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위험을 극대화시키는 나쁜 방법 - 과신(overconfidence)
2020년 국내 증시에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증시는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다 2020년 3월 16일 코스피 지수는 최저점(1439.43 포인트)을 찍었는데, 이 시기를 전후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에 대거 유입되면서 2021년 6월 21일 코스피 지수는 최고점(3,316.08 포인트)을 찍게 되었죠. 이 시기에 국내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그 이전에는 주식의 '주'자도 모르던 '주린이' 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들어오면서 '무엇을 사던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주식투자하는 필자의 주변 지인들 중에서도 이 시기에 주식투자에 뛰어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막말로 '너도나도 돈을 벌던 시기'를 지나 현재까지 이어오면서 꾸준히 주식투자하는 지인들은 그때보다 많이 줄어들었지만요. 필자는 SNS를 운영하다 보니 가끔 블로그 포스팅 하단 댓글이나 포털서비스 쪽지 보내기를 통해 '하소연'하는 투자자들을 수시로 접하곤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하소연' 내용들 중에서 가장 많은 하소연을 들었던 내용을 위주로 풀어나갈까 합니다. 하소연의 대표(?)를 A군이라고 가정합니다.
A군은 2020년 늦은 봄부터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나름 탄탄한 기본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실전매매하면서 동시에 공부해 보자고 뛰어들었는데, 마침 상승추세가 이어지는 시기이다 보니 운 좋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죠. 물론 이 사이에 작은 손실도 수차례 발생하곤 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익이 더 많은 결과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자신의 '초심자의 행운'은 망각한 채, 자신이 주식투자하는데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었죠. 주식투자경력이 오래되다 보면 자신의 실력도 어느 정도 비중이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대부분 운이 많이 따라주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초심자에게는 '주식시장에서의 겸손'을 느끼기에는 아직 초기단계(?)였다고 보입니다.
대개 초심자의 행운은 단기에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뜨거웠던 시기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불던 초기에는 잘해야 몇 주 또는 몇 개월 정도 지속되다 사그라질 것으로 생각했던 대다수의 증권 전문가들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최고점까지 이어지는데 무려 1년 3개월 정도 소요된 것이었죠(코스피 지수 기준). 그러다 보니 이 시기에 주식시장에 진입한 초보 투자자들 중에서 필자가 생각하기에 대부분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 하기보단 자신이 실력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과신'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A군은 현재도 주식투자를 꾸준히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투자수익은 이전 동학개미운동 시기보다 현저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 초반 '찍기 수준'에 머물렀던 종목 투자방식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게 되자 유튜브 등 다른 SNS 등을 통해 많은 매매기법들을 찾아 적용해 보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죠. 그러다 보니 동학개미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 벌어들였던 수익을 모두 날리고, 원금까지 손실로 전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사실 원금에서 손실로 이어진 것이 '진정한 손실(?)'이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기존에 벌어들였던 수익까지 원금으로 생각하다 보니 '체감손실'은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죠. 하지만 여전히 A군은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식은 이후 수익이었던 투자가 손실로 전환될 때까지도 자신의 투자실력이 여전히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은 손실 중이긴 하지만 '한방'을 통해 손실을 만회하고 다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게다가 기존 자신이 투자해 왔던 방식으로 성공하다 보니, 주변에서 하는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필자의 주변에는 여전히 A군의 현실과 비슷한 투자자들이 일부 존재합니다. 동학개미운동 열풍 때 성과를 냈던 것이 자신의 실력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자기귀인 편향(self-attribution bias)에 빠지면, 자신의 결정에 대한 실수 또는 잘못을 쉽게 인정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동학개미운동 열풍 시기에 누렸던 '수익이라는 좋은 경험'으로 인해 그 이후 투자를 더 과감하게, 때로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까지 했던 것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러한 과신(overconfidence)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한, 주식투자의 손실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대개 이런 과신으로 가득 찬 투자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와 조언만 받아들이고 불리한 정보와 잔소리(?)는 멀리 기피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정보를 긍정적으로 분석한 자료와, 부정적으로 분석한 자료 두 가지가 있다면 긍정적인 자료만 보고 판단을 내리게 되죠. 위에서 언급한 자기귀인 편향이 더욱 심해지게 되면 자기확증 편향(self-confirmatory bias)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보고 판단해서 운 좋게(?)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면 더더욱 남의 조언을 멀리하게 되고 평소에 적용하지 않았던 매매기법을 과감하게 적용해서 합리화시킨다거나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종목까지 투자하게 되거나, 평소 하지 않았던 '몰빵투자'도 하게 되죠.
아마 그동안 필자가 보기에 '과신'에 빠져있던, 하소연했던 A군과 비슷한 분들이 필자의 조언을 충분히 숙지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과신에 빠져있었던 것을 인정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또 한 번 '초심자의 행운'이 찾아와도 겸손하게 받아들이면서, 과신을 극복해 나가면서 다시 수익으로의 전환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