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와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건 행운이야
언젠가 한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아이유와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아이유와 동갑은 아니지만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어쩐지 '동감'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유 노래는 대중적이라 ‘아이유 노래를 좋아해’가 취향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의 어떤 점을 좋아해ㅡ는 취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유를 통해 그리움, 사랑, 아픔을 배운 사람으로서
어쩌면 나에게 있어 '시절 친구'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아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유의 문장을, 이야기를, 목소리를 나눌 수 있는 시절에 살고 있어서 좋다
아이유 덕분에 나는 혼자 있는 시간들을, 내 감정들을 잘 보낼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사실 나도 어찌할 줄 몰랐던 그 시간들과, 그 감정들의 의미를 묻을 수 있는 문장과 숨결들을 아이유 덕분에 만났다는 말이 더 적합하려나?
좋은 친구를 만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간 것 같다.
위 문장이 아이유에 대한 과대평가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과소평가에 더 가깝다.
좋아하는 아이유의 노래를 말하기 전에 아이유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를 먼저 말해보려 한다.
이제와서 인정하건대,
태생부터 의미부여하는데 모든 스탯이 다 찍혀버린 사람이라 가사가 들리는 노래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아이유의 노래가 '혼란하다 혼란해 아이돌판'에서 유일하게 가사가 들리는 노래들이어서 좋았다.
그런데 가사가 들리는 게 단순히 발음이 또박또박이라서, 멜로디의 템포가 느려서가 아니었다.
그냥 들렸다.
이 사람이 하는 말은 이상하게 자꾸만 내 귀에 담아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왜 그럴까'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계속 마음 속에 담고 있으면 그 왜 그럴까의 이유가 어느 날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누군가의 인생을 평생 업고 갈 수 있는 타인은 없다. 하지만 방향이 맞으면 얼마든 함께 걸을 수는 있다. 또 배운 게 도둑질이라, 나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든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 세상에게 받았던 많은 시들처럼 나도 진심 어린 시들을 부지런히 쓸 것이다.
그렇게 차례대로 서로의 시를 들어 주면서,
크고 작은 숨을 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_ IU <Love Poem> 앨범 소개글 中
이 사람은 진심이라는 것이다.
진심, 물론 낭만적이고 멋있는 말이지만
'진심'을 단어로 소비하는 것과 누군가의 진심을 마주하는 것은 다르다.
사실 진심은 이따금씩 말한 사람을 조금 부끄럽게 한다. 아니 또 가끔은 뒤지게 쪽팔리게 한다.
진심이라는 게 닿지 않을 때도 있고, 나만 진심일 때도 있고, 또 그 진심이라는 게 늘 빤빤한 모양이 아니라 구질구질하고 꼬깃꼬깃해 그 종이를 펴서 무엇이 써져 있는지 보기도 전에, 그 모양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진심을 포장해서 이야기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멋져 보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자기가 덜 상처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하지만 아이유는 그 구질구질하고 꼬깃한 진심을 쫙쫙 펴서 그 안에 써져있는 말들을 어떻게든 들여다보고 가장 정확한 언어로 전달하려는 사람이었다.
진심을 말하는 것을 댓가로 얻을 수 있는 건 뭘까?
진심을 어느 정도 포장함으로 얻을 수 있는 댓가는 확실하지 않나?ㅡ
나름 적당한 진심을 말했다는 것에서 오는 어떤 적당한 만족감, 그래도 내가 조금 더 안전할 수 있다는 감각, 내가 스스로도 남에게도 꽤 적당히 멋져보인다는 것, 적어도 오늘은 내가 상처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마도 진심을 말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댓가는 하나 뿐일거라 생각한다.
