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2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미해결 된 감정을 마주하다:형태주의상담

빈의자기법

by 감사렌즈 Jan 31. 2025

최근 '이혼숙련캠프'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 안에서 빈 의자 기법에 대해서 눈여겨보게 된다. 빈 의자 기법은 우리가 마음속 쌓아두었던 미해결 된 감정이나 갈등을 마주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나 또한 이 기법으로 내 안에 숨겨왔던 미해결과제에 대해서 직면한 적이 있었다. 그 과정으로 내가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20년,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왜  말을 안 해?"그 말을 듣고 나서 당황스러워했다. 들켜서는 안 된 것을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남편의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얼굴이 굳어져있었고 목소리가 떨렸다. 불편한 감정인데 그에 대한 반응이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불편한 감정으로 인해서 객관적으로 내 행동과 태도에 대해서 직면하도록 했다. 지난 과거의 상황들에서 참아온 내 모습이 떠올랐다. '가족이니까 나를 위해서 한 말일 거야 '라는 생각에 그냥 넘어가곤 했지만  마음을 뒤로 해다. 왜 나는 내 감정에 대해서 억누르고 참아오고 있었던 걸까? 그런 감정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모는 늘 고마운 존재였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일 나가시면 늘 나를 보살펴주셨다. 조카를 돌보기 위해서 부산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시고 서울까지 올라오셨다. 결혼 후에도 옆집으로 이사하시면서 돌봐주셨다. 그런 이모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졌다. 속상한 말이 들으면 ' 이모가 날 위해서 하는 말이니까. 그냥 지나치면 되지.'그렇게 생각하는데 수많은 불편 말을 억누르면 살아왔다. 하지만 결혼 후, 남편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불편한 말하면 말을 해야지. 왜 참는 거야?"그때야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면을 할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 나의 시간을 되짚어 보면서 문제점으로 마음이 불편한 적이 무엇인지?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회피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해서 깊이 생각했다.


어려운 상황에 이모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정적인 말을 들어도 참으면서 억눌렀다. 시간이 지나면서 말의 강도 강해졌는데도 인지하지 못하고 괜찮다는 식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족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고 불편한 마음을 말해야 한다. 생각이 들고 용기를 내기로 했다. 그날 이모에게 말했다. " 이모 이젠 이런 부탁은 좀 힘들 거 같아." 말을 꺼내면서 상황을 설명하며 불편한 마음을 말했다. 말 꺼내기 전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 갑작스레 변화된 나의 태도에 이모는 당황스러워했다. 그 후 이모는 내 감정을 살피면서 존중하며 말을 하셨다. 그리고 그 순간,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을 함으로써 이모와 관계도 더 좋은 관계로 유지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직업상담사를 공부하면서 게슈탈트 상담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게슈탈트는 미해결과제란 우리가 의식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거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그 문제들은 자꾸 마음속에서 불편함으로 남아 ,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회피, 외면한다. 내가 그랬다는 걸 알았다.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하고 그저 지나쳐왔던 걸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불편한 점이 느낀다면 회피,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혼숙련캠프에서 빈 의자 기법이 인상 깊었다.  빈 의자 기법은 내가 말하고 싶은 사람 앉아있다고 생각하고 풀지 못한 감정을 앉혀놓고 대화를 나누는 기법이다. 처음에 그게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친구의 조언에 따라서, 빈 의자에 앉혀놓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산책을 하면서 빈 의자에 '아빠'를 앉혀놓고 , 그동안 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말 하나씩 꺼내 놓았다. 슬픔과 분노가 폭풍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니,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하고 싶은 말들을 더 이상 억누르지 않아도 되고 이렇게 기법으로 해서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한 어린 시절 해결되지 못한 과제가 있었다. 삼촌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던 기억으로 힘들었다. 그 상처로 풀리지 않은 감정은 일상생활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빈 의자 삼촌을 앉혀놓고 하고 싶은 말을 던졌다.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감정들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용서할 수 없다고 느꼈던 감정도, 결국 그 자리를 빌려 조금씩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풀지 못한 감정을 빈 의자 기법으로 해결이 되니 마음이 후련했다.


빈 의자 기법은 그중에서도 내가 느끼지 못한 감정들을 마주하게 하고, 그것들을 표현하도록 해서 좋은 도구였다. 상담학을 배우며, 나는 그 기법이 단순히 '상상의 대화'가 아니라, 내 안의 억압된 감정을 풀어내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기법은 내가 그동안 회피했던 감정들에 직면하고, 그것을 안전한 공간에서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내가 경험한 변화는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내가 가진 책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더 이상 나 자신을 억누르지 않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이 기법을 통해 겪은 변화가,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억눌린 감정이나 풀리지 않은 갈등이 있다면, 그것들을 안전한 공간에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빈 의자 기법처럼, 내 안의 미해결과제들을 마주하고, 그 감정들이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도록 해주기.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