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긴 글에 대해 생각하기

긴글추구권, 추구 정도만 할게요

by 좋은이야기연구소



#1 나는 이런 사람이야


대학교 때 친한 친구랑 후배들을 만나서 ‘직장인이 되고나서는 어떤 사람들이 좋아’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끄덕끄덕- 공감한 말이 있었다.

나를 ‘이런 사람’이라고 평가하지 않는 사람

그냥 늘 내가 나를 증명해야 할 것 같잖아
사회로 나오니까 아닌 것 같아도 계속 평가 받고 증명해야 하니까


그러고 보면 나를 하루 정도 지켜보고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깊은 사이가 되기 힘들었다.

그 뒤에 나오는 말이 그래서 너가 좋아여도 어쩐지 썩…


물론 그 사람이 본 나도 내가 맞긴 하니까, ‘그건 내가 아니야! 흥!’과 같은 사춘기스러운 마음은 아니었으나 어쩐지 빗겨보거나 나를 더 크게 봐줬을 때 가지는 마음의 부담감을 스스로 무시하긴 어려웠다.

사실 ‘나를 얼마나 안다고…’와 같은 마음이 가장 컸다


근데 그 와중에 하루를 봐도 나에게 너는 이런 사람인 것 같다고 했을 때 확 그 사람이 좋아지는 유일한 정의가 있다




바로

너는 긴 글을 잘 쓰는 사람인 것 같아


거기에 난 그 ‘너의 긴 글이 좋아’라는 말을 하면

마음을 이미 그 사람에게 줘버린달까^^;










이게 어느 정도냐면 긴 글을 가지고 나의 관계의 시작과 끝을 정의내릴 수 있다


‘내 긴 글을 좋아해줄 때 사랑이 시작되고 긴 글을 귀찮아할 때 사랑이 끝난다’라고.


뭐 물론 지금 내린 정의다 ㅋㅋ 거기에 덧붙여서 ‘너를 만나면 나도 말이 많아진다?’라고 말해준다면 그게 찐사랑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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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누군가를 가벼운 마음에서 꽤 오래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시작도 긴 글과 관련이 있다.

제작년 하반기에 이제 막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나는 긴 글을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글을 길게 쓰는 건 反비즈니스적까지는 아니어도 非비즈니스적이라고 스스로 판단했다.

일과 삶을 발라낼 수 없어서인가 … 일에서 매력과 삶의 이유를 찾아내는 인간인지라 그런 인식이 잡히자 일상에서도 글을 쓰고 나서 봤을 때 ‘또 글이 길어졌네..’ 싶으면 마음이 안 좋아지곤 했다.

이제까지 삶에서는 불편하지 않았던 내가 가진 가장 나다운 속성 중 하나였던 것이 불편해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너의 긴 글이 좋다고 하고, 언젠가는 긴 글이 근사하다 하고 언젠가부터는 무조건 문자를 길게 보내줘서

“아 이 사람과 나의 관계는 일이 아니구나! 일이 아닌 관계는 긴 글을 나눠도 되는구나. 서로 긴 글을 나눌 때가 사랑인거구나. 아 이건 사랑이다’(기적의 4단 논법)라는 마음이 들었더랬다.




이전 폰 icloud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문자캡처가 아닐까 .. 다시 봐도 마음이 훈훈 ^^




그대로 갔다면 내 긴 글을 꽤 오래 불편해하다가 결국 다시 좋아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한달만이라는 꽤 빠른 시간에 비즈니스가 아닐 때 나오는 내 긴 글이 더 특별하고 소중한 내 속성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특별한 사람들 앞에서 말을 많이 하는구나

그렇다면 누군가가 특별해지면 말을 많이 해줘야겠다.




그렇다.


이제는 저기에 더 발전해서 누군가와 사적인 말을 섞지 않을 때는 섞지 않는 사회인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말이 트이기 시작하면 정을 쉽게 주는 인간이 되었다.

내가 긴 얘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 나에게 긴 얘기를 해주는 사람, 서로 그 긴 얘기를 좋아해줄 수 있는 사람과만 친구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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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긴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




사실 이 글은 내가 이전에 블로그에 쓴 글을 다시 쓰는 글이다.

그 때 나는 이 글을 아래 댓글을 보고 적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은 내 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나도 좋아한다는 걸 안다.

이제는 ‘저는 조은님 긴 글이 좋아요!’라는 말을 보고도 당혹스러움은 없지만 이전엔 그러면 ‘어… 왜지?’라는 어떤 물음이 먼저 떠올랐다.


왜 그랬을꼬…를 생각해보면

좋아한다와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좋아하기 시작하면 이유를 제대로 모르지만 그 마음들과 순간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어쨋든 내가 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뭔가 나한테 기꺼이 시간과 마음을 내주는 것 같아서

나도 긴 글을 읽으려면 얼마나 긴 시간과 내가 이걸 읽고 말겠다는 소중한 마음이 필요한지 안다. 그래서 좋다


2. 긴 글이 내 진짜 마음과 닿아있어서

사실 짧은 말이 나오려면 마음이 정리되어야 하는데 내 마음은 정리되지 않을 때가 더 많고, 쓰잘데기 없을 때가 더 많아서 주절주절 해지는데 웃기게도 정리되지 않은 그 소란스러운 총합이 내 마음일 때가 더 많다

같은 좋아함도 좋아하는데 미울 때가 있고, 표현하고 싶은데 품고 싶을 때도 있고, 좋은데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콕 집어서 말할 순 없어서 좋은지 몰랐지만 오랜 시간 나를 땅겨왔으니 좋구나 인정할 때가 있고, 그냥 붕 뜨게 좋을 때도 있고~ 긍정적인데 부정적일 때도 있고 부정적인데 긍정적일 때도 있고

때가 되는 어느 시점에 빠져나와 조용히 바라보면 한마디로 정리할 순 없어도 거기에 퐁당 빠져있을 때는 정리가 안된다.