'진심이 통할 수 있다는 것'
아주 어려운 확률의 일이지만 그 순간부터 내 속에서만 존재하던 세계가 더 깊어지고 풍부해지고 의미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진심이 통해본 사람은 안다. 상처받아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멋져보이지 않는 나도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도 그런 나도 누군가와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질문하자면
누군가의 말은 들리고, 누군가의 말은 귀에 들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고민을 말했을 때 둘 다 나에게 '너 자신을 사랑해야지'라는 말쑥한 답변을 내놓거나 '너는 이런 게 지금 아픈 거 아니야?'라는 정확한 진단을 내놨는데, 왜 누군가의 말은 귀에 안 담기고 누군가의 말은 마음 깊이 들어와서 피가 쫙 도는 기분일까?
얼마 전 시각장애인 둘이 피자를 먹는 영상을 봤다.
"너 안보이지?"라면서 뜨거운 피자를 놓치기도 하고, 핫소스나 치즈를 찾아서 더듬더듬 결국 피자를 먹는 짧은 영상이었는데 댓글에 이런 말이 있었다.
'이건 시각장애인들끼리만 서로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말이다'라고.
내가 생각하는 누군가의 말이 들리는 전제조건은 하나다.
'나와 같은 아픔이 있는 사람. 혹은 그 아픔을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같은 의미를 가진 말이라도 그런 사람이 해주는 말은 강하다. 강하고 구체적이다. 강한데 아프지는 않다.
아이유의 노래는 나한테 그런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같다.
멋진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왜 외로운지 알아주고, 이렇게 현재를 후지게 인식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내가 미래를 열망하는 이유를 알아주는 사람 같다.
굳이 이미 알고 있는데 '그래도 너를 사랑해야지'같은 쓸데없이 다정한 말을 보태서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지금의 나를 더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과 달랐다.
어쩌면 아이유가 진심을 나눠준 덕분에, 나는 그 때의 나를 이상하지 않게 잘 인정해줄 수 있었다.
인정해주니까 보내줄 수 있었고,
마치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대사처럼 '너를 늘 나를 옳은 일을 하게 했어. 넌 항상 날 옳은 곳으로, 좋은 곳으로 이끌어.”라는 말을 감히 아이유에게 해주고 싶다
나를 걱정한다 말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 말하는 사람도 생겼다.
듬성듬성 비어 있던 세상이 가득 차는 기분
모든 낯선 것과 친구가 되고,
닥쳐 올 불행과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강해지는 기분
한순간에 두려운 게 없는 사람이 되었다.
_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희도 대사 中
마침 또 우리가 4살 차이라 이 포맷에 맞게 내가 좋아하는 아이유의 노래를 몇 개만 소개해보려고 한다.
싫은 날과 무릎
열아홉의 조유림과 스물셋의 아이유
열아홉이라는 나이는 이제까지의 인생을 평가받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강제성이 있다.
그리고 그게 사람을 참 심각하게 만든다.
지금의 나는 다소 경직되어 있고, 쓸데 없는 일에 심각해지는 게 디폴트인 인간이지만
돌이켜보면 열아홉부터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ㅡ싶다.
수능을 망친 날 이후로 그러했다.
수능 전날까지도 나는 대가리에 이유 모를 어떤 자신감에 가득차있었다. 대가리 꽃밭도 이런 꽃밭이 없었다는 뜻이다.
수시 면접까지 잘 봤고, 수능 최소 성적은 당연히 3년 동안 모의고사에서 맞춘 성적이니까 잘하겠지?ㅡ하고 이미 수능 본 사람 마냥 수능 전 날 노래방 가서 놀았더랬다.
그렇게 들어간 수능장에서 나는 가장 믿었던 1교시 국어에서 유례없이 털리고 2교시부터 쭉 멘탈이 나간 상태였다.
오만하게 제도권에서 가장 큰 시험을 우습게 본 결과였다.
탓할 것도 없었다. 내가 내 미래를 내 손으로 망쳤다는 죄책감과 자책감이 끊임 없이 들었다.
