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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북한 관광의 또다른 ‘변곡점’

[북한관광 21개 장면 중 열세 번째] 2025년 6월이 기다려지는 이유

by KHGXING

놀랍다. 북한이 상당히 공을 들인 관광휴양지,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말이다. 북한은 완공된 갈마지구의 전경과 야경 모습 등 38장의 사진을 2024년 말 공개했다.


총 길이 5.5km의 갈마반도 오른쪽 해안가를 따라 수십 개의 호텔과 리조트, 편의시설 건물들이 이어져 있다. 20층 내외의 호텔들이 중간 중간 자리하고 있고 각각의 호텔 주변으로는 나지막한 빌라 형태의 리조트가 감싸고 있다. 휴양지 오른편으로는 명사십리 모래사장이 호젓하게 펼쳐져 있다. 명사십리는 한국인이라면 다들 귀에 익을 장소일 듯.


휴양지와 모래사장 가운데로는 도로가 뻗어있다. 도로 양옆으로 인도일 법한 길이 붙어 있다. 그 인도 바닥에는 한국 전통 문양과 흡사한 무늬가 반복되어 장식돼 있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아름답다. 쭉 뻗어있으니 아침에 일출을 맞으며 달리는 맛도 나쁘지 않겠다.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의 전경 및 야경 모습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처럼 배를 이고 있는 모양의 건물도 있다. 싱가포르 건물은 호텔 세 동이 긴 배를 이고 있는 모양이라면 북한 갈마지구 호텔은 단독 건물 윗부분이 배 모양으로 설계돼 있다. 배 모양 호텔 옆에 위치한 호텔의 이름은 갈매기호텔(KALMAEGI). 고대 그리스 신전 마냥 입구 양옆에 기둥이 쌍으로 세워져 있고 1층에서는 해안가로 바로 나가게 돼 있다. 2층은 넓은 야외 광장 형태로 조성돼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전반적인 건물 모습들이 어딘가 투박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상당히 미관에 신경 썼다는 반증으로 느껴진다. 계획 당시 해안광장구역으로 설정된 곳으로 보이는 장소에는 백화점 시설로 추정되는 건물들도 보인다.


사진으로 공개한 호텔 내부의 실내 수영장도 꽤 넓다. 수영장 옆에는 피트니스센터가 있다. 유리 너머로 러닝머신 등 최신 운동기구들이 보인다. 객실과 컨퍼런스홀 등은 여느 해외 호텔과 다를 바 없다. 스위트룸의 발코니에서는 원산 앞바다 풍광이 툭 터져 보인다. 필요이상으로 발코니가 넓어 보이긴 한다. 영화관 시설도 공개했는데 VIP용 시설인지 좌석 하나하나가 으리으리하다. 내부를 공개한 호텔이 어떤 호텔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왠지 갈매기 호텔일 것 같다. 유리에 갈매기 문양을 듬성듬성 붙여 놨다.


V자 형태의 외벽 장식을 갖고 있는 또다른 건물 앞에는 대형 버스가 8대 주차돼 있다. 공간상으로는 20여대까지도 주차가 가능할지 싶다. 단체관광객 숙박에 적합할 듯한데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중요한 포인트다.


북한체제특성상 최고 권력자가 만족하면 그것으로 족할 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4년 12월 29일 갈마지구를 방문해선 “명사십리가 인민의 웃음소리 넘쳐나는 기쁨과 랑만의 십리해안으로, 인파십리가 될 것 같다”고 했단다. 게다가 “국가의 중요한 대외사업과 정치문화행사들도 품위있게 주최할 수 있을만큼 높은 수준에서 꾸려졌다”고 극찬했다.


사진 속 갈마지구 바로 옆에는 갈마국제비행장 활주로가 얼핏 보인다.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찾는 외래 관광객들의 접근성은 편리할 수밖에 없다. 도심공항 형태다. 물론 너무 인접해 있어 소음이나 안전문제는 없나 싶다.


갈마국제공항은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2015년 9월 터미널이 완공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스키 공동훈련이 성사되면서 이 공항을 이용해 다녀온 바 있다. 활주로 3개를 두고 있어 지방공항 치고 작지 않다. 3,500m, 3,125m의 제1, 제2 활주로에 500m의 보조활주로가 있다. 사실 갈마국제공항은 아직 ‘국제’공항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긴 하다. 해외 항공노선이 전무하다. 게다가 이 공항은 당초 군공항이었고 미사일 발사장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향후 갈마관광지구가 활성화되면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 갈마지구 애지중지, 그럼에도 수차례 개장 연기


