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이에게 위로받았다

by 감사렌즈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몸이 천근만근이다.
점심시간을 빼고 하루 종일 울리는 전화기 너머로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 말은 점점 사라지고, 온몸은 기계처럼 굳어버린다.

그런 날이면 집은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라게 된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종알종알 말을 건다.
친구랑 싸운 일, 오늘 반에서 있었던 웃긴 사건, 급식으로 나온 불고기 이야기까지.
아이의 하루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나는 무심코, 아니 지쳐서 이렇게 말해버렸다.
“그만… 엄마 피곤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밤이 되어 불을 끄고 나란히 누웠을 때, 아이가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엄마, 나 안아줘.”

나는 또 피곤한 마음에 툭 내뱉는다.
“왜 자꾸 안아달라고 해?”

잠시 정적이 흐르고, 아이가 속삭인다.
“엄마를 안고 싶으니까. 안으면 포근해서 좋아. 하루 피곤이 다 풀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안았다.
꼬옥, 따뜻하게.

아이의 품은 생각보다 가볍고, 생각보다 단단했다.
그리고 참 이상하게도, 그 품 안에서 내 하루의 무게가 조금씩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나만 위로가 필요한 줄 알았는데,
오늘도 나는 아이에게 위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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