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관인을 하며, 나는 조금 달라졌다

by 감사렌즈

▪ 처음엔 ‘괜찮은 알바’라고만 생각했다

선거 참관인 교육을 받기 전까지는, 솔직히 이 일을 그냥 하루 일당이 괜찮은 아르바이트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나라를 위한 일이라기보다는, 쉬는 날 시간을 채우는 일 정도로 가볍게 여겼죠.

하지만 교육을 받고, 실제로 현장에서 참관인의 역할을 수행해보니 그 생각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이 일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었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한 표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지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 숫자보다, 사람을 마주하게 되었다

참관인 업무 중 가장 낯설었던 건, 2시간마다 연령대별 투표자 수를 기록하는 일이었습니다.
20대부터 80대 이상까지, 연령을 나눠서 체크해야 하는데 처음엔 방법을 몰라 당황했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참관인에게 조심스레 물었고, 그분은 자연스럽게 유용한 앱을 알려주셨습니다. 유권자의 수와 연령을 간편하게 기록할 수 있는 ‘카운터 어플’이었죠.

카카오톡 참관인 채팅방에 올라온 다른 지역 팀의 기록을 보고 놀랐던 것도 기억납니다.
‘어떻게 저렇게 정확하지?’ 했는데, 대부분이 그 앱을 활용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바로 설치했고, 교대로 사람 수와 연령을 체크하며 꼼꼼히 일했습니다.

누군가는 기록을 하고, 누군가는 현장을 눈에 불을 켜고 살폈습니다.
작은 빈틈 하나 없이, 그날은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날이었습니다.


▪ 선거,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순간은,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이나 장애를 지닌 유권자분들을 마주했을 때였습니다.

손을 움직일 수 없어 가족이 대신 기표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게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또 한 가족은 지체장애가 있는 가족의 의사를 손가락 숫자로 표현하려 했고, 저는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렸지만,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벌어져 버렸습니다.

그 장면을 기록했어야 했지만 놓쳤고, 제 눈앞에서 지나간 그 순간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옆에 있던 참관인 분이 “그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해주었지만, 저는 괜히 자책하게 되더군요.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거동이 어려운 분들은 가족 1인이 동행해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고, 사무참관인의 동의를 얻으면 함께 지켜볼 수 있다는 절차가 있다는 걸요.
한 사람의 투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그날 그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 마음 한 켠에 생긴 욕심

‘조금 더 잘하고 싶다.’
단순한 일이라고 여겼던 이 일에, 어느 순간 책임감과 작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8시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엔 경찰관 두 분, 사무원, 그리고 다른 당의 참관인과 함께 투표함을 밀봉하고, 개표소로 이동했습니다.


▪ 뿌듯한 하루, 감사한 경험

쉬는 날이었지만, 참 잘 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용한 책상 앞이 아닌, 나라의 중요한 날에 작은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다음 선거 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또다시 이 자리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 더 단단한 마음으로,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그 날의 국민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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