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 신경외과/신경과 방문기
이윽고 내 이름이 불렸다. 환난님, 들어오세요.
병원에 방문할 무렵에는 통증이 꽤 심해져서, 나는 다리를 약간 절뚝거리며 들어갔다. 목과 등과 허리와 하지의 통증, 왼쪽 다리과 오른쪽 팔의 쇠약감, 특히 다리가 무겁고 내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심했다. 소염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해 본래 약하던 소화기관도 너덜너덜. 그런 내가 자리에 앉자, 선생님은 첫마디로 다음처럼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네? 얼떨떨해 되묻자, 선생님이 말했다. 이전 병원에서 발견했다는 흉추의 무언가는, 젊은 여성들의 MRI 사진에선 흔히 보이는 척수의 움직임입니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척수액이 흐르고 있는데요. 그 흐름이 MRI에 찍힌 것입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런 내용이었다. 헐, 그거 정말 다행이네요.
하지만 선생님, 그럼 저는 왜 아픈 건가요? 전 진짜로… 진짜로 아픈데요.
그러나 선생님은 MRI상으로는 아무 문제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나가는 어떤 사람의 MRI를 찍어도 이 정도의 퇴행은 나타난다고 말했다. 결국 내장증조차 아니었을지 모른단 거다…. 목도 허리도 전부 구조적으로는 정상.
통증을 호소하자, 의사 선생님은 신경학적 검사 몇 가지를 했다. 실제로 다리의 힘 빠짐은 조금 있다며 신경과로 접수를 넣도록 도와주셨다. 약조차 처방받지 않았다. 정말 다행인데… 다행은 다행인데….
일주일 뒤 방문한 신경과에서도 마찬가지의 의견이었다. 이쪽 선생님은 보다 단호했다.
정상입니다. 운동을 하시고, 나머지는 정신과에서 도움을 받아보세요.
그래, 돌고 돌아 또 정신병 취급이구나.
(아니, 진짜 정신병일지도 모른다.)
크게 안도한 반면,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이러고 류마티스내과에 가면 섬유근육통이라고 하겠지. 이미 한 차례 겪어봐서 알고 있다. (섬유근육통으로 개고생하는 연재물: https://brunch.co.kr/brunchbook/jukdorok)
병원에 다녀오느라 무리해서인지, 통증이 계속 5점 이상이었고 소화기관의 컨디션도 안 좋았다. 먹고 자고 요양할 요량이었다. 그래, 쉬자. 정신병이라잖아. 정신을 잘 다스리는 게 중요해. 그런 생각으로 종일 누워 지냈다.
그러던 며칠 뒤 오후, 갑자기 눈앞이 이렇게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