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대물림
오늘 첫눈이 왔어요
공식적인 첫눈 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본 올해의 첫눈이니 그냥 첫눈이라고 하겠어요.
막상 아이는 그때 다른 걸 하면서 심취해서 놀고 있었어요. 그래서 눈이 오는지도 몰랐었는데요. 오히려 급 흥분을 한건 저입니다.
“눈이다. 첫눈이다. 나갈까?”
그러곤 애에게 창밖 풍경을 보게 하고 내복 바람으로 앉아 노는 아이를 채근해서 옷을 입혔습니다. 그리고 동네 놀이터로 나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세상에 온통 하얘요
첫눈 온다고 집에서 말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눈이 쌓인 거 있죠.
애는 애대로 갑자기 흥분했어요.
“엄마~ 나 눈 처음봐”
“작년 겨울에도 봤자나”
“ 아니 지금”
“ 응?”
5살 난 딸이랑 말도 안 되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아이가 넘어질까 온 신경이 쓰였지만 눈은 눈이군요
쪼그려 앉아 눈 오리 집게를 쥐락 펴락 하는 모습이 내 딸이지만 너무 귀엽습니다.
수도 없이 여러번 딸에게 말했어요. 엄마한테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안 왔으면 진짜 어쩔뻔 했냐구요.
그럼 우리 딸이 쉬크 하게 답해요
“그러게..” ㅎㅎ
저는 시골 출신 입니다.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는 충청남도의 소도시에서 태어 났어요.
초등학교를 다닐때 살던 주택가 뒤로는 논이 있었고 앞쪽으로는 상가가 있었습니다.
옛날엔 왜 그렇게 눈도 많이 왔나 몰라요. 오늘 같은 눈은 게임도 안되는 함박 눈이 오던 날 아버지는 쌀푸대 자루를 구해 다가 얼은 논에서 썰매를 태워 주기도 했고 분명 직접 만든 건 아닐텐데 비쥬얼은 직접 만든 것 같은 얼음 썰매를 태워 주시기도 했어요. 집 뒤의 그 얼은 논에서요
아직도 쌀푸대 잡고 눈썰매를 타다 벌렁 드러누웠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커서도 제 마음 저장소에 고스란히 담겨 불쑥불쑥 튀어 올라오는데요
그때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바로 추억이라는 거 였네요.
추억은 평소에는 힘이 없지만 꼭 한번씩 닥치는 위기, 절망, 혼돈 에서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안도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신뢰, 넘어져도 일어나 봐야겠다는 불굴의 의지..
어쩌면 굳이 다른 놀이에 심취해 있는 아이를 데리고 나간 건 제 말초 신경 어딘가에 박혀 있는 추억세포가 저도 모르게 저를 이끌어 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뭐하는 거야. 어서 나가.
나가서 아이와 추억을 쌓으라고”
본능적으로 집을 나섰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하니 그거면 됬습니다.
아가 추억이 쌓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