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아들의 손을 잡고 다이소를 향해 걸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는 유난히 두 눈이 반짝이며 말을 꺼냈다.
“엄마, 이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누구나 죽잖아요. 그래서 무섭고 두려웠는데… 이제는 그냥 지금을 즐기면서 살기로 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말없이 아이를 바라보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죽음이라는 말에 저녁마다 눈물을 글썽이던 아이였다. 그렇게 힘들어하던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답을 찾아가는 모습이 놀랍고 기특했다.
그날, 아이가 조금 자란 만큼 나 역시 한 뼘 자란 기분이었다.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 아기를 안고 첫 버스를 탈 때가 떠올랐다. 작고 연약한 아이의 손을 잡고 낯선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일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과연 엄마라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를 다독이며 무사히 도착했던 그날 이후, 조금씩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엄마로 보낸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루하루 파김치가 되어 쓰러지고 무너져도, 아이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면 이상하게 힘이 났다. 그렇게 아이를 돌보며 내가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또 얼마나 부드러워질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갔다.
어느 날은 아이들보다 더 아이 같은 엄마였고, 또 어느 날은 아이들에게 질투까지 느끼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이 싫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런 불완전한 나조차도 품어줄 수 있게 되었다. 부족해도 괜찮다는 걸, 엄마라는 이름 아래 나도 함께 자라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만큼, 엄마도 성장한다. 서로를 닮아가는 우리.
삶이란, 이렇게 함께 자라가는 여정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