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장한 노들섬 홈페이지에 가면 볼 수 있는 첫 문구이다. 왜 오랜 첫 만남이라고 할까. 새로이 개장했으니 첫 만남은 이해가 된다. 이전에 우리가 만난 적이 있었을까?
노들섬은 한강대교 아래, 용산과 노량진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섬이다. 지금은 섬이라 말할 수 있지만, 60년대만 해도 노들섬은 지금처럼 완벽한 섬이 아니었다.
50년대 한강백사장의 모습 ⓒ 서울문화재단
용산과 백사장으로 연결되어 서울 사람들의 피서지, 휴양지, 유원지로 인식되었다. ‘한강 백사장’ 2019년의 서울만을 본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1967년까지는 서울의 놀이터로 존재하였다. 이후 시작된 한강개발계획으로 백사장이 사라지고, 콘크리트 옹벽으로 둘러싸인 인공섬, 지금의 노들섬의 모습이 생겨났다.
노들오페라하우스 계획안 ⓒ dmp
노들섬의 모습이 완성된 후 서울시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노들섬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유원지, 호텔, 리조트 등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였으며, 최근에 와서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를 조성하기 위하여 설계 공모도 진행하고 추진하였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실현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의 노들섬은 시도만 있을 뿐 실현된 것은 없는 그런 곳이다. 희망만 가득하고 그 이상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 음악섬을 만든 “땅을 재구성한 노들마을” 계획이 의미가 있다.
ⓒ Studio MMK+
노들섬이 어느 정도 완공되어가고 그 모습이 밖에서 보이기 시작하며, 많은 걱정과 우려가 나왔다. 기사에서 보이는 몇몇 사진들과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보이는 부분들은 화려하지 않고 어찌 보면 단조롭고 심심하고 못난 건물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조금은 더 힘(?)을 주어도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였다.
노들섬의 심심한 디자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와 기사
그런 우려를 하고 개장한 후 찾아가 보았다. 새로 생긴 보행교를 통해 길을 건너 안쪽으로 들어가며 나오는 노들섬의 모습은 예상한 것과는 매우 다른 공간이었다. 길가나 다리 건너에서 보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 등장하였다.
플리마켓 행사; 다양한 행사 수용ⓒ 신다복
다양한 크기의 외부공간들은 여러 활동이 머무르며 피어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다. 작은 공간에서는 소규모 플리마켓이, 조금 더 큰 공간에서는 버스킹이, 큰 잔디광장에서는 여유로운 공연 관람 및 피크닉이 가능하다. 이러한 다양성은 우리에게 공간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대부분 우리가 가본 공간은 그 기능이 정해져 있어, 선택의 자유가 없지만, 이렇게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
새로운 서울 경치 ⓒ 신다복
입체적으로 구성된 다층의 레이어는 한강 중앙에서 새롭게 서울을 조망하는 기회를 준다. 이렇게 새롭게 보이는 서울, 한강, 노들섬은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 주며,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한강의 물결, 소리, 수풀, 맹꽁이들. 항상 거기에 있었지만 우리가 몰랐던 것들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 신다복
이렇듯 노들섬은 우리에게 기존의 것을 새롭게 보고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 섬 스스로가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기존에 나온 오페라하우스나 다른 계획처럼 화려하거나 시끄러울 필요가 없다.
또한, 앞서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노들섬은 희망이 가득한 곳이다. 희망과 기대가 높은 장소이기에 건축물 혼자 모든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기존의 계획들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노들섬은 스스로 모든 것을 하지 않고 주변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으로 완성되기에 실현 가능하였고 그 한계가 없다.
저녁에 주변 자연을 고려해 조명을 최소화하듯, 지금의 조용하고 겸손한 모습이 노들섬에는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