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건 착한거고, 잘사는건 잘사는거고
며칠 전에 있었던 일.
외부 일정을 마치고 사무실로 가기 위해 골목길을 좁은 골목길을 조심스레 운전해서 가고 있었다.
날이 좀 더워서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천천히 가고 있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듣자마자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바닥에 어떤 남자가 누워서 머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한 20미터 전방에서 벌어진 일이라 뭐지 하며 천천히 지나갔다.
그냥 가려고 했는데,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 중 한 사람도 그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사람이 없었다.
'진짜 뭐 같은 인간들이네'하며
누워있는 사람을 지나쳐 차를 세우고 다가갔다.
바닥에 약간 흥건이 고여있는 피.
머리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피.
급하게 차로 뛰어가 수건을 가져와 지혈을 하고
지나가던 청년에게 119에 전화 해 달라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그 남자를 뒤에서 끌어 안고
내 품안에 뉘였다.
'그냥 편하게 기대세요'
그 사람은 말이 없었다.
자꾸 일어나려고 하기에, 당황해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계속 편히 나에게 기대 누워 있으라고 강권했다.
진한 술냄새.
대낮에 술 마시고 발을 헛디뎌 넘어졌는데,
넘어지면서 길에 놓여있는 화단 모서리에 부딪혀 피가 난걸로 추측했다.
맞던지 말던지.
금새 경찰이 오고, 곧이어 119 분들이 오고
인적사항 건네주고 자리를 떠났다.
참 팔자 좋은 사람.
대낮에 술마시고 돌아다니고, 나는 죽어라 일하고.
넘어진 사람 핸드폰은 최신형 폴더폰
나는 7년된 전화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속 상해졌다.
사실 이렇게 사람을 도와준게 여러번.
자살 시도 하려는 사람 구한 건 2번.
사고로 쓰러진 사람 도와준건 여러번.
난 참 착한 사람이구나.
그런데 난 왜 힘들게 살고있지.....?
난 왜 돈을 못 벌지.....?
실은 아무 상관없는, 아무 관련없는 일이다.
내가 착하고 바르고 타인의 생명을 지켜준것과
내가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은 것은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다. 그렇다.
근데 그걸 알고 있지만, 왜 속상할까?
실은 이 글을 넘어진 남자를 도와준 그 날 쓰려고 했다.
그런데 그 날 쓰면 안될것 같아 부러 며칠 지나 오늘 쓴다.
아무 상관도 없는 인생 요소인데
속상한 감정이 지나쳐 정말 똥소리만 늘어 놓을 것 같아서였다.
근데 며칠 지나도 똥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은 속상한.
이제 그만 착하게 살까?
모르겠다.
그 남자의 피로 흥건히 젖었던 내 웃옷이 생각난다.
피 묻은 옷은 바로 빨아야 하는데 그 옷은 그러지 못했다.
몇시간이 지나 퇴근해서 집에와서 겨우 빨았다.
피가 안 빠질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세탁을 했다.
헹글때 무색의 물을 물들이는 피를 보며
'그래 이 일도 잊혀지는구나.'
아무도 모른다. 내 식구도 내 지인도
내가 착한 일을 한 것을.
옷에서 피가 깔끔히 빠져나갔듯이
아무도 내가 착한 일을 한 것을 모른다.
흔적이 없다.
그냥 지나갈걸.....그랬으면 말도 안되는 연결때문에 속상하지 않을텐데.
실은 지금도 약간 속상하긴하다.
내 선행이 나의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결 해 주었으면 하는 망상에 가까운 공상이 있기는 하다.
에잇! 나도 모르겠다.
난 또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보이면 도와주겠지.
그리곤 또 속상해 하겠지.
그러다 암이나 걸려 죽으려나......
그냥 짜증나서 두서없이 글을 남긴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