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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재 Jan 26. 2024

일본 워홀 #1

출사표

어느 순간 일본 워홀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니던 대학원에 바로 휴학 신청을 했습니다. 지도교수님과 저를 많이 도와줬던 분들에게 너무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도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본가로 돌아와 워킹 홀리데이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어에 관심이 있어 꾸준히 아사히 신문의 칼럼 <천성인어>를 매일매일 한편씩 필사하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워홀은 일본으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군대를 막 전역한 시점에 이런 생각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제 나이는 현재 세는 나이 서른 한 살입니다. 전혀 적은 나이가 아니죠. 만으론 29살입니다만, 올해면 어느쪽이든 30대라는 나이에 들어서게 됩니다. 머릿속엔 정말 가도 되나? 이게 맞나? 하는 의구심만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라도 할걸'이라는 후회를 이 이후에도 또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하고싶으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주의이기 때문입니다. 


단숨에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실 계획이랄 것도 없죠 지금은 돈이 없다. 돈을 일단 모으자는 생각으로 23년 3월, 스타벅스에 입사 지원서를 넣고 합격했습니다. 그 이후 3분기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지원하고 합격했습니다. 정말 인생이 한번에 바뀐 한 해였네요. 


사실 본래 계획은 스타벅스에서 1년을 일하고, 모은 돈과 퇴직금을 긁어모아 갈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세는 나이 30대에 들어와 그 짧다면 짧을 그 몇 개월의 기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이 되었지만 과감히 작년 12월, 스벅을 그만두었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예산이 줄어든 상황입니다. 


스벅을 그만둔 후 곧바로 출국 일정을 정했습니다. 워홀 준비를 하긴 해야겠는데, 뭘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비행기표를 사자!'는 생각을 하고 날짜를 정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2월 19일, 조금 미뤄졌습니다만 본래 가려 했던 날짜보단 3~4개월을 앞당긴 셈입니다.


사실 이 기간 동안 쉬니까 면허를 좀 따고 싶었는데, 면허 학원비도 막상 알아보니 저렴하지 않았습니다. 또 나름 인생의 겨울방학인데, 즐기자는 생각으로 놔버렸습니다. 대책 없는 인간입니다.


비행기표를 편도로 끊어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one way ticket'의 로망이 예전부터 있었기 때문입니다. 뭐랄까요, 정말로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 자유롭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워홀 신청서를 낼 당시에 정말 이런 마음이기도 했었습니다. '아! 정말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자유롭고 싶다!' 마치 <버닝> 속 해미가 울먹이며 "나도 저 노을처럼 사라지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요. 특별히 우울했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2015)의 '계나'처럼 나는 한국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 조금은 있었나 봅니다. 확실히 그랬습니다. 저는 어느 한계에 부딪혀있었습니다. 매번 도망 다니고 맞서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일본에서 경쟁력이 있는 사람일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저는 제가 무얼 하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망설이는 버릇을 조금 줄이고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1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출사표가 된 것 같습니다. "덤벼라 세상아 나 이제야 간다" 포부 넘치게 외치며 나아가볼까 합니다. 앞으로 이 브런치는 현재 진행중인 워홀 준비과정과 일본 생활을 연재해 나가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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