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by 감사렌즈

시간은 어른으로 만들었지만, 진짜 어른이 되는 건 뭘까. 감정 앞에서 여전히 서툰 모습을 마주하며.


월요일 아침, 출입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평소처럼 열리는 문인데 낯설다. 금요일, 옆자리 동료가 마지막 퇴근 인사를 남기고 회사를 떠났다. 다정했던 말투, 조용히 챙겨주던 메모, 무심히 건네던 커피 한 잔이 사라진 자리엔 어쩐지 바람이 스며들 듯한 공허함만 남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퇴사를 부러워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업무는 감당하기 벅찼고, 매일이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싸움이었다. 그런데 그 시간들을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이 달라졌다. 여전히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버티고 넘어서고 싶다는 감정이 생겼다. 불안함 너머에 어떤 내가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토요일 오전 수업, 엑셀 창을 열기도 전부터 옆자리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단원이 바뀔 때마다, 마우스 커서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 셀 병합은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처음엔 친절히 설명했지만, 반복되는 질문에 집중이 흐트러졌다. 어느새 수업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선생님이 조용히 우리 쪽을 보며 말씀하셨다.
“답을 바로 알려주면, 그건 진짜 공부가 아니에요. 책을 보면서 스스로 찾아야 해요. 그래야 자기 것이 됩니다.”

그 말에 눈길이 아래로 떨어졌다. 무심코 도와준다고 했던 일들이, 어쩌면 상대방이 스스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한 장면이 떠올랐다. 몇 해 전, 낯선 디자인 프로그램 앞에서 얼어붙었던 시간. 익숙했던 도구들이 모두 낯설게 바뀌었고, 클릭 한 번이 무서웠다. 옆에 앉은 짝꿍이 조용히 손짓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무슨 말 없이도 안심이 됐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어색하게 헤매는 모습을 보면, 그때의 내가 겹쳐 보였다. 누군가의 작은 도움이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기억났기에, 이번엔 도와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그때의 도움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그 도움의 방식까지도 배워가는 과정인지도.
바로 손을 잡아끌기보다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보는 일.
어쩌면, 그것이 진짜 어른의 다정함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예전보다 조금 더 멈춘다. 물어오는 질문 앞에서 곧바로 답을 말하지 않고, 한 박자 쉬고 되묻는다. “다시 한 번 해볼래요?”

시간은 나이를 더하게 하지만, 감정 앞에선 여전히 흔들린다. 어른이 되는 일은, 나이를 먹는 일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일 같다.
혹시 지금 이 어설픈 고민들 속에서,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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