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도수치료를 받고 외려 증상이 심해졌다.
돌아오는 길에 손의 감각이 심상치 않더니, 저녁이 되자 손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글씨를 쓸 때 필체가 흐트러졌다. 통증도 심해져, 목을 전혀 숙일 수 없어서 이상하게 뻣뻣한 자세로 앞접시를 받쳐야만 밥을 먹었다. 전형적인 목디스크 증상이었다.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허리디스크 환자는 보통 목디스크를 동반한다 하더군요.
허리 아프면 엄청 오래 누워있어야 하고… 누워있으면 시간이 안 가니 화면을 보게 되고… 화면을 보면 눈이 긴장해서 목 뒤가 뭉치고… 그러면 누워있기만 해도 목이 아파지고…. 저도 그런 수순으로 허리와 목이 함께 안 좋아졌답니다.
척추전문병원에 다시 방문했다. 증상을 말하자 역시나 목디스크 같다고 한다. MRI를 찍기로 했다. 가격이 비쌌지만 목이 아파서 잠을 설치고 있었고, 사진이 나와야 뭐라도 시술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MRI 기계. 큰 소리가 난다. 시끄럽다.
기계가 좋아져 오래 누워있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었다. 헤드셋을 끼고 퉁탕퉁탕대는 소리를 들으며, 신경차단술 아프려나… 따위의 생각을 했다.
촬영은 금방 끝났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려는데, 저 멀리서 직원분이 종종 뛰어오셨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환자분, MRI 한 번 더 찍을게요! 원장님이 뭔가 이상한 게 보인다고 하셔서요.
왜요? 나는 겁에 질렸다. 나는 원래 겁에 잘 질리는 성격이고, 또 불안해서 약도 먹고… 근데 저런 소리를 들으면 일반인이라도 누구나 공포에 질릴 거였다. 나는 MRI실로 다시 들어가 누워서, 전척추 MRI를 찍었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잠시 후, 촬영 끝. 난 넋이 빠진 채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안쪽에는 심상찮은 얼굴의 의사 선생님이 앉아계셨다. 내 MRI 사진과 함께. 의사가 말했다.
환자분의 흉추에 뭔가 보입니다만, 이게 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큰 병원에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의사는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말하며 진료의뢰서를 써주었다.
좋은 소식도 있었다. 목디스크는 아니란다. 약간의 퇴행이 있을 뿐 디스크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아니, 디스크 문제가 없는데 팔에 힘이 빠지기도 합니까?
바로 상급종합병원(흔히 말하는 3차병원)에 예약 전화를 돌렸다.
원래 예약이 쉽게 되지 않을 텐데, 진료의뢰서에 적힌 소견을 말하니 빨리 예약을 잡아주었다. 나는 더더욱 패닉했다. 날 좀 더 막 대해줘. 이러니까 마치… 진짜 환자 같잖아.
예약까지 2주. 나는 매일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병원 방문만을 기다렸다.
어디에 올라갔는지, 조회수가 많아져 덧붙입니다!
결과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었고, 일종의 해프닝이었습니다.
편하게 다음 편을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