관광콘텐츠 측면에서 입지조건이 비교적 뛰어난 갈마해안관광지구를 김 위원장은 여러 차례 찾았다. 가장 최근은 2024년 12월. 위의 사진을 공개했던 그 시점이다. 이외에도 공개활동 보도내역에 따르면 최소 6차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찾아 현지지도에 나섰다. 2018년에만 5월 및 8월, 11월 세 차례 건설현장을 찾아 독려했고, 2019년 4월, 2024년 7월 및 12월 방문해 자신이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가감 없이 드러냈다. 북한에서 최고권력자의 현지지도가 가지는 무게감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의 원산 사랑은 비밀도 아니다. 아무래도 자기 고향이기에 더욱 애착을 느끼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김 위원장의 고향이 어디인지는 여전히 설왕설래가 있지만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우리나라를 방문해서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 “나는 평양에서 태어났고, 오빠(김정은)만 원산에 태어났다”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의 휴양별장시설도 원산에 있다는 것 또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수십 미터 길이의 호화 요트도 있는 이곳 원산초대소에 머물고 있는 동향 등이 간혹 언론 지면을 통해 보도가 되곤 한다. 2013년에는 이곳 원산에 미국 NBA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맨을 초청해서 오찬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관심을 기울인 원산의 갈마해안관광지구지만 모든 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개장하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소 3차례 연기 됐다. 처음에는 2019년 4월 개장한다고 공개했으나 2019년 10월로, 그러다 다시 2020년 4월로 미뤘다. 그 이후에는 언제 개장한다는 보도가 사라졌다. 그러다 2024년 12월 31일 노동신문 기사에서 갈마지구 건설 완공과 함께 2025년 6월 개장한다는 소식을 공식화했다.


연기된 이유야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소식이 전해졌다. 우선 국제제재로 인한 자재 부족이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거론된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공조기와 고급 마감재 등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2017년 12월 UN 안보리 결의안 2397호에 따르면 ‘모든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철강 및 여타 금속류의 직간접적인 공급·판매·이전’이 금지됐다. 그에 앞서 4차 핵실험에 따른 2016년 3월 UN 안보리 결의안 2270호에서는 12개 품목의 사치품 수출에 제재가 가해졌다. 게다가 2020년 1월에 덮친 코로나 상황으로 북한은 아예 완전한 고립과 폐쇄를 선택해 수출입 자체가 중단됐으니 물리적으로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


갈마해안관광지구 객실수만 2만실? 제주도 전체 객실수의 1/4


규모가 매우 크다. 숙박시설에 동시 수용 가능한 인원이 몇 명인지 공개하진 않았지만 실제 사진과 위성사진, 당초 계획 구성도 등을 감안해 개략적으로 셈해 보면 객실수는 약 2만실에 숙박가능인원은 37,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갈마지구는 해안광장구역을 가운데로 해서 양쪽에 명사십리 휴양구역 1과 2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구역에 있는 호텔 개수는 12개, 콘도는 27개 동, 펜션과 민박집이 각 1개동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건축연면적에 남한 숙박시설 사례를 기준으로 부대시설 비율, 객실당 평균숙박인원 등을 대입해 계산해 보면 이러한 수치가 나온다.


2024년 7월 기준 제주지역 숙박업소 객실수가 77,523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갈마지구의 객실수는 약 25% 정도로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2000년대 남북관광이 이뤄지던 시기 금강산관광지구내 호텔 숙박시설(금강산호텔, 해금강호텔, 외금강호텔, 가족호텔)의 총 객실수가 591실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갈마지구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가늠이 된다.


숙박가능인원 37,000명은 2만개 숙박객실 타입별로 우리나라의 객실당 평균숙박인원을 곱해서 도출된 수치이다. 연중 내내 100% 객실이 모두 만석이라는 ‘불가능한’ 가정을 상정해서 연간 방문 가능인원을 상상해 보면 그리고 보통 3일 일정으로 체류한다고 생각해 본다면 연간 방문 가능인원은 450만명 정도가 된다.(2박3일 일정이 아니라 계산 편의상 3일 일정으로 잡았다.)


정상 영업이란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조금은 다르다. 즉 일정 수익을 창출하면서 지속가능한 운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연 인원 몇 명의 관광객이 방문해야 할까. 당연히 각 숙박시설의 운영비용과 고정비용, 객실가격 등 기초 사항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관련 정보가 전혀 없기에 아주 거칠게 상상해 보면 이러하다.


숙박률이 60% 이상으로 유지되면 수익 분기점을 넘어간다고 상정해 보자. 그렇다면 객실수가 20,000개이고 객실당 평균 숙박인원을 그냥 1명이라고 가정한다면 연 인원 146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해야 정상 운영이 될 듯하다.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추정할 수도 있겠다. 2024년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수가 1,378만명이었는데 제주도 숙박업소들이 정상영업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비율로 해서 갈마지구 방문객수를 추정하면 355만명이 연간 찾는다면 유지가 되겠다.


