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다보면 모두 다 잘될 것 같은 기분이야
하루 중 씻는 시간은 당신에게 어떤 시간인가요?
이번 글은 시작하면서 이런 질문을 할까한다.
씻는 행위가 당신에게 무엇이냐고 말이다.
우리는 매일 씻지만 사실, 이 질문에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답을 가장 많이 하지 않을까?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씻어요
주변에서 내게 많이 하는 평 중애 하나는
냄새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매일 옷에다가 섬유향수를 뿌려서 섬유관리를 하는 것이나, 계절마다 좋은 향, 아니면 그냥 좋은 향수를 수집하거나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씻는 것도 좋은 향을 입히는 행위이기에 중요하긴 했다.
하지만 2020년, 그보다 더 내게 씻는 행위가 중요해진 변곡점이 있었다.
2020년 광주 고시원에서
2020년 여름에서 가을,
운이 좋게도 졸업도 전에 한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본사인 광주에서 교육과 적응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 없냐기에
‘아 당연히 할거면 제대로 배우고 해야지!’라고 생각하며 광주를 가겠다고 했다.
단기로 내려가는데 회사에서 집을 구해준다고 해서 믿고 내려가야지 하고 기다렸는데 별 소식이 없었다.
결국 급하게 스스로 구한 방은 작은 화장실이 딸린 고시원 방이었다.
내가 원해서 간 것이고
또 나는 살면서 늘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았고
또 나는 언제나 씩씩하게 헤쳐나갔기에 괜찮을거라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생각보다 외로웠고
생각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많았고,
그렇게 축축쳐진 마음과 몸을 이끌고 들어간 고시원 방에서는 곰팡이 냄새와 남이 밥을 차려먹는 소리가 벽 너머로 들렸다. 서울에서 사는 집에서는 힘들면 맥주 한 잔 하면서 마무리했던 기억이 나 급하게 맥주를 사와서 냉장고에 채워넣고 맥주를 들이마셨는데 바래진 꽃무늬 벽지를 보면서 먹는 맥주는 시원했지만 시원하게 만들어주진 않았고 낭만적이지도 않았다.
밤마다 지금도 월세와 공과금이 나가고 있을 서울집을 그리워했다.
그러다가 지역이 달라져서 그런지 물이 안 맞아서 몸 전체에 막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 말로는 엄마도 지역 옮길 때마다 그런다고 유전같다고 했다 ㅋㅋ DNA의 힘)
바디스크럽이 조금 도움이 될 수 있다기에 올리브영으로 향했다.
웃기게도 사람의 건강해지고 싶은 욕구는 .. 취향도 이긴다.
평소라면 머스크향 같은 걸 골랐을테지만 괜히 건강해보이는 하브향을 골라서 집에 갔다
바디스크럽을 사니까 또 괜히 귀 뒤까지 꼼꼼히 구석구석 다 스크럽을 해줬다.
그리고 또 괜히 바디로션까지 꼼꼼히 발라주고 이불도 벽지도 냄새나는 고시원 침대에 누웠다.
오랜만에 몸을 구석구석 씻어주고 케어해주고 불을 끄고 누웠다.
그 어둠 속에서 허브향이 계속 코를 맴돌았고 몸을 뒤척일 때마다 나한테 닿는 내 살이 너무 부드러웠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와 이 곰팡이 냄새나고 축축한 고시원 방에서 나한테는 좋은 냄새가 나는구나
이렇게 내가 누워있는 방은 척박하고 좁은데 내 몸만은 부드럽고 뽀송하네? 행복하다
그 후로 나에게 씻는 행위는 ‘하루의 마지막을 꽤나 괜찮게 견뎌내는 힘’이 되었다.
2020년 광주에서의 샤워용품
1. 퓨어썸 샤워필터
그 후로 샤워필터를 샀다.
샤워기헤드를 빼고 중간에 끼워넣으면 물에서 자몽향이 은근하게 났다.
그 동안은 물이 안 맞는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는데 샤워기헤드 중간에 이거 하나 끼웠다고 행복해졌다. 맞다. 아마 플라시보 효과일 것이다 ^^
엄청 진한 자몽이라기엔 마치 자몽착향료를 내 몸에 끼얹은 것 같은 느낌으로 은은하게 스미는 향도 좋았다.
특히 고시원은 샤워기를 조금만 잘못 써도 화장실에서 물이 다 새서 밖이 자주 물바다가 되서 혼자 방 닦으면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걸 쓴 후로는 오 방에 자몽향 입히면서 방청소한다 짱이당 이런 마음으로 닦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PLU 바디스크럽
위에서 말한 바디스크럽이 이거다.
나름 올리브영 1위라는 다른 제품도 써봤는데 다른 제품들은 놀이터 모래에다가 몸을 비비는 느낌이라면 이거는 고운 모래사장에 몸을 비비는 느낌이다.
뭔가 몸도 보드라워진다.
허브향도 왠지 아로마 스파에서 관리받는 냄새라서 셀프케어하는 느낌이라서 좋다.
추천.
유일하게 광주에서 처음 알아서 아직까지 쓴다.
지금 우리집 화장실에 있다 (●'◡'●)
3. 3. 더샘 터치 온 민트 바디워시
먼저 밝히자면 내가 원래 좋아하는 향은 클린 웜 코튼, 머스크향, 시어버터향 같은 따뜻한 계열이다.
