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남편이 10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두 번 피웠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고백에 잠시 말을 잃었다. 그때 떠올린 건, 아마도 부부싸움이라도 한 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그 말 속에 담겨 있는 감정을 하나씩 꺼내 보았다.
남편이 말하길, "딱 두 번이었다." 첫 번째는 첫째 아들이 경련 발작을 일으켰을 때였다.
그날, 아들이 자던 중 갑자기 경련을 일으켰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눈물을 흘리며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일어나 현관문을 나갔다. 그리고 몇 분 후, 담배와 라이터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날 그는 고통과 두려움에 압도된 감정을 담배로 풀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아들에게 뺨을 맞았을 때였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아들과 남편은 점점 갈등을 겪게 되었다. 어느 날, 말다툼 중에 아들이 "뺨을 때려 보라"는 남편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며 뺨을 때렸다. 그 순간, 남편은 또다시 담배를 피웠다.
그날 남편이 담배를 피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가 느낀 감정을 진정시키고자 했던 걸까? 담배 한 개피가 그의 마음속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었을까? 나는 그날, 그가 어떤 마음으로 담배를 피웠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감정이 극에 달할 때,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감정을 해소하고자 한다. 남편은 그날, 담배 연기 속에 속상한 마음을 흘려보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다. 내게도 비슷한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날들이 흔들리고, 내 자신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가끔은 감정이 격해져서 어떤 사람인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런 순간들, 그런 날들이 너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붙잡고 있던 것은 책과 글쓰기였다. 감정이 흔들릴 때마다, 그 두 가지는 지탱해주는 유일한 힘이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글을 쓰며 감정을 정리했다. 그 글쓰기에서 나는 나를 찾는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가면서, 점차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그리고 알았다. 감정이 흔들릴 때마다 나를 놓고 싶어진다. 무기력해지고, 힘이 빠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붙잡는 방법을 잊지 않기로 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어떤 방식으로 나를 지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은 결국, 내 안에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흔들린다. 그럴 때마다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것들이 나를 붙잡아주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무리 거칠고 힘들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지탱해준다. 내가 나를 붙잡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힘이다. 오늘도 나는 나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