이 많은 관광객들은 어디서 올 수 있을까. 북한에서도 국내관광이 태동한지 꽤 됐으니 갈마지구를 찾는 북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북한이 2019.12월 준공식을 개최한 양덕온천지구에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수시로 북한 언론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이용 소식이 보도되었다.


그에 앞서 2015년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조선에서 관광이라고 하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들이 주목을 받기 마련인데 인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여행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2012년부터 북한 주민의 국내 여행이 급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2015년 당시 북한의 여행사인 평양관광사는 2박3일, 3박4일, 6박7일 일정의 마식령스키장 관광상품을 운영했고 평양에서 마식령 스키장까지 매주 3차례 관광버스가 운영되어 평양시민들이 관광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이렇게 국내관광 활성화에도 신경쓰는 이유야 여러 가지겠으나 북한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나 자금을 소비로 연결하거나, 돈주들이 돈을 사용토록 하여 국내경제가 돌아가게 하는 힘으로 만들겠다는 가장 기초적인 경제순환논리도 당연히 그 맥락에 있을 터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관광지구를 국내관광용으로만 활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외화수입 창출을 위해 이러한 ‘훌륭한’ 관광자원이 국내관광용과 외래객용으로 분리될 리 만무하다. 당연히 외래객 유치에도 치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 아직 완공도 되기 전이었던 2019년, 필자는, 갈마공항으로 바로 들어가는 중국인 관광객 상품을 만들자고 북한 여행사가 제안을 해왔다는 소식을 중국 여행사로부터 들은 바 있다.


올해 드디어 갈마지구가 6월 공식 개장하면서 현재 시점 유일하게 북한 관광이 공식 오픈되어 있는 러시아 관광객 대상으로는 이미 7월 갈마지구를 여행하는 관광객 모객이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2월 나선지역 대상 서구관광객 관광이 재개됐고 4월 평양마라톤 관광이 진행될 예정인데 순차적으로 갈마지구 관광 초점을 맞춰 북한 당국은 외래객 유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갈마지구 순항할까. 성공의 변곡점으로 기억되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 필요


순항할까. 장담할 수는 없으리라. 그 넓디넓은 객실을 다 채우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리라. 기본 인프라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력의 문제는 북한에 있어 항상 골칫거리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넓은 관광단지를 유지 운영하는 데 필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 대규모 외래객을 유치할 수 있는지는 제일 중요한 관건이다. 기존 북한의 외래객 유치 패러다임과 흐름을 완전히 뛰어넘는 전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아는 것일까. 그는 지난 1월 북한은 해안가에 엄청난 “콘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뜬금없이 나온 발언은 아니니라. 2019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그는 김 위원장에게 “북한은 훌륭한 해변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지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부동산개발업자로서의 성향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고 북한에 일종의 유화적인 유인책을 언급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북한이 이를 매력적인 유인책으로 느꼈을까 싶긴 하지만. 하여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완화된다면 갈마지구가 갖고 있는 그 잠재력은 꽤 클 것이다.


다만 갈마지구의 위치와 규모상 남한, 우리나라로부터의 관광객 유입은 어찌 보면 변수가 아니라 상수일 터다. 물론 김 위원장은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의 독자 개발을 강조하고 있고, 남북관계를 특수한 민족 내부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2 국가 관계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갈마지구에 남한 관광객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갈마지구가 성공하는 데 있어 한국의 위치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연인원 수백만명을 유치해야 하는 규모의 갈마지구 특성상 일반적인 관광객 유치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이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무언가 특별한 행사와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MICE 행사나 관광단체 유치가 그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한번 상상해 본다. 갈마지구 컨벤션센터에서 북한의 자율주행차 가능성을 언급했던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를 기조연사로 초청해 국제관광포럼을 개최하는 것을 말이다. 아무튼 갈마지구의 성공을 위해선 북한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 외래관광 근현대 역사에서 몇가지 터닝 포인트가 있어왔다. 1986년 국가관광총국 확대개편, 1988년 변경관광 공식 시작, 2002년 아리랑축전의 관광상품화, 2010년 중국 단체관광 공식 시작, 2018년 외래객 100만명 시대 개막, 2024년 코로나 이후 관광개재. 그 흐름 속에서 2025년은 또 한 번의 큰 변곡점이 될 것이다. 그 타이틀은 바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과 관광상품화일 것이고. 그 갈마지구가 북한 외래관광 활성화의 변곡점으로 기억될지, 원산의 ‘류경호텔’이 될지 그래서 6월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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