어제 무슨 자신감으로 그랬지? 나 이제까지 왜 당연히 붙을 것처럼 굴고 다녔지? 재수를 해야 하는건가? 당연히 붙을 줄 알았는데 역사교육과가 아닌 사학과를 가게 되면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거지?ㅡ라는 고민으로 그 날 이후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재밌는 건 수능을 망친 나에게 잘해주려고,
상처 안 받게 노력하려던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나한테 너무 잘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기 싫었다. 너무 쪽팔리고, 뭐든 꼬아서 듣게 되고, 그런 내가 스스로 못났다는 걸 너무 잘 아는데 그런 꼬인 나를 보기 싫어서 사람들이 싫었다.
내가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할 때보다 내가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할 때 보이는 호의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수능 잘봤어? 고생했어"라는 말만으로도 심기가 거슬린다는 게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건지
그런데 혼자 있을 때 문득 문득 드는 그 마음을 직설적으로 읊조리는 노래가 '싫은 날'이었다.
남에겐 죽어도 인정하기 싫지만 나 스스로는 그 마음을 아니까 언젠가는 인정해줘야 하는 과제같은 그 마음
근데 그게 나 스스로 오만해서, 끝까지 노력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 때문이라는 거에서 오는 그 마음
누구 탓도 할 수 없어서 내가 너무 너무 싫은 그런 날에 느껴지는 마음
근데 그 마음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노래를 듣는데 혼자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누군가의 친절함이나 따뜻함이 오히려 날 더 비참하고 춥게 만들 때가 있는데 그때 정말 스스로가 못나게 느껴지잖아요. 삐뚤어진 내가 너무 한심하고 못나 보일 때, 집에 가기 싫은 날, 혼자 있기 싫은 날, 스스로가 싫은 날에 관한 곡이에요"
_ IU <싫은 날> 앨범소개글 中
저 사람들은 왜 웃고 있는 거야 아주 깜깜한 비나 내렸음 좋겠네
텅 빈 놀이터 벤치에 누군가 다녀간 온기 왜 따뜻함이 날 더 춥게 만드는 거야
_ IU <싫은 날> 중
키 큰 전봇대 조명 아래
나 혼자 집에 돌아가는 길
가기 싫다 쓸쓸한 대사 한 마디
점점 느려지는 발걸음
_ IU <싫은 날> 중
이 노래를 들으면 항상 그런 생각이 난다.
내가 못나서 남들을 만나기 싫어하던 그 때의 나
그러지 않기 위해서 그 이후로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며 살아온 것 같다.
진짜 내 인생을 사랑하는 법은 무조건 나를 편하게 해주고, 무조건 사랑해주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내가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는 것, 좋은 곳으로 나를 데려가주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싫은 날'이라는 노래는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임과 동시에, 열심히 살게 해주는 동력인 것 같다.
뭐 '무릎'이라는 노래도 같은 결이다.
그렇게 수능을 망친 친구들끼리 을왕리 가서 기분전환이나 하자!하고 학교가 끝나고 갑자기 향했더랬다.
하지만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웃고 있는데 자꾸만 끌어올리려는 기분이 더 나를 끌어내리는 기분이었다.
그 때 한 친구와 을왕리 바위에 앉아서 '무릎'이라는 노래를 듣는데 같은 이어폰을 끼고 듣던 옆에 있던 친구와 내가 같은 타이밍에 "죽고 싶다..."라고 읊조리는 걸 서로 듣고 서로 놀라서 쳐다봤던 그 장면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그런데 그 기분이 극단적으로 드는 게 아니라 그냥 편해지고 싶다와 같은 기분이었다.
나 지친 것 같아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것 같아 그대 있는 곳에 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면 좋겠어
(...)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스르르르륵 스르르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오히려 서로 입 밖에 내고 너무 놀라서 "어? 너도?" "어? 너도?"하고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다.
