는 구조다. 변경관광의 연간계획 수립 이중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다.
한편 이러한 이중구조 형태로 인해 총국의 변경관광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된다. 즉 지방여행사 인사권 등 직접적인 관할권은 도 인민위원회가 갖고 총국은 가격통제권 정도만 갖고 있기에 지방여행사가 총국의 지시를 그대로 따를 유인이 크지 않다. 또한 도에서는 관광수입이 지방수입으로 직접 들어오기에 변경관광을 최대한 늘리려 하고 관심 또한 높아서 중앙과의 마찰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변경관광은 변경무역과 관련성이 커서 관광객이 목표치보다 넘치는 경우 도에서는 변경무역 인원이라며 발뺌하기도 한다.
이상이 북한 외래관광 유치구조를 지역적인 특징으로 해서 일반관광과 변경관광으로 나누어 살펴본 내용이다. 향후 북한의 외래관광 유치구조가 어떻게 바뀔지는 예단할 순 없다. 다만 이 구조는 북한 사회의 통제구조와도 맞물리기도 하고 경제구조와도 연계된다. 향후 지방 경제개발구, 지방발전 20x10 정책 등과도 연관되어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북한의 변화는 관광유치구조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