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 세번째 꼭지
작년에 처음으로 엄마와 단 둘이서 여행을 가기로 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여행 3일 전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딸~ 엄마가 아무래도 일이 생겨서 여행을 못 갈 것 같아.
엄마가 생각하기에 여행을 가도 계속 이 일이 신경이 쓰일 것 같아서.. 이해해줄 수 있지?
물론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엄마는 그래도 한 팀을 이끄는 대표이고, 책임감 하나로 20년 넘게 이 일을 하루도 안 쉬고 해왔고,
이해라는 게 해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끝도 없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그래도 이 여행을 기대해서 그럴까.. 서운함을 넘어 화가 났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이 상황이 싫지? 싶을 정도로 나쁜 마음이 터져나와서 서운하다고 한참을 말하다가 "엄마는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야 엄마.."라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아직도 그때 엄마의 답변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러게.. 나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은아 너는 참.. 잘 용서해주지 않는 것 같아
그 순간 엄마와 겪는 이 상황이 싫었던 이유를 알았다.
엄마가 하는 행동에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참 뭐하자고 저렇게 열심히 사나 싶은 것이, 은근히 미웠다.
엄마가 그렇게 열심히 살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일까 그 모습이 좋으면서도 어떤 순간엔 미치게 싫었다ㅡ 그리고 우리 엄마 역시 가족관계에서 엄마 역할을 할 때만큼은 그 점을 가장 속상해하고 마음 아파한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여행이 가고 싶어서 딸이라는 이름으로 그 점을 아주 손쉽게 공격했다.
내가 비겁했구나
왜 엄마 앞에서만 유독 남들에게는 서운하거나 화나지 않을 이런 별것 아닌 것에 감정이 폭발하는지.. 이 감정은 지금 여기서 갓 태어난 감정은 아니구나. 어디서부턴가 가족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가지고 있는 기억과 감정들이 터져나온 거구나
내 마음의 시그널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엄마 나 그냥 혼자 여행 다녀올게"라고 대화를 멈췄다.
알고 있었어 무슨 말인지 무슨 마음인지 다 알아
그래야겠지 결국 언젠간 제일 어려운 숙제를 해야지
- 아이유 <마침표>
그런 일을 겪고 나서 떠나는 여행에서 생각의 방향은 너무 당연하게도 '엄마'였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한 가지 옵션이 추가되었다.
엄마를 '남'으로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엄마와 여행을 가고 싶었던 것은 졸업 전 어줍짢은 효도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엄마가 없이 엄마와 떠나는 여행은 엄마의 이야기 말고, '당신' 그러니까 이소연이라는 인간의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의 결론은 내 정체성은 내가 모르는 부분까지 엄마한테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
그런데 그 정체성이 엄마의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하는데 엄마가 큰 공헌을 했다는 것
어쩌면 졸업 전에 혼자 떠나는 이 여행이 엄마가 그냥 나가사는 것,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내게 진정으로 독립할 기회를 준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엄마의 역할이 아니라 엄마와의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꽤 재밌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바빠서 여행을 못 갔던 순간에 느꼈던 내 감정 말고, 우리 엄마는 왜 바빴지?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이지?같은 질문들로 시작되는 엄마의 이야기.
'우리 엄마 딸하고는 같이 여행 안갈 정도로 바쁜 인간인데 돌아보면 참 멋있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구태여 나와 여행을 떠나주지 않더라도 우리 엄마가 내 삶 속에서 준 좋은 것들이 참 많았다.
엄마가 준 사랑은 한 순간의 이벤트같은 사랑이 아니라 내 삶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강한 사랑이었다.
이 글에서는 그래서 엄마라는 호칭보다는 당신이라는 지칭어를 써볼까 한다. 적당히 객관화한 것 같으면서도 왠지 관찰자로서의 뜨끈한 애정도 느껴지지 않나?
그러니까 이 글은 내가 좋아하는 당신에 대한 이야기들
(그 때의 메모들을 이제서야 살을 붙여 글로 남기는 건 내 게으름 탓 ㅎㅎ)
1. 당신은 길거리를 10분 산책해도 그냥 지나다닌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 당신과 같이 돌아다니면 '옷을 깔끔하게 입고 다녀야지 저렇게 하면 멋이 떨어지는데..' 같은 말을 하곤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이지? 하고 유심히 보면 실밥이 작게 튀어나왔거나 아주 조그마한 얼룩이 묻어있는 경우였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식당을 가면 '어우 벽지가 울었네..'하면서 식당 내를 유심히 살펴봤다. 나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 당신은 귀신같이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것들을 잘 찾아내곤 했다.