같이 있어도 혼자 있는 것처럼 끌어내려지던 마음이 '그러네 나 얘랑 같이 있었지. 다 같은 마음이구나'라는 정상궤도로 올라선 느낌이었다. 그 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웃고 떠들었다면 나아지지 않았겠지만 어쩐지 노래를 같이 듣고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그 날 이후로 어쩐지 괜찮아졌다.
'괜찮아 이런 값싼 자기연민하지 말자. 나 그때 안 죽었잖아. 앞으로 잘 살면 돼'같은 마음이 그 날 이후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아직도 그 경험이 참 요상한 게 그 순간에 기분이 너무 편안했다.
아쉬운 순간을 바다에 떠내려 보내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릎'을 들으면서 느꼈던 감정은 '싫은 날'처럼 다시는 느끼고 싶었던 감정이 아니라 너무 너무 포근하고 편해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감정이다. 아직도 어쩐지 편안해지고 싶으면 이 노래를 듣게 된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어떤 자리로 나를 끌어주는 느낌이 든다.
스물셋, 첫 이별 그날밤
스물둘의 조유림과 스물여섯의 아이유
혼자 있을 줄은 몰랐지만 혼자 있고 싶은 사람
그래서 여러 자리 안 나가면서도 사람들이 자기를 적당히 찾고 기억해줬으면 하는 사람
강렬하게 느끼고 사랑하고 싶지만 사실 강렬하게 느끼는 때가 많지는 않은 사람
그러면서도 여전히 어떤 강렬한 어느 순간을 막연하게 꿈꾸는 사람
스물둘의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이라는 게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 여러 감정이 공존할 수도 있는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 감정들이 모두 욕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뭐 하나 놔주지 못하고 다 가지고 싶은 내가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이게 '인정받고 싶음' 정도로 귀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런 건 아무 상관 없는 문제 아닌가?ㅡ싶으면서도 일단 내가 혼란스러우니까 풀어버리고 싶은 문제같기도 했다.
확실한 건 스물둘이 되서야 나는 '사람은 모순적이다'라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내 마음같지 않게 모순적일 때는 인생에 좋은 레퍼런스가 많을 때이다.
뭐가 좋은지는 아는데 뭐가 아닌지는 모르고, 내가 무언가라도 다 되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 때.
스물 둘은 사실 모든 것을 원하지만 제대로 원하는 게 뭔지는 몰랐던 것 같고
무언가가 되어버릴 것 같지만 사실 아직은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것을 알 때였던 것 같다.
인사하는 저 여자
모퉁이를 돌고도 아직 웃고 있을까
늘 불안해요
난,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요
아니, 아니 물기 있는 여자가 될래요
아 정했어요 난 죽은 듯이 살래요
아냐, 다 뒤집어 볼래
맞혀봐
_ IU <스물셋> 中
그 때의 나는 그 모순적인 나를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감각이 들었는데
아이유의 '스물셋' 노래를 만나고 나서야 표현이 자유로워진 느낌이 들었다.
아 이렇게 모순적인 감정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노래가 될 수 있구나
이렇게 어떤 의미로 엮지 않고 막 풀어내는 것이 가사가 될 수 있구나
나는 지금 일부러 방황하고 있는거야
나는 좋은 게 뭔지 알아서 이것저것 좋아보이는 건 다 모방하고 있는거야
내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다고 나라는 사람이 이상해지는 게 아니라 나는 같은데 여러 그릇에 담겨지고 있는거라고 생각하자.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이 되겠다고 선택하는 게 진짜 나를 속이는 일일지도 몰라. 이 모든 것을 쥐고 있는 게 누군가는 과유불급이라고 하지만 욕심이 나면 욕심을 내자
욕심을 버리는데 시간을 쓸 바에는 욕심을 내는데 시간을 쓰자. 나는 지금은 버리는 게 안되는 사람인거야
쥐고 있다가 나중에 잘 맞는 거 하나 선택해도 되는거잖아?
