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누워서 탭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돌연 시야가 핑, 하고 회전하는 거였다. 나는 단박에 알아챘다. 이석증이 돌아왔군. 10년 전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서 발병한 뒤, 수년에 한 번 꼴로 이석증이 왔다. 회전성 어지러움이 특징적이라 다른 병 하고 확실히 구분이 됐다.
이석증의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이석치환술이 있는데, 쉽게 말하면 귓속에서 떨어져 나온 이석을 몸을 이리저리 돌려 물리적으로 넣는 방법이다. 이비인후과에 가면 받을 수 있다. 나도 귓속에서 이석이 떨어져 나올 때마다 이비인후과에 가곤 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5시 30분! 병원 문 닫기까지 딱 30분이 남았다.
진료시간 끝나기 전에 이석증이 생기다니, 럭키비키잖앙…. 그리 생각하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몸이 뒤로 저절로 넘어갈 정도로 극심한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세상이 빙글빙글 회전했다. 균형을 잡지 못해 침대로 자꾸 넘어져서, 엄마의 부축을 받아 가까스로 병원에 갔다.이거 엄청나게 심한 이석증인가 본데. 어지러워서 속도 안 좋았다.
잠깐의 대기 후에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고글 같은 걸 씌우고 간이로 어지럼증 검사를 했다. 이석증으로 인해 어지럼증이 생기면 눈동자가 튀는데, 이 안진을 살피는 고글이었다.
어지럼증이 얼마나 심한지 보기 위해 잠시 고개를 흔들게요. 아래를 보세요.
그리고 어마어마한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선생님이 안진을 고의로 일으키려 내 머리통을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아무래도 얼마나 어지러운지 보려는 검사니까… 당연히 어지럼증이 유발되었다. 나는 진료실에 앉은 채 마구 헛구역질을 했다. 참을 수 없었다.
지금 많이 어지러우시네요. 아마 전정신경염과 이석증이 함께 온 것 같아요. 검사도 힘들겠어요. 일단 약을 먹어서 증상을 완화시키고, 내일 검사를 합시다.
전정신경염은… 웩… 그게… 우웨엑… 뭔데요…? (전정신경에 발생한 염증으로 인해 어지럼증을 경험하는 질환이다.) 설명을 듣는 도중에도 계속 구역질이 나와서, 선생님이 내 귀에 까만 비닐봉투를 걸어주었다. 학창 시절 소풍 가던 버스의 추억이 떠오르는 감촉이었다…. (난 멀미가 심해서 선생님 옆자리에 앉는 어린이였다.)진료가 끝나고 나는 화장실로 가 한참을 구토했다.
웩.
집에 와서 정면을 꼿꼿하게 바라보며 죽을 먹고, 토하고, 약을 먹고, 토하고, 다 토해서 효과가 없을 것 같아 약을 반 알씩 더 먹었다. 그리고 꼿꼿하게 서서 선생님이 준 전정신경염 설명서를 읽어보았다.
선생님이 진료실에서 하셨던 말을 상기했다.
전정신경염은 약으로 낫는 병이 아닙니다. 약은 잠시 증상을 억제할 뿐입니다. 운동으로 떨어진 전정기관의 기능을 재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방을 밝게 하고, 매일 최대한 여러 번 운동을 하세요.
어지럼증 검사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지기 위해… 열심히 전정재활운동을 했다. 신기한 건 운동을 할 때마다 조금씩 증상이 완화되는 게 느껴졌다. 그래봤자 움직이면 어지러웠지만요. 시야가 계속 울렁거려서 눈을 감고 통화로 지겨움을 달랬다. 형광등을 켜놓고 자야 했는데, 눈이 부셔 깊게 잠도 들지 못했다.
이틀 뒤. 어지럼증 검사를 받기 위해 다시 내원한 나는, 어지럼증과 요통이 최악의 궁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