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 이야기 26 Korea
너의 삶은 너의 선택만이 정답이다. 그러한 이유로 그대의 삶을 항상 응원했다.
- 드라마 '도깨비'의 감미로운 대사 중에서
한 친구가 아프리카여행에 관심을 보이며 나와 같이 가고 싶어 했다. 늘 혼자 여행을 하다보니 외로움 쯤이야 이미 익숙해졌지만 뭐 한번쯤 친한 친구와 떠나는 여행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부푼 기대를 가지고 아프리카와 중동을 거쳐 유럽까지 걸친 대장정의 여행을 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남자들의 여행이란 원래 이런 것일까, 대충 항공권만 예매하고 그 어느 누구도 여행의 상세일정을 계획하지 않았고, 여행에 대한 얘기 또한 꺼내지 않았다. 원래 나야 늘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난다지만 이 친구도 정말 나랑 똑같은 류의 사람이었다. 그래도 괜찮다. 여행은 언제나 계획이 없어도 우연히 만나는 행복들로 채우면 되는 일이다.
그렇게 서로 아무 말 없이 시간이 차츰 흐르다가 그 친구에게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경험 삼아서 보려 했던 시험에서 덜컥 합격하게 되어, 당장 일주일 뒤에 모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전에 면접까지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나는 이왕 하는 거 연습삼아 보더라도 열심히 하라고 응원을 해주었다. 그런데 막상 그 친구가 합격통지서를 받고 나서 입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을 때 약속을 저버린 것에 대해 내심 서운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렇다고 괜찮은 직장에 취직하게 된 것을 버리고 나와 같이 가기로 했던 여행을 떠나자고 강요할 수도 없었다.
-“정말 미안해. 사실 그냥 여기 포기하고 여행을 떠날 수도 있는데 나중에 지금 이만한 곳에 다시 취직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미안해하는 친구에게 나도 너와 같은 상황이라면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면서 미안해하지 말고 입사준비나 서두르라면서 위로의 말을 했다. 어슴푸레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당장 학생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조급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가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흔들리는 이들에게 누군가는 아직 오지도 않은 불안을 거두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의 시간이 지나고 마주하게 될 미래는 우리가 살아가게 될 또 다른 현재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를 함부로 살아갈 수 없고 또한 미래의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군다나 우리의 남은 일생에서 큰 원인을 차지하게 될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시간을 마땅히 인고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나 또한 다시 여행을 계획했지만 지나가고 있는 시간 속에서 무기력해지는 모습과 젊음을 좀먹는 듯한 불안은 변함이 없었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하루 빨리 취직을 해서 미래에 대한 숱한 고민과 걱정을 한 시름 덜고 싶을 뿐이었다. 아마 친구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 아니었더라도 나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선택이 모여 인생이 된다고 했듯이 과거의 선택이 모여 현재의 내가 있고, 현재의 나의 선택이 또 미래의 나를 만들 것이다. 그만큼 순간 순간의 선택은 정말 중요하다. 인생은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 사이에 C(Choice,선택)이라고 할만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탄생과 죽음 사이에 있는 불안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선택’이라는 대안을 찾는다. 그렇게 내가 찾은 최선의 선택지인 '공부'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한 방법이자 그 막연함에 대한 대비였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최선의 선택일 뿐 옳은 선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는 옳은 선택과 틀린 선택이란 없고, 그렇기에 인생에 있어 단 하나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저마다의 해답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만큼은 최선의 선택에 얽매이지 않겠다. 그것이 좋은 결과를 초래하든 나쁜 결과를 초래하든 언제나 해답이라는 것이 늘 있을 테니말이다. 그러니까 덜컥 아프리카로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고.
다만 훗날 내 삶을 돌아봤을 때 정답없는 세상에서 찾은 나만의 해답이 멋진 추억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할 뿐이다.
합격한 기업을 포기하게 되면 또 다시 겪을 막연하고 불안한 현실이 두려웠을 녀석의 최선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밟게 될 그 길을 먼저 가는 너에게 큼지막한 응원과 함께 작게나마 저주를 보낸다.
“힘내라 인마.”
인생은 답이 없다. 말 그대로 인생은 NO답 인생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답을 찾을 필요가 없다.
만약 우리가 각자의 해답을 찾았다면 그것이 정답이다.
어느 기업의 인적성 시험에서 나왔던 문제이다. 한번 풀어보자.
Q. 이 중 성격이 다른 것을 고르시오.
아침 점심 저녁
5월 6월 7월
유치원 중학교 대학교
가을 겨울 봄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이 문제의 정답은 없다.
그러니 각자의 선택이 곧 정답이다.
낭만 없는 여행 에세이 담고 있습니다.
글/ 사진_ Instagram@jongmin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