_ 2018년 어느 날의 메모
수고했어 사랑 고생했지 나의 사랑
우리 이별을 고민했던 밤
서로를 위한 이별이라고
사랑했단 너의 말을 믿을게
_ IU - <첫 이별 그날밤> 中
그리고 스물둘의 큰 변화는 처음으로 이별이라는 것을 해본 것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이별은 izi의 응급실 정도는 들으면서 전력질주는 해야될 것 같은데, 의외로 실제로 마주한 이별은 첫 이별 그날밤 정도의 감성이었다.
밉거나 싫지도 않고, 이제껏 나눴던 메시지를 보면서도 가슴이 미어지게 아프지도 않고, 세상이 끝난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형태의 사랑도 있다ㅡ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잘 지내! 나는 너가 정말로 잘되었으면 좋겠어 너는 내가 2년 동안 지켜보니까 잘될거야"라는 말을 이별의 순간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와 첫 이별을 했던 사람이 그랬다.
아픈 이별만이 진짜 마음을 다 바쳐서 사랑했음의 증거는 아니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꼭 이별의 순간에 미련을 안 남기기 위해서 차가운 말을 할 필요는 없음을 알았다.
어쩌면 후회 없이 뜨거운 사랑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별의 순간에 따뜻한 마음 정도로 헤어질 수 있었다고.
첫 이별을 잘 보냈기 때문일까.
그 이후에도 이별을 하면 '넌 잘될거야. 잘 지내'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어쩌면 그런 말을 이별의 순간에 해줄 수 있는 놈을 고르는 본능적인 감각이나.. 패티쉬 뭐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화르륵 불타오를 때 나만큼이나 뜨겁게 불태워줄 수 있는 어떤 느낌?
노래 제목은 '첫 이별 그날밤'이지만 그 이후에도 이별의 날마다 이 노래에는 이별 후 적당히 따뜻한 정도의 감정이 켜켜이 쌓였다.
'수고했어 사랑, 고생했지 나의 사랑'
개인적으로는 후회 없는 사랑의 끝에서만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이 노래를 만난 덕분에 사랑의 시작은 무섭지만, 이별은 무섭지 않다.
이별을 해도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래 너는 내 인생에서 해야 할 몫을 다 했다. 고생했다 잘가라!'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분홍신, Unlucky부터 Love Poem까지
스물넷의 조은과 스물여덟의 아이유
스물넷은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하는 나이였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내가 꿈꾸던 것들을 내가 하나씩 이뤄가는 모습을 스스로 봐왔기 때문이다.
노력했고, 심지어 노력한 것들은 좋은 결과를 얻었고, 또 나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겨서 나 스스로가 만족스러웠다.
그냥 정신차려보니 예전부터 내가 바라던 내가 이미 내가 되어있구나ㅡ라는 걸 느꼈다.
혼자 있으면 어쩔 줄 모르던 시간들을 지나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게 자연스럽고, 못해서 뭐부터 물어봐야할지 모르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누가 뭐를 모를지 알겠어서 먼저 도와주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는 걸 느꼈다.
내가 선택한 것들을 후회하지 않았던 나를 칭찬해주고 싶었고, 모든 걸 쥐고 있으면서 나를 힘들게 했지만 결국 못하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나는 어떻게 불리고 싶고, 기억되고 싶은지의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20대의 나를 정의할 수 있는 노래를 누군가 굳이 묻는다면 나는 '분홍신'이라는 노래를 답할 것 같다.
운명으로 친다면, 내 운명을 고르자면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르지
_ IU <분홍신> 노래 中
처음에는 '길을 잃었다'로 시작하는 가사가 일단 좋았다.
적당히 신나는 템포가 좋았다.
어쩐지 밤에 열리는 서커스같은 적당히 들뜨는 느낌이 밤에 과제를 하면서 지치지 않게 듣기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다.
