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정각 퇴근'이라는 문구가 계약서에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일 6시 2분에 퇴근하라고 했다.
"추가 수당은 있나요?"
조심스레 물었지만, 팀장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모른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냥 포기했다. 괜히 눈치 보이기도 했고, 2분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었다.
그런데도 이상했다. 마음 한구석이 자꾸만 거슬렸다.
'왜 정확히 2분이지?'
회사의 출퇴근 시스템상 6시 2분 이후부터 초과근무가 쌓이는 건 아닐까?
그 작은 시간이 쌓이면 결국 누군가의 시간, 아니 나의 시간이 아닐까?
며칠 후, 우먼업 지원금 신청을 위해 근로계약서를 요청했다.
메일로 도착한 계약서를 열어보는 순간, 멍해졌다.
분명히 적혀 있었다.
6시 이후 추가 근무에 대한 조항이.
전날에는 ‘모른다’고 했던 팀장.
하지만 계약서엔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 있었다.
이걸 내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아무 일도 없었겠지.
그다음 날 아침, 카카오톡으로 내용을 정리해 보냈다.
출근했지만 이상하게 기운이 빠졌다.
마치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후 3시.
팀장에게서 대화 요청 메시지가 왔다.
나는 어제의 상황을 다시 이야기했다.
관리자와 단기계약자의 조건이 달라서 몰랐다고 했다.
그리고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그 후 일주일쯤 지났을까.
공지사항이 떴다. 퇴근 시간이 '6시 2분'에서 '6시 정각'으로 바뀌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내가 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을 거라는 걸.
생각했다.
혹시 나만 몰랐던 걸까?
동료들도, 계약서를 꼼꼼히 보지 않았을 수 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계약서든 안내문이든 귀찮아서 넘긴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내가 말했기에 바뀌었다.
작은 의문을 넘기지 않았기에 내 시간이 돌아왔다.
이후로 다짐했다.
‘불편해도, 말하자.’
그게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걸,
2분이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