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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원 Jan 27. 2022

EP3. 웨딩아치,  함께 하는 삶에 대한 단상.

“결혼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진정?“


10cm의 입김을 듣는 중이다. 호텔 루프탑에서 사진을 찍는데 오래된 부부인지 연인인지 모를 분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계셨다. 내가 머무는 호텔에는 웨딩아치를 닮은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고, 두 분은 그 곳을 빼놓고 바다 풍경을 담아가셨다.


아 확실히 부부다! 싶은 찰나 들리는 여보! 소리.


우습게도 올해의 첫 입김을 인천에서 본다. 아름다운 비밀도, 가질 수 없었던 당신들도 희미하게 다 날아가 버린 스물아홉이다. 나는 주말인데 할일이 없고, 당신이 지금쯤 어디 있을까 궁금하다.


함께 하는 삶. 

(10cm 노래들을 좋아한다, 어떻게 이런 가사들을 쓰는지)

올해 가장 생각해보고 싶은 화두였다.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한다면 어떤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나. 작년 마음이 너무 힘들어 아버지께 물어보니, 답이 이상했다. “앞으로 삼년은 정 말 결혼을 하고 싶을텐데, 하지 말아라“ 아버지는 매일 엄마랑 경포대도 가고, 춘천도 가고 여주도 가면서 왜 나는 하지말래. 입을 삐죽거리자, 지금 네가 힘들어서 그래.


사업도, 영화도 네 맘대로 안되니까 집에 누구라도 좀 있었으면 싶지? 그래서 하는 결혼이라면 하지 말라고. 결혼은 도피가 아니니까.


술을 배울 때도 같았다. 술은 좋은 음식이지만, 과하면 자리와 너를 망치니 적당히 즐겨라. 그러나 아직도 내가 종종 술실수를 하는 것처럼. 나는 종종 실수를 반복하듯 도피를 꿈꾸고는 한다. 그냥 다 때려치고! (그럴 사람도 없지만 생각이나 해보는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적령기의 나이가 되었으니까, 멀쩡한 사람 만나서 어때 아빠?


물으면 다시 대답이 돌아온다. 그 멀쩡한 애는 다 멀쩡한데 눈이 삐꾸래? 재밌게도 그 말을 물을 때의 내 마음을 아버지가 다 알고 대답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바닥이라 누구든 나 좀 안고 무겁게 24시간만 있었으면 좋겠다. 다 괜찮다고. 그러니까 이렇게 내가 너를 안고 네 가 나를 안고 있는 것처럼 우리 세상에 발붙이고 가만히 있어보자고.


이런 말이 필요할 때, 나는 간절히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습게도 그 순간 미칠 것 같은 두려움이 찾아온다. ‘어! 나 아직 하고 싶은게 많은데, 영화도 사업도 아직 반석에 오른 것이 없는데.“ 사실 그리고 나를 위로해주는 그 마음에는 고마울 것 같다가도 내가 그 사람에게 그만한 위로와 시간 그리고 책임감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직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적이게도. 나는 주는 사랑이 아니라 받는 사랑만 원하는가보다.


아마 내가 연인이 아니라, 부모 같은 사람을 찾았던 것이 틀림없다.


“나의 성장을 기꺼이 지켜봐주면서도, 외로울 때는 틈 없이 안아주기까지 하는“


그런 사람과 함께 하는 연말을 보내는게 내 이십대의 작은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꿈이 작지 않아서 외로운 연말을 보내는 중이다. 이제 모르겠다 나도. 내 성장을 지켜보느라 제 성장이 더디던 사람은 지루해 견디기 어려웠고, 쑥쑥 성장하는 나를 사랑하던 사람은 쓰러진 나를 안아주질 않더라. 그러다 쓰러진 나를 안아주던 사람 옆에서는 성장이 아닌 안정을 꿈꾸 게 되는게 두려웠다. 쓰고 보니 사람이 참 간사하다. 그래서 이십대의 마지막에나 와서 생각 하는 것이 결국 부모같은 연인은 없더라는 것.


성장과 안정. 둘 다 갖고 싶은 이 욕심에서 언제쯤 나와 설 수 있을까 싶다가도.


그래도 이제 혼자 있을 때보다 더 외롭고 어려운 사랑들은 그만하기로 했다. 그럴 바에 그냥 혼자 이 삶을 견뎌 보기로 한다.


물론 그런 실수 속의 나를 오래 사랑했으나, 이렇게 외로움을 견디는 시간에 나를 사랑할 누군가를 안아줄 마음을 길러 보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결국 나를 선택해 함께 하는 사람에게 나도 성장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연인이고자.


가만히. 아주 가만히 내 삶 먼저 사랑해보기로 한다.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지키려 애쓰는 삶 말고, 누군가에게 내어줄 시간과 애정을 사랑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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