한참 과제에 공모전에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밤을 새는 날이 일주일에 4일 정도는 되던 나에게 분홍신 노래는 밤을 지치지 않게 새게 해주는 노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위의 가사가 귀에 담겼다.
이야 눈을 감고 걸어도 맞는 길을 고른다고? 곱씹어보니 되게 신기한 말이다ㅡ 싶다가
그냥 결국 본인이 선택한 길을 맞는 길로 만드는거겠구나 싶어서 정이 갔다.
이 감상은 이후에도 오래 남았는데, 아마 그 시기 쯔음 내가 어떻게 정의되고 싶은지의 문제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스무살 때 이후로 내 인생은 선택권이 없었던 것조차 '선택'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이름조차도 '선택'의 문제로 넘긴 게 바로 스물넷이었다.
기억되는 것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이 이름 아닌가ㅡ라는 생각에서 그 후로 나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가를 계속해서 되뇌였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도 좋지만 이름만으로 내가 원하는 느낌으로 사람들을 끌어오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좋은 구둘 신으면 더 좋은 데로 간다며
멈춰지지 않도록, 너를 찾을 때까지
사라져버린 Summer Time
너의 두 눈이 나를 비추던 Summer Time
기다리기만 하는 내가 아냐 너를 찾아 뚜벅
_ IU <분홍신> 中
개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던 어느 날
어느 때처럼 밤샘으로 분홍신을 듣고 있다가 이 노래 가사가 들렸다.
‘좋은 구둘 신으면 더 좋은 데로 간다며’
좋은? '조은!'
이거잖아
물론 이 노래 가사만으로 조은이라는 이름을 택하지는 않았지만, 내 이름의 서사가 여기서부터 생겼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이유의 노래들은 항상 내 인생에 좋은 의미를 가져다준다.
난 이 노래가 좋다.
내가 가장 열망하던 것들을 위해 노력하던 시간들을 함께 해줬고, 내가 불리고 싶은 내 이름을 만나게 해줬고,
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본인이 선택한 것을 향해 빠르게, 가만히 기다리지 않고 직접 나아가는 가사 한 마디 한 마디 모두 좋다.
나는 바뀐 내 이름을 쓰는 게 참 좋다.
다시, 다시
길을 찾아 떠난 갈색머리 아가씨는
다시 사랑에 빠졌고 행복했더라는
처음부터 다시 쓰는 이야기
_ IU <분홍신> 中
/P.S/
그리고 이 노래가 지금의 내게 큰 위안이 되는 건
'다시'
이 구절 때문이다.
빠른 템포로 원하는 곳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에만 집중이 되었던 게 스물넷이라면
스물여섯의 지금은 다시 사랑에 빠졌고 행복했더라는 이야기에 집중이 되기도 한다.
계속해서 다시!를 외치는 게 그냥 위안이 된다.
망쳐버렸다면 다시 하면 된다.
아마 깊은 이유는 또 다른 어느 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모르겠음!
세상에 가장 좋아하는 앨범 하나쯤 있다는 건 꽤나 간지나는 일이다.
스물넷의 나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 생겼다.
그게 바로 <Love poem> 앨범이다.
스물넷 대제목에 Unlucky부터 Love Poem까지라고 쓴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이 앨범의 첫 곡이 Unlucky이고, 마지막 곡이 Love poem이기 때문이다.
스물넷이 비로소 나 자신에게 확신을 가진 나이라고 하지만 그게 안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나를 꽉차게 인식하는 만큼이나 내가 조금이라도 휘둘리는 걸 용서하지 못했다. 성장은 크게 했으나 그 때의 나는 성숙하진 못했다는 뜻이다.
이제와서야 생각하는거지만 그래서 더 휘둘리기 쉽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Love poem 앨범은 가장 혼자 여행을 많이 떠났던 스물넷과 스물다섯, 또 광주라는 타지에 가서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이다.
그러니까 내 성숙을 함께한 앨범이라는 뜻이다.