물론 이것은 인테리어라는 당신의 일과도 관련있었는데 가만 보면 다른 거에는 돈을 아껴도 집을 꾸미는 거에는 알 수 없는 즉흥성을 보였다. 몇백 몇천을 들여서라도 인테리어를 어느 날은 모던으로, 어느 날은 엔틱으로 집 인테리어를 확확 바꾸기도 했고, 이사를 가면서 집을 살 때는 전체 통유리와 아트월이 있는 빌라에 첫눈에 반해서 대뜸 계약하곤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 사이에서도 우리 집이 동네에서 제일 예쁘다고 소문(?)이 났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아주 까다로운 기준이 어느 순간 내 머릿 속에 잡혔다.
늘상 집에 있는 인테리어 샘플 북을 보다보니까 나무 종류도 자연스럽게 외워지기도 했고, 질감이나 색상에 대한 감각도 생겼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곳을 가더라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내가 딱 보고 뭐가 좋은지는 알겠는 것들이 있었다.
당신과 같이 다니다보면 간판 하나, 나무 한 그루 심어져 있는 종류, 벽돌 모양, 식당에서 음식을 담는 모양 하나까지 만물이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이 습관이 들어서 그런가.. 동네를 산책다니며 유심하게 보고 이야기하고, 그러다보니 항상 살고 있는 곳이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당신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보다는 깔끔한 미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좋다고 칭찬할 때를 보면 눈에 띄는 한가지 보다는 딱 봤을 때 신경쓰이는 게 없을때였다.
지금도 본가를 갈 때마다 같이 산책을 간다.
물론 나는 눈에 띄는 한가지에 꽂히는 사람이라 당신과 둘이 같은 걸 보고 이야기해도 대부분 상반된 견해를 보이지만 그 점이 좋다.
예를 들면 집 앞에 새로 깐 보도블럭에 섞인 반짝이가 싼마이 같아서 별로다, 아니다 밤에 보면 낭만적이다같은 이야기
2. 너 몸뚱이 하나로도 자신감 있는 거, 그게 진짜 어른이야
이제 돈도 벌겠다, 독립도 했겠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한 올해 추석,
당신께서 본가에서 서울집으로 데려다주는 길에 했던 말이 있다.
"엄마가 관찰해보니까 너는 학교 다닐 때부터 가방 신발도 참 빨리 헤진다..
항상 뭐가 그렇게 급한 것처럼 빨리 척척 걷고 다니고, 책이며 노트북이며 뭘 많이 들고 다니니까 가방도 우왁스럽게 큰 거 메고 다니고 빨리 헤지는거지"
그러고나서 해준 말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았다.
엄마가 생각하는 어른은 별거 아니야.
빨리 걷지 말고 천천히 걷고, 괜히 더 예쁘고 마음에 드는 옷 입고 사람들한테 대접받을 때 즐길 수도 있는 거.
석사학위 따고, 직장에서 높은 위치 올라가는 게 아니라 자기 몸 하나를 제일 먼저 챙기고 제일 아름답게 하고, 그게 누가 봐도 보이는 거 엄마는 그게 어른이라고 생각해
그러고보면 사람이 자신 없고 마음이 가난할 때는 설명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자기관리가 안되는 이유는 요즘 석사 논문이 바빠서.."
"사람들 사정 다 봐주면 일은 언제해? 내가 어쩔 수 없이 악역 맡은거야"
같은 것들 말이다.
아마 당신은 본능적으로 그걸 아나보다.
바빠도 내 몸 하나 챙기면서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를 위하는 일이라는 거
그러고보면 내가 멋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무언가를 자꾸 내게 증명해보이려는 사람들이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아 제가 어디 다니는 사람이거든요" 같은 이야기.
그 자신감이 오히려 자신 없음으로 다가왔다.
맨몸으로는 상대가 안되니까 보이는 불안함
그리고 당신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남들한테 설명하지 않는 사람. 그냥 보기만 해도 저 사람은 참 열심히 살아왔구나를 온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덕분에 좋은 열심히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당신이 빠른 걸음 얘기하면서 그랬다.
발걸음 안 맞춰주고 빨리 걷는 사람은 만나지도 말라고
근데 너가 그런 사람이 되지는 더더욱 말라고
3. 기쁠 때마다 달려가도 귀찮아하지 않는 친구
사실 인생에서 이유 없이 힘든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기쁜 이야기를 하는 게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힘든 이야기를 하다보면 더 끈끈해지는 계기가 되지만 정말 인생에서 소중한 친구는 이유 없이 기쁜 이야기를 해도 같이 기뻐해줄 수 있는 친구다.
