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18 명상일지
바쁜 하루였다.
하루를 시작하는 날씨는 흐렸다. 봄이 오렸는지 온도는 올라갔지만, 햇빛이 들지 않기에 여전히 겨울처럼 느껴졌다.
여자친구 예물을 보러 명동 백화점에 갔다.
1층에 들어서자 여러 가지 뒤얽힌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 향수를 맡으면 드디어 내가 백화점에 들어왔다는 것을 인지하게 해 준다. 들어오자마자 샤넬 매장에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인다. 이 줄은 웨이팅 등록을 하는 웨이팅 줄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웨이팅 등록을 하는데 기다리는 줄 인 셈..) 대한민국에 부자가 참 많다.
옆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보인다.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등을 걸치고 있다. 화려함이 흘러넘친다. 옆의 사람은 루이뷔통 쇼핑백 몇 개를 걸친 채 지나간다.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는 것일까 어색함에 문 밖을 바라본다.
문 밖은 흐리다가 비가 떨어진다. 호떡을 호호 불어 먹는 사람이 보인다.
호떡이 참 맛있어 보인다. 몇 주전에 여자친구와 명동 거리를 걸으며 맛보았기에 더 맛있어 보인다. 아는 맛을 보고 있는 게 더 힘든 법이다.
문 밖의 호떡과 어묵, 떡볶이 파는 노점상과 명품 브랜드관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누구든지 걸어서 5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호떡을 먹는 사람은 이 공간으로 올 생각을 하지 않고, 명품 가방을 산 사람은 호떡을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두 공간은 냄새로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다.
인위적인 향기와 새것의 냄새, 티끌의 먼지도 허용하지 않는 약간의 락스 냄새는 호떡의 기름지고 달달한 향과 섞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명품관 사람들에게 기름지고 단 향은 나지 않는다.
이 냄새들로 인해 누구나 드나들 수 있지만, 모두에게 허락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여기에 익숙해지는 자 만이 이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일까.
여자친구와 함께 여러 브랜드 매장을 둘러본다. 모든 매장이 웨이팅 웨이팅 웨~~~~~~이팅이다.
아직 나는 호떡의 세상이 더 좋나 보다. 여자친구와 나가서 호떡과 어묵이 먹고 싶다. 히히
1. 시행할 명상/ 명상 시행 한 때 : 마음 챙김 (Open monitoring) 명상 7~8분 -> 집중명상 7~8분
- 2) 여자친구가 예물로 본 여러 가지 가방, 브랜드 들에 대한 생각.
5. 그 생각과 관련된 감정은 어떤 것인가 혹은 그에 대해서 명상이 끝난 후 코멘트 할 점은?
- 1) 명동백화점 본점에 가니 부자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 부러움. 내가 부러워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림. 그리고 명품을 사는 것에 대해서 어색하게 느끼는 것도 알아차림.
6. 신체감각
- 호흡을 하는 순간에 이 공간에서 나와 호흡만이 존재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