아마 이쯤에서 내가 생각하는 성장과 성숙의 결정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이야기하자면,
성장할 때 나는 무엇에도 휘둘리기 싫어한다면 성숙해질 때의 나는 기꺼이 휘둘려줘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성장할 때는 어쩌다 오는 운이 고맙다면 성숙해질 때는 어쩔 수 없이 오는 불운조차도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마음의 여유가 있다.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럼에도 역시 완벽하군 나의 여인 um
여전히 무수한 빈칸들이 있지
끝없이 헤맬 듯해
풀리지 않는 얄미운 숙제들 사이로
마치 하루하루가
잘 짜여진 장난 같아
달릴수록 내게서 달아나
_ IU <Unlucky> 中
성장은 계단식이라 나의 장점을 하나 알게되면 나의 한계도 하나 인정해야 하는 미션을 준다.
노력으로 쌓아온 내가 스스로 기특하고 인정되는 스물넷이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스물넷이었다.
이제는 혼자서도 다 잘할 수 있는 스물넷이었지만 가끔은 외롭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스물넷이었다.
스물넷에 한 후배가 해준 표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무조건적으로 씩씩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불안한 그런 순간에 Unlucky를 들었다.
애매하게 크고, 애매하게 무언가를 이뤄서 마냥 칭얼대지는 못하는 그런 나이가 스물넷이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응원이라면, 앨범의 첫 트랙인 ‘unlucky'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부르는 응원가다. /
_ IU <Unlucky> 앨범소개글 中
아이유도 그렇게 들으라고 쓴 노래란다.
사실 Love Poem 앨범은 앨범소개글이 진국이다.
모든 문학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그중 해석의 제한에서 가장 자유로운 것은 시가 아닐까 한다.
작품자의 순정만 담겨 있다면, 어떤 형태든 그 안에선 모든 것이 시적 허용된다.
‘시인'이라든가 ‘예술'이라든가 ‘영감'이라든가 ‘작품'과 같이 본인 입으로 얘기하기에는 왠지 좀 민망한 표현들에 대해 약간의 울렁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앨범명을 뻔뻔하게 ‘사랑시'라고 지어 놓고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이유는 여기 담은 것들이 전부 진심이기 때문이다. /
_ IU - <Love Poem> 앨범소개글 Intro
IU - Love Poem 전곡을 다 들고 나면 그제서야,
내가 나와 어떤 사람을 과잉 사랑하다가 어떤 균형점을 비로소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떤 흑백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색깔같은 노래들을 찾아서 세상의 색깔을 하나하나 칠해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 사실 '시적 허용'이라는 말이 꽂히는데 드디어 나를, 그리고 세상을 그냥 조금은 자유롭게 바라봐주기 시작한 것 같다.
마음, 에필로그
스물다섯의 조은과 스물아홉의 아이유
스물다섯은 드디어 편안함을 찾게 되었다.
뭐 하나 놓는 게 쉽지 않았는데, 스물다섯이 되어서야 나는 무언가를 놓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법도 배운 것 같다
경험보다 감정이 앞서 할 말이 많았던 시기를 지나 경험해보니 말을 하지 말자는 지점도 생겼다.
가장 소중한 것들이 사소한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을 굳이 꽉 쥐려고 하면 그 관계가 상처주는 관계로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나 외에 모든 걸 제치고 맨 앞에 놓일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가장 좋은 선택 = '내 마음 편한거지'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생겼다.
이제는 무언가가 끼지 않고 올곧게 바라보고, 올곧게 선택하고, 올곧게 사랑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단순히 '정직하자'는 다짐이 아니다. 그냥 '그랬으면 됐다'는 감각이다.