그리고 오늘 기쁜 일이 언제든 나에게 다시 마음 아픈 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긍정할 수 있는 친구
그리고 당신은 나에게 어떤 순간에도 그런 친구다.
이유 없이 전화 걸어서 "엄마! 나 오늘 기분 좋아 왜냐면 오늘 일 좀 잘한 것 같아~"라고 근거 없이 말해도 웃으면서 "그래서 요즘 바빠서 오랜만에 전화한거야?"라고 말해줄 수 있는 친구
최고의 순간에는 마구마구 칭찬해주다가도 "스스로 아무리 잘났다고 생각해도 사람들 앞에서는 겸손하게, 알지? 당당하고 잘난 맛은 일할 때만 해. 너무 겸손하지도 말고, 겸손하고 당당하게! 엄마는 딸이 똑순이였으면 좋겠어"라면서 꼭 한마디씩 덧붙인다.
4. 어떤 순간에도 최악의 모습은 보여주지마
어른이 되고, 자취를 하니 가장 신기한 당신의 모습이 있다.
나는 한 번도 집에서 같이 누워있거나 밥을 먹고, 생활하면서 당신에게서 안 좋은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당신에게서는 늘 좋은 냄새가 났다.
그것 뿐인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꼭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잤다.
나름 당신이 일을 하고 온다고 내가 동생과 역할을 분담해 치워놔도 만족하지 못하고 빡빡 치우고 잤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면 저렇게 되는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자취를 하고,
저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을 하고 있다
어떻게 매일 씻고, 매일 청소를 하죠?
그것보다 신기한 건 당신은 가끔씩 아주 늦은 밤 일과를 끝내고 화장실 청소까지 깨끗하게 하고 잤다.
얼마나 빡빡 청소를 하는지 솔 소리가 스삭스삭도 아니고 쓕쓕하고 났다.
어른이 되고 나중에 알았다.
당신은 마음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던 날이면 어린 우리들에게 괜히 뭐라고 할까봐 혼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화장실 청소를 했다고 한다.
당신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내일은 괜찮을 수도 있으니까 어떤 순간에도 최악의 모습은 보여주지마"라는 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최근에서야 조금씩 알게 된다.
최악의 순간을 보여준다는 게 '쟤가 알고보니까 저렇더라?'가 되어 짧으면 몇 년, 해명할 의지도 기회도 없으면 평생을 따라다닌다는 거. 그냥 그게 그 사람에게 나의 전부가 되어버린다는 거
어느 날 가장 솔직했고 찌질했던 마음이 그 다음 날은 또 그렇게까지는 아니었던 나날들, 사실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커서 이 마음이 지질하게 오래 남아 평온하길 바라는 마음에 자꾸만 돌을 던져 괴롭던 날들, 말이 마음만큼 표현되지 않아 혹은 말이 마음보다 강하게 표현되어 오해가 되었던 많은 날들을 나는 알고 있다.
나도 그래서 그 때의 당신처럼 최악의 날이라고 생각되면 일단 말하지 않고, 화장실 청소를 하게 된다.
끝나고 나면 그냥 잠이나 자고 싶거든
아니면 가끔 동기한테 전화해서 털어놓거나
너무 말이 많으면 말에 무게가 없고
너무 침묵하면 아무도 관심갖지 않을 것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질 것이고
너무 약하면 부서질 것이다
- 당신에게 저 말을 들은 날 쓴 메모
5. 나는 밥 챙겨주는 사람이 좋아
당신은 내가 아는 40대 중에 제일 순수하고 낭만적인 사람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한테 사랑에 빠지냐는 질문에 아주 심플한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밥 챙겨주는 사람이 좋던데?
참내.. 나를 리드하거나 존중해주는 사람도 아니고, 외적인 이상형도 아니고, 아주 특별하게 뭘 잘해주는 것도 아닌 밥 잘 챙겨주는 사람이라니?
그냥 당신은 지금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가 밥 때 되면 밥 먹었는지 물어보고, 같이 밥 먹어주는 사람이라서 좋다고 한다.
근데 이 말을 들으니까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겠더라.
사실 옛날에는 당신이 매일 일을 나가느라 나를 외롭게 만들었는데도 내가 혼자 꽤 훌륭하게 자라서 그럼에도 외로움을 독립심으로 잘 승화시켰다는 건방진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근데 돌아보니 나는 이미 과분한 사랑을 받았더라
당신은 내가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을 할 때까지 늘 일이 끝나면 7시에 바로 와서 나와 저녁밥을 먹는 사람이었다.
바꿔 말하면 그러니까 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그 흔한 회식 한 번 안했다는 것이다.
