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희미한 햇살이 번졌다.
눈을 겨우 떴을 때, 남편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들렸다.
“아침밥 좀 차려놓지 그래. 애들 일어나기 전에.”
“…….”
“맨날 말만 하지, 행동은 없잖아.”
말끝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일어나자마자 들이치는 잔소리는 하루를 온통 뒤엎는다.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그 말들이 자꾸만 머리맡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말 한마디로도 사람을 지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고, 남편은 더 말을 쏟아냈다.
그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 기차처럼 달려들었다.
“애들한테도 안됐다. 부모 잘못 만나서 아침밥도 제대로 못 먹고.”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차려도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인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못난 엄마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 말이 자꾸 되뇌어졌다.
잔소리를 들었던 아침이, 남편의 말투가, 말의 방향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남편의 얼굴을 째려보게 되고, 목소리는 날카롭게 튀어나갔다.
몸은 대상포진 약을 먹느라 무겁고, 머릿속은 취업 준비와 자격증 공부로 빽빽하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남편의 잔소리는 그 지친 마음을 쿡 찔렀다.
일요일, 교회에 갔다.
누군가 “요즘 어때요?” 묻기에 그 아침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이 한 말을 내 감정을 얹어 얘기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 순간 약간의 위안을 받았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말했다.
“소설을 쓰네.”
“왜 과장해서 말해?”
처음엔 또 짜증이 올라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엄마 말이 과장됐어?”
둘째가 말했다.
“엄마가 말한 건 있었던 일이긴 한데… 감정이 섞이니까 듣는 사람은 아빠가 엄청 나쁜 사람처럼 들릴 수도 있어.”
그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돌이켜보니, 감정이 앞설수록 나는 사건을 확대해서 해석하고 있었다.
남편의 말투나 말보다, 내 안의 피로와 억울함이 그 말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사실, 남편도 지쳤던 것 아닐까.
매일 아침, 출근 전 준비되지 않은 식탁을 보고 느낀 실망.
그 마음을 어떻게든 말로 풀어보려다 잔소리가 되었을 수도 있다.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는 걸, 그제야 조금 이해하게 됐다.
감정은 사실을 가리기도 하고, 크지 않은 사건도 크게 만들어버린다.
나는 내 감정의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었고, 그 안에 갇혀 있었다.
그날 이후,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감정이 끓어오를 땐, 먼저 한 발짝 물러서 보기.
말을 꺼내기 전에 그 안에 무엇이 섞여 있는지 들여다보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매일 가까이 있지만, 그만큼 쉽게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감정에 갇히지 않고, 그 너머를 보려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감정을 키우기보다 관계를 지키는 쪽으로 걸어가고 싶다.
그건 어쩌면, 아주 작은 시도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입을 다물고, 숨을 고르고, 마음을 정돈하는 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