근데 그 정리 안된 마음이 진짜 나라서,

그것을 좋아해주는 것이 진짜 나를 좋아해주는 것 같아 좋다


그 풀어낸 글들 사이에 끼어들어준다면 더 좋고

왜냐면 정리가 이미 끝나면 그 이슈는 더 이상 내 알 바 아니다. 내 인생에 영향권을 쥘 수 없달까… 그니까 마구 영향을 미치고 있을 때 좋은 영향을 주면 ‘고맙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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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는 긴 글을 이렇게 정의할래


그래서 나는

긴 글은 ‘마음’이다

ㅡ라고 정의하고 싶다




아이유가 유쿼즈에 나와서 본인이 하나의 노래로 기억된다면 ‘마음’이라고 한 적이 있다.

나는 마음의 가사가 내가 긴 글을 대하는 정의와 가장 같다고 느꼈다




마음 가사




나는 가끔 내 긴 글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걸 안 썼다면 이 때의 반짝이는 마음을 잊고 살았겠지. 그때는 있었지만 마치 없던 것처럼?’ㅡ라는 생각을 한다


마음은 그때 그때 다른데 항상 지금의 마음으로 예전의 마음을 적당히 편집하고 붙이곤 한다. 그런데 그때는 또 그때의 마음이 있었던 걸 나는 늘 긴 글을 보면서 안다.


노래 가사처럼 툭 터지고 축 처지고 쿵 내려앉기도 하는 마음, 어떤 때는 어떤 마음이 확 떠오르고 어떤 때는 어떤 마음이 확 가라앉는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건 지금의 내가 아니라 그때의 내가 쓴 그 무수한 긴 글들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확 글로 플어냈던 그 마음은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

분명 그 글들은 내 마음에 품었던 걸 풀어낸 건데, 그렇게 풀어낸 것들은 풀어내면서 또 다시 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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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서 어떤 분이 써주신 댓글에서 ‘이렇게 한 번에 풀어내면 안되는데 신나서 주체할 수가 없네요!’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이 좋았다

나는 그 분이 써주신 댓글 덕에 나는 이 글을 썼다.

그 분이 소중한 마음을 풀어준 덕분에 앞으로도 그 댓글은 내 마음에 품어졌다. 그렇게 내 삶의 일부가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 밖엔 할 수가 없군요…




그러니까 내가 쓴 모든 긴 글은 내 마음을 마구잡이로 풀어낸 것이고, 풀어낸 순간부터 이미 내 삶의 일부로 더 적극적으로 품고 가져가게 된 마음이다.

내 마음이 살아서 반짝 빛날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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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래서 나는 긴 글을 추구하겠습니다?


물론 남을 위하는 말은 잘 정리해 내보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긴 글을 추구 정도만 할 것이다.

위에서 구구절절 긴 글을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긴 글을 소신있게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추구’ 하겠다는 것이 웃길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삶이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긴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긴 글이 써지지 않는다. 오히려 흘러가는대로 살다가 어떤 마음이 떠오르면 자유롭게 풀어낼 나를 스스로 좋아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고집스럽게 업무 메일에 쓸데 없이 긴 글을 쓰지 않을 것이고, 긴 글이 써지지 않는 어느 날에 관심 받고 싶어서 긴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내 긴 글은 내가 나에게,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풀어내는 것이다.

그냥 그 중에서 누군가 내가 플어낸 마음을 알아봐주고 품어준다면 좋은 것이고, 누가 알아봐주지 않아도, 대답해주지 않아도 나에게 영영 살아있는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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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이상순이랑 결혼한 이유로

‘오빠랑 얘기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라고 한다.


우리는 같이 지내고 있으나 같은 말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산다.

예를 들면, 인사 한 번 제대로 나눠보지 못한 이웃이나

사적 질문을 하면 안되는 직장동료들.

(마음이 안 내킨다면 굳이 할 필요는 없지만)


어떤 책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타이밍’은 서로 말이 통하는 시간이라고 하더라.


나는 이 정의가 너무 좋았다.

그러니까 타이밍이 안 맞는다는 건 서로의 말을 듣고 이해할 노력과 시간이 부재했다는 것 아닐까?

그래서 후에야 진심이나 진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 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었다면

적어도 우리는 어떤 말이나 진심이 통한 것이고 나눈 것이라고 꼭 말하고 싶었다.


내가 위에서 자신 있게 긴 글(혹은 주절주절 나오는 말)들을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적어도 나는 나를 속이지 않았고 항상 솔직하게 풀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사실 마음을 능숙하게 전달할 기술은 없다. 그래서 한 마디 말로 진심을 느끼게 할 요령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내 긴 글에 마음과 시간을 쓴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게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한테 기꺼이 시간 써주시져.






땡큐!





그리고 이제서야 확인한 블로그의 댓글 …

(제가 이렇게 소통이 안됩니다…)


아무튼 긴 글 러버들 여기서들 편하게 얘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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