이제까지 좋아했던 향이 에메랄드에서 황급빛같은 느낌의 향기였다면 광주에 가서 좋아했던 향은 하늘색같은 느낌의 향기였다. 아마 환기를 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도 있고 한여름이기 때문도 있다.
이거는 더샘 사장님이신 셋째 이모께서 바디워시를 예전에 종류 별로 보내주신 적이 있다.
그 중에서 제일 안 좋을 것 같아서 안 쓰고 있다가 광주에 오니까 몇 달 쓰고 버릴용으로 가져왔는데 오히려 너무 좋았다.
안 좋을 거 같지만 좋은 게 있고 어디서 어떤 순간엔 제일 싫은 게 어디선가 어떤 순간에 제일 좋아지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그리고 멘톨 성분이 있는 건지는 몰라도 몸을 시원(?) 화하게 해준다.
고시원 화장실이 좁아서 볼 일을 보면서 발을 씻을 수 있엇는데 집에 들어오면 변기에 앉아서 발마사지와 족욕을 즐기게 해준 일등 공신이다
근데 진짜 이걸로 발 씻으면 화-하니 기분이 좋그등여?
4. 모레모 워터 트리트먼트
사람이 힘들수록 내가 보기에 꽤 멋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을 외적으로 고급스러워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은 이 3가지라고 생각한다.
총명하고 반짝거리는 눈빛,
건강해보이는 피부,
잘 정돈된 머릿결,
힘들수록 흐트러지기 쉬워서
힘들수록 지키려고 한다.
내 상황이 어려울 때일수록 남들은 생각도 없겠고 별 거 아니라 느끼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멋진 것들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결국 내가 지키는 것들이 나를 지켜준다.
그게 내 생각이다.
그 중에서도 이 트리트먼트는 로레알 빨간 뚜껑 트리트먼트와 투탑으로 내가 경험해본 잘 정돈된 머릿결을 만들어주는 인생템
근데 사용감이 굉장히 신기한 트리트먼트다.
(제형이.. 비염일 때 주륵하고 나오는 묽은 콧물 같다)
2021년 삶의 질 상승템 3
사진으로만 슥- 직장인이 되고 나름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따지는 소비를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단순히 기분전환의 요소가 아니라 +a로 나만의 데일리-샤워 디테일 아이템도 소개한다.
3개 다 거를 거 하나 없이 완전 추천
+ 개인적으로 내 몸에 착향이 잘되는 + 데일리 추천 향기 추천템은 Sabon 핸드워시 머스크 향
사실 우리 모두는 씻는 취향이 있다.
사실 내가 멋드러지게 이것에 대해 이야기해서 그렇지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씻는 취향이 있을 것이다.
'씻는 순서 고르기' 같은 짤이 돌아다니는 것도 같은 맥락 아닐까.
이 뿐만이 아니다.
나만의 씻는 시간, 나도 모르게 고르는 샴푸나 바디워시 향 취향, 내 몸에 맞는 성분 등도 그와 같을 것이다.
그냥 우리는 씻는 것에 대해 인지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리고 솔직히 크게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낼 만큼의 어떤 특별함이 없기도 하다.
나도 쭉 그래왔다.
근데 사실 씻는 것은 내게 늘 중요했던 것 같다.
여행을 가도 숙소에 욕조하나 딸려있으면 힐링이 되었고
수압이 세거나 하다못해 좋은 핸드워시 하나만 비치되어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그냥 인지했다는 것은 인생이 갑자기 바뀐 게 아니라
내가 생생하게 행복을 느낄 것이 하나 늘어난 것이고
내가 그래서 지켜야할 것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한다.
그걸 인지하기 전까지 잘 씻는 건 나에게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는데
인지한 이후에 잘 씻는 것은 '잘 씻는 것 그 자체로 힐링'이 되었다.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힘들면 어느샌가 샤워용품을 고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그러고나니 씻고나서 바르는 바디로션에 눈길이 가고,
그러고나니 예전에는 옷도 좋은 향기를 유지하기 위해 섬유향수를 뿌려서 보관하는 게 중요했다면 깨끗하게 빨아서 잘 다려서 보관하는 게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조금 구겨져도 좋은 냄새가 나는 게 중요했는데 이제는 구겨진 걸 잘 펴는 게 더 중요해진 것이다.
그러고나니 조금이라도 몸에 불편한 옷도 싫어졌다. 애초에 좋은 재질을 가진 몇가지 옷을 고르는 중요해졌다.
그래서 내게 씻는 행위가 중요해진 것은 이제는 화려한 향기를 입는 것보다 잘 비우고 내 몸을 잘 어루만져주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이다.
마치면서, 우울은 수용성이라는 거 아나요?
씻는 것은 우울증 해소애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여러분도 우울하다면 조금 더 돈을 들여서 샤워용품을 사보고 구석구석 씻어보고 내 몸에 가장 편한 옷을 입고 하루를 마무리 해보면 어떨까?ㅡ라고 제안해본다.
그리고 하나 팁이 있다면 얼굴을 씻을 때는 미간 사이와 눈썹을 의식적으로 마사지해보자 그러면 하루종일 인상 쓰던 나의 긴장을 풀어주고 밤만큼은 편안해져도 돼라고 스스로 위로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꼭 귀 뒤, 아킬레스건같은 곳까지 구석구석 씻어보자
그러고 잠자리에 누우면 아마 나를 둘러싼 모든 게 힘들어도 내 몸만은 부드럽고 향기가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될거다.
잘 씻으면 깨끗해진다.
몸도,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