어쩌다 회식을 하는 날이면 꼭 회식 장소를 우리 집 근처로 잡아서 나를 데리고 가서 같이 밥을 먹었다.
세상엔 여러 형태의 사랑이 있겠지만 적어도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을 나에게 실천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야 알았다.
어떻게 20대부터 40대까지 회식 한 번을 안하고 지냈을까
사랑은 믿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것
- 에리히 프롬
사랑이 실천하는 것이라면 당신은 아마 나를 정말 많이 사랑했나보다.
그래서 이제는 본가에 가면 꼭 밥은 내가 산다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당신과 사랑의 문법이 닮아가는 것 같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한테 무엇을 실천해줄 수 있을까?
6. 필살기 요리가 있어야지
어렸을 때를 기억해보면 아빠는 요리를 굉장히 잘했다
피자부터 회까지 못하는 요리가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은 당신에게 놀리듯이 "엄마는 뭐 아빠보다 잘하는 게 없어?"라고 말했는데,
그 때 당신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음 아니야~ 나는 모든 것을 잘하진 않지만 필살기 요리가 있지! 결국 이러면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게 되어있거든"
그리고 어린 나는 당신의 필살기 요리인 제육볶음과 김치찌개, 김치볶음밥을 먹고 자라 다른 집에서는 이 세가지 요리에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어느 정도 필살기 요리냐면..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우리 집에 와서 김치찌개랑 제육볶음을 먹고 아직도 그 맛을 못 잊고 있다.
자취를 시작하니까, 계속해서 당신이 말한 필살기 요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누가 먹고 못 잊을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이제 개발했다. 필살기 요리!
어쩐지 당신에게 필살기 요리를 해준 날,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7. 나는 60살 넘어도 이 일 할거야
당신에게 왜 지금 하는 일이 좋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더라.
"내가 내 힘으로 너네 키우게 해줬잖아. 그래서 60살 넘어서도 엄마는 이 일하면서 돈 벌거야"
그러고나서 덧붙이는 말이 참 좋았다.
"나는 집에 조명 하나, 벽지 하나 바꿔도 얼마나 다른지 알아. 그래서 사람들이 집에 딱 들어갔을 때 행복해하는 거 그게 내 행복이야. 몸만 건강하다면 왜 집에 있어~ 내가 행복 디자이너야!"
같은 결로 애정이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
당신은 꼭 일이 끝나면 정산을 1시간 내에 한다는 거, 그리고 꼭 일당에 만원씩 더 붙여서 넣어주는 거
그래서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물어봤다.
그러니 당신의 대답은 이랬다.
"나는 오래 일할 사람만 뽑아. 엄마가 이 일로 돈 벌어서 너네 키워서 행복한 것처럼 그 사람들한테도 그럴거야. 그러니까 빨리 보내주고, 또 만원이라도 더 붙여서 밥이라도 더 맛있는 거 먹으라고. 이 사람들이 그렇게 얻은 힘으로 그만큼 더 잘해주겠지"
그 마음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하나만은 알겠더라
당신은 이 일을 정말 사랑하고, 아마 60살까지 하겠다는 말이 허세는 아닐거라는 거
뭐 이외에도 당신이 좋은 이유는 참 많다.
알고보면 뒤에서 내 자랑 엄청 하고 다니는 어디가든 분위기 메이커라는 거, 술을 취할 정도로 잘 안 마시는 거, 내가 약해지는 순간에는 더 강해지는 거, 내가 본가가는 날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차로 나 데려다주는 거, 고민이 있으면 나한테 가장 먼저 와서 털어놓는 거, 자부심과 책임감이 엄청나다는 거, 20살 첫 연애에 결혼해서 책임감 있게 가정을 꾸려온 거
당신은 꼭 나한테 이런 말을 한다.
너는 참 내 마음을 몰라준다
맞다.
사실 아마 평생이 가도 당신이 나를 생각하는 만큼 나는 당신을 생각하지 못할 것이고
나를 키우면서 얼마나 마음 속으로 많은 전쟁을 치렀는지도 모를 것이고,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나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래도 이제는 서로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거,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 우리에겐 전해지는 마음과 사랑이 있다는 거
아무튼 아이유 노래로 이 글을 마친다
당신에게 드릴 게 없어서 나의 마음을 드려요
그대에게 받은 게 많아서 표현을 다 할 수가 없어요
나지막한 인사에 수많은 내 마음 고이 담아 그대에게로 건네면 내 마음 조금 알까요
어떤 이유로 만나 나와 사랑을 하고
어떤 이유로 내게 와 함께 있어준 당신
부디 행복한 날도 살다 지치는 날도
모두 그대의 곁에 내가 있어줄 수 있길
IU - 마음을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