의심하지 않는 마음이면 됐고,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면 됐고, 사람들이 멋지다 어쩌다 하는 것 없이 내게 어울리는 것이면 됐다는 마음이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에서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가사의 말마따나 떠나보내는 게 더 익숙해지는 나이에 들어서면서,
이제는 좋은 걸 고르는 것보다는 좋은 걸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에필로그'라는 노래는 유난히 비울 게 많던 스물다섯의 여행 내내 나와 함께 했다.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서 누워있던 함덕해수욕장이 잊혀지질 않는다)
나를 알게 되어서 기뻤는지
나를 사랑해서 좋았었는지
(...)
당신이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 고 대답해준다면 그것만으로 끄덕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 오, 충분히 의미 있지요
_ IU <에필로그> 中
이 노래에서 말하는 의미가 참 좋았다.
"나를 알게 되어서 기뻤어? 좋았어? 나와 함께한 순간들이 위로가 되었어?
그 질문들에 너가 '그렇다'고 답해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있어"라는 말이 참 별거 없지만 꽉차게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 다음으로 가요
_ IU <에필로그> 中
결국 아무 의문 없이 이 다음으로 가는 것
삶의 단계들을 지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얻어낸 것들을 어떻게 한껏 지고 나가느냐가 아니라 삭제해야 할 것들을 어떻게 훌훌 털어내는 문제라던데, 그렇다면 이 노래는 그거 별거 아냐ㅡ라고 코웃음치듯이 답을 제시해줘버리는 느낌이다.
다시 한 번 똑같은 얘기를 하자면,
나는 정말로 이제는 무언가가 끼지 않고 올곧게 바라보고, 올곧게 선택하고, 올곧게 사랑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아이유 <마음>이 그런 걸 담고 있는 것 같다.
내 마음이 뭔지 모를 때는 괜찮지만 알고 나서도 괜히 자존심 때문에, 주변 상황 때문에, 그러지말고 올곧게 내 마음을 가지자
그렇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다.
연약하지만 묵묵히 반짝일 하나
_ IU <마음> 앨범소개글, 정말 딱 이 한줄만으로 노래를 설명한다. 이게 끝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스물여섯의 내가 좋아하는 아이유 노래가 뭐냐면
"금요일에 만나요"
이제는 금요일이 될 것 같은 이 노래가 요즘 좋다.
직장인이라 그래요
ㅋㅋ
그 외에 내가 좋아하는 가사의 아이유 노래 TOP 4
아이와 나의 바다
담담하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노래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더이상 날 가두는 어둠에 눈 감지 않아
두 번 다시 날 모른 척 하지 않아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비밀의 화원
어쩐지 심장 꺼내서 벅벅 긁고 싶은 노래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질 거야 그대가 지켜보니
힘을 내야지 행복해져야지
뒤뜰에 핀 꽃들처럼
점심을 함께 먹어야지
새로 연 그 가게에서
새 샴푸를 사러 가야지
Celebrity
신나는데 눈물 나는 진짜 이상한 노래
넌 모르지 떨군 고개 위 환한 빛 조명이
어딜 비추는지
느려도 좋으니 결국 알게 되길
The one and only
You are my celebrity
잊지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푸르던
여름밤이 기대되는 노래 + 앨범소개글이 문학이다
너는 조용히 내려 나의 가물은 곳에 고이고
나는 한참을 서서 가만히 머금은 채로 그대로
나의 여름 가장 푸르던
빗소리가 삼킨 사랑스런 대화
조그맣게 움을 트는 마음
그림처럼 묽게 번진 여름 안에
오로지 또렷한 너
너의 기억은 어떨까 무슨 색일까
너의 눈에 비친 내 모습도 소중했을까
"참 그날 재미있었다. ......근데 그날 어디서 이런 물이 들었는지 잘 지지 않는다."
종잇결 같은 마음에 물기가 차고, 시야가 좁아지고, 좋아하지 않던 계절을 단숨에 사랑하게 만든 그 날.
아름다웠던 것을 추억하는 일은 그저 좋은가, 그저 슬픈가.
_ IU <푸르던> 앨범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