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검사와 이석치환술
이틀 뒤, 어지럼증 검사를 받기 위해 이비인후과에 재방문했다. 이전 이야기는 이쪽을 참고하세요.
VR 화면이 보이는 고글을 쓰고 하는 검사였다. 지시에 따라서 누웠다가, 일어났다가, 옆으로 누웠다가, 고개를 돌리는 간단한 동작을 수행하면 되는 검사. 그러나 간단히 고개를 돌리는 동작은 엄청난 어지러움을 유발했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미친 듯이 회전하는 느낌. 땅으로 쓰러지다 못해 빨려 들어가는 듯한 어지러움. 속이 도로 뒤집어졌다. 몸이 바닥으로 처박히는 듯한 감각에 공포를 느끼고, 본능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는 간호사 선생님의 팔을 붙들었다.
그리고 크나큰 문제가 하나 더.
허리와 목의 통증으로 나는 내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는 상태였다. 검사용 침대 위에 발을 뻗고 앉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뻣뻣해진 몸은, 누운 자세에서 바로 일어난다거나, 앉은 자세에서 바로 뒤로 눕는 고급-정상인-동작을 수행할 수 없었다.
죄송한데, 저 좀 잡아주실 수 있나요? 몸을 혼자서 일으킬 수가 없어서요. 죄송한데, 혼자서 누울 수가 없어서 좀 받쳐주세요.
나는 20대의 입에서 나오기엔 너무나도 나약한 대사를 반복하며, 가까스로 어지럼증 검사를 마쳤다.
잠시 후,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한 진료. 어제 들은 대로 오른쪽 귀에 전정신경염과 이석증이 함께 온 상태였다. 상세하게 무슨 어디의 어떤 반고리관으로 이석이 나왔다고 설명해 주셨는데 까먹었답니다. 이석증 치료를 위한 이석치환술을 받고, 약을 복용하기로 했다.
사실 이 정도로 어지럼증이 심하면 보통 입원을 시키는데, 지금 파업으로 입원실에 자리가 많지 않아서요. 일단 약을 먹고 운동을 하며 고쳐봅시다.
선생님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지만, 난 입원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오히려 다행이라 느꼈다.
이석치환술은 효과가 좋았다. 내가 받은 이석치환술을 보니 나는 수평반고리관 문제였나 보다. 거의 받자마자 즉각 어지럼증이 완화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봤자 10점 정도의 어지러움이 7점으로 떨어지는 수준이었지만. 전정신경염이 함께 오지 않고 이석증만 왔더라면, 이보다 훨씬 더 금방 좋아졌을 것이다.
이석치환술이 끝나자 간호사 선생님이 말했다. 앞으로 2시간은 눕지 마세요.
나는 당시 거의 20분도 앉아있지 못했고, 최소한 30분에 한 번씩은 누워줘야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2시간을 눕지 않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걷거나 서있기만 해도 허리에 실시간으로 데미지가 쌓이는 게 느껴졌다.
기대앉는 것도 안 되나요…? 내가 소심하게 물었고, 간호사 선생님은 머리의 위치가 바뀔 수 있는 동작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시 10점의 어지러움을 겪고 싶진 않았으므로, 나는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어떻게든 2시간을 채웠다가 누웠다. 아이고, 삭신이야.
누워서도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휴대폰을 충전하려고 케이블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 눈앞이 핑 돌았다. 찜질기를 집으려고 고갤 돌리면 또 핑핑 돌았다. 누워서도 편하질 못 하다니, 이게 삶인가…. 주기적으로 일어나서 전정재활운동을 하며 내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결론, 허리 아픈 사람은 이석증과 전정신경염을 조심합시다.
이건 허리 불편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검사 및 치료가 아닙니다….
사실 디스크 환자들이 이석증에 많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오래 누워있는 사람에게 이석증이 잘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허리 아프면 오래 누워있어야 하고, 그러면 이석증 생겨서 눕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하게 됩니다. 자주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비타민D와 칼슘 섭취를 꾸준히 하여 이석증을 예방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