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삶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by 감사렌즈

전업맘이 된 이후,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일이 점점 두려워졌다.
하루 대부분은 집과 어린이집 사이에서 흘러갔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소중했지만, 세상과는 단절된 느낌이 깊어졌다.

놀이터에서 다른 엄마들과 마주쳐도 대화는 겉돌았다. 어색한 웃음, 반복되는 인사. 마음이 통하는 사람은 좀처럼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을 만나는 게 피곤해졌다.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기분. 그래서 혼자가 더 편하다고 여겼다.

그렇게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섬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우연히 듣게 된 강연.
이정훈 대표님의 말씀이 스피커 너머로 흘러나왔다.
"여기 계신 모든 분은 작가입니다. 각자만의 펜, 보이지 않는 ‘에어펜’을 들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강연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셨다.
그 중엔 내 이름도 있었다.

그 순간, 멈춰있던 마음속 무언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이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이 하루만큼은 어떻게 채워나갈지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시간은 흐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안에서 멈춰 있었다.
매일이 비슷했고, 삶은 점점 무뎌져 갔다.
하지만 이름을 불러준 그 목소리 덕분에, 나는 다시 나의 삶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도 세상은 두렵다.
그래도 고개를 살짝 들어, 창밖을 내다본다.
망설이지만, 한 걸음 내디딘다.
삶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그려지고 있으니.


keyword
화, 목, 금, 토 연재
이전 18화어른이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