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하고 있는 운동은 인터벌 달리기이다. 준비걷기 이후 본 운동에 들어가면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하는 형태이다. 초보자인 내가 나에게 맞는 달리기 페이스와 자세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아서,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첫번째 달리기에서는 오버페이스로 달리게 되거나, 자세가 불편하다 느껴 사람들 발에 차이는 그림자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떨어뜨리기 일수다. 첫번째 달리기는 이러한 요소들에 정신을 뺏기기에 빠르게 지나가는 편이다. 그렇지만 한 번의 달리기에서 요구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처음을 무사히 넘기는 일도 쉽지가 않다. 호흡이 흐트러진 채로 휴식을 가장한 걷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기다렸던 걷기가 시작되어도 불편했던 자세 탓에 걸음걸이도 이상해진 느낌이고 오랜만에 쓰인 근육들은 욱신대기 시작한다.
두번째 달리기가 시작되기 전에 가장 많은 생각을 한다. 몸에게 충분한 휴식을 못 준 거 같은데 잠시 멈췄다가 시작할까? 아무래도 이번 트레이닝은 나한테 무리인 거 같다, 오늘은 걷기를 할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 대다가 결국 달리기 시작 알림음에 맞춰 발을 떼고 만다. 우습지만 그런 우유부단함이 완주를 이끈다. 시간을 돌이켜보면 나는 두번째 달리기를 가장 힘들어했다. 처음은 멋모르니까, 마지막은 곧 끝나니까, 중간 이후에는 곧 마지막이 오니까 뛸 수 있었다. 두번째 달리기는 이 시간이 얼마나 지난할지 알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가장 잔인하다. 또한 마지막과는 가장 먼 시도이기에 그만두기에도 좋은 타이밍이 된다. 하지만 어영부영 시작하게 된다면, 달리기에 적합한 자세를 찾아가게 되고 보폭은 나의 페이스를 기억해 갖춰진다. 헐떡이는 호흡 소리도 좀 크지 않은가 싶지만 이내 귀에 익숙해진다. 그 이후로는 어느새 마지막 달리기에 도달한다.
삶에서 하게 되거나 해야 하는 일들이 이 두번째 달리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멋모르고 시작했는데 휘말려버린 시간들, 유쾌하지 않은 기분과 나의 에너지를 깎아야 함에도 할 수밖에 없는 일들. 살아가는 동안 첫 도전의 재미와 마지막의 짜릿한 성취보다는 아마 두번째 달리기로 이루어진 시간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나는 완주를 목표로 달리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 도장을 찍고 싶어서 나아가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그것을 나를 초조하게 하거나 몸을 무리시키는 일에 비중을 더했다. 이번이 달리기에 대한 나의 3번째 도전이다. 중간에 그만둔 시기들은 제각각이지만 런데이를 계속 도전한 것 또한 나의 두번째 달리기인 셈이다. 매일 비슷한 일상 가운데 무뎌지는 감각 속에서 달리기는 나에게 매번 새로운 감상을 준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직접 